[무인점포 기획특집] ② "6천개 돌파 무인점포, '아이템 선택'이 성패 가른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23 08:55:33
"트렌드 추종자 vs 안정 추구자, 창업 성향별 맞춤형 가이드"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무인점포 업종 탐구: 성공하는 아이템 고르는 법
전국에 6300여 개의 무인점포가 운영되고 있으며, 편의점 4개사만 해도 3530곳을 운영하는 등 무인점포 창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예비 창업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팔 것인가'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세상에 무조건 성공하는 아이템은 없다. 자본과 시간, 성향에 맞는 최적의 궁합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소자본의 유혹, 리테일형: 박리다매 속 생존경쟁
아이스크림·과자 할인점: 3천만원의 달콤한 함정
무인 창업의 '클래식'인 아이스크림·과자 할인점은 3천만~5천만원의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냉동·냉장 제품 위주라 재고 관리가 용이하고, 대형 공급사로부터 물건을 받아 진열만 하면 되니 운영도 단순하다. 하지만 이는 곧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부 신도시 상권에서는 반경 500m 안에 서너 개 점포가 난립하며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소액 절도'와 '매장 훼손'이다. 2년째 무인 아이스크림점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매출보다 매일의 소액 로스 관리가 더 스트레스다. 최근엔 여러 개를 담아 바코드 하나만 찍는 '겹치기 수법'까지 등장했다. CCTV 확인하고 경찰 신고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무인 카페: 7천만원 투자, 기계와의 전쟁
무인 카페는 커피라는 강력한 무기로 24시간 꾸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7천만원을 넘는 초기 투자비가 부담스럽지만, 자리를 잡으면 25~35%의 비교적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전쟁은 '기계와의 싸움'이다. 천만원을 호가하는 전자동 커피머신과 제빙기가 오류를 일으키는 순간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원두 찌꺼기 청소, 우유 스팀 노즐 관리 등 매일의 세심한 관리가 기계 수명을 좌우한다. 여기에 음료 한 잔으로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하는 '카공족'과의 눈치 싸움, 기기 파손 위험은 점주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공간·경험을 팔다: 높은 벽 너머의 고수익
셀프 사진관: 8천만원~1억5천만원의 감성 비즈니스
MZ세대 놀이문화를 파고든 셀프 사진관은 8천만~1억5천만원의 초기 비용 대부분이 감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와 고가 촬영 장비에 투입된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 객단가 대비 40%가 넘는 높은 마진율을 자랑한다. 이곳의 성패는 '트렌드'가 좌우한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셀프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모(31)씨는 "인스타그램 유행 아이템은 다음 날 바로 매장에 갖다 놔야 할 정도로 속도전이 중요하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놀거리를 제공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SNS 마케팅에 서툴다면 시작하기 어려운 업종"이라고 말했다.
스터디카페·코인 빨래방: 1억5천만원 투자의 안정성
주거 상권의 강자인 스터디카페와 코인 빨래방은 '안정성'이 가장 큰 매력이다. 단골을 확보하면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의 90%가 '입지'에 달려있어 상권 분석이 절대적이다. 1억5천만원을 넘는 투자금에는 인체공학적 의자와 맞춤형 책상, 산업용 세탁기와 건조기, 키오스크 시스템 등 값비싼 설비 비용이 녹아있다.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 장기적 안목은 필수다. 주된 리스크는 '사람'이다. 스터디카페의 소음 분쟁이나 빨래방의 세탁물 분실 민원 등은 점주가 원격으로 해결해야 하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다.
새로운 흐름: 틈새를 노리는 신흥 강자들
최근 시장 틈새를 파고드는 '전문점' 형태의 무인점포들이 주목받고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무인 밀키트·반찬가게는 냉동·냉장 시스템과 키오스크만 있으면 돼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 다만 신선도 관리가 관건이며 본사의 제품 개발 및 공급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과 직장인 타겟의 무인 프린트샵이나 반려동물 인구를 위한 무인 펫용품점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다. 이들은 광범위한 상권보다는 특정 수요가 밀집된 '핀셋 상권'을 공략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최종 점검: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4가지 질문
무인점포 창업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옷과 같다. 유행한다고 모두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창업 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네 가지 질문을 통해 나의 '창업 체질'을 파악해보자.
첫째, 나의 가용 자본은 얼마인가? 5천만원 미만이라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나 소규모 밀키트 전문점으로 시작하자. 1억원 이상이면 카페나 셀프 사진관, 1억5천만원 이상이라면 스터디카페나 코인 빨래방 등 안정적인 시스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
둘째, 하루 투입 가능한 시간은? 출퇴근길 1시간 내외로 관리를 끝내고 싶다면 재고 관리가 단순한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나 코인 빨래방이 적합하다. 반면 신선도 관리가 필요하거나 트렌드에 민감한 카페, 사진관, 밀키트 전문점 등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요구한다.
셋째, 어떤 리스크를 더 회피하고 싶은가? 잦은 소액 절도나 매장 훼손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리테일형 점포는 재고하자. 대신 수천만원짜리 기기 한 대의 고장이 주는 리스크가 더 두렵다면 서비스형 점포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넷째, 나의 강점은 어디에 있는가? 꼼꼼한 데이터 분석과 재고 관리에 자신 있다면 리테일형 점포가 유리하다. 반면 트렌드를 읽고 SNS 마케팅으로 공간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데 능하다면 서비스형 점포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개발팀장은 "많은 예비 점주들이 '요즘 잘된다'는 말만 듣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다"며 "아이템의 유망성보다, 그 아이템의 운영 방식과 리스크가 나의 성향 및 여건과 얼마나 잘 맞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매장을 열기 전,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한 철벽 방어 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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