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터졌다… 한국 소상공인 3,448억원 수출길 막혔다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09-19 08:57:32
K-뷰티·패션 76% 성장세 꺾일까… "브랜드 경쟁력이 생존 열쇠"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관세 강화 행정명령이 한국 소상공인들의 대미 수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특히 800달러 미만 소액면세제도 조기 폐지와 15% 관세 부과는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해외직접판매(역직구)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3,448억원 규모 대미 수출시장, 5년 만에 76% 성장 기록
한국의 대미 해외직접판매 시장은 그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2024년 기준 대미 해외직접판매액은 3,448억원에 달하며, 지난 5년간 무려 76%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중국(9,777억원)에 이어 한국 해외직접판매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전체 비중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 창구였다. 특히 의류·패션 분야는 2024년 대미 판매액 1,056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90.2%에 달했다. K-뷰티로 대표되는 화장품 부문도 799억원(2위)의 판매액과 6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국 소상공인들의 효자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컴퓨터·주변기기(571.8% 성장), 음식료품(379.9% 성장), 사무문구(1,327.1% 성장) 등 다양한 품목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 소상공인들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어왔다.
800달러 면세 혜택 사라지며 가격 경쟁력 급락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이런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당초 2027년 종료 예정이었던 800달러 미만 소액면세제도가 조기 폐지되면서, 그동안 면세 혜택을 받아온 소액 소포들도 이제 관세를 내야 한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약 14억개의 소포가 이 제도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됐다. 이제 국제 우편망을 통해 미국으로 반입되는 상품에는 원산지 국가 관세율에 따라 종가세나 품목당 80~200달러의 정액 종량세가 부과된다. 6개월 후부터는 모두 종가세로 일괄 부과될 예정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소상공인들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들 "물류시스템 전면 재검토 불가피"
이번 조치는 단순히 관세 부담 증가를 넘어 한국 소상공인들에게 다각도의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제도 종료로 글로벌 기업들이 대비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미국행 발송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국의 다국적 소매업체들 역시 공급망과 사업 모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통관 절차가 복잡해지고 행정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규제 준수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국 관세 정책과 CBP 규정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통관 지연 및 추가 비용 발생 등의 피해를 예방하고 신속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소비자도 고통 분담… 연간 136달러 부담 증가
이번 조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 가구당 연간 약 136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는 미국 가계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비자 단체들은 저소득층이 의존해온 저렴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현지 연구에 따르면 소액면세제도 폐지 시 기존 수입품 가격이 40~5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가 빈곤층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진세'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배송 지연과 가격 상승을 피하려고 아마존,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로 몰리면서 소비 패턴 전반에 구조적 변화도 예상된다.
정부 4조6천억원 지원책 가동… "위기를 기회로"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대규모 지원책을 내놨다. 관세청은 소상공인 지원 분야를 신설하고 수출 바우처 기업과 혁신 기업을 지원 대상에 추가해 중소 수출입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관세 피해 우려 기업에 정책자금·보증 4조6천억원과 수출바우처 4천2백억원을 지원한다. 새로 신설한 'K-수출물류바우처'를 통해 물류비용도 지원하는 등 수출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현지화, 브랜드 경쟁력,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국산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고품질과 브랜드 가치에 집중하고, 미국 디지털 활용 능력이 높은 60대 이상 고소득층을 공략하는 세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이커머스 한국시장 공략 가속화 우려
한편 미국 규제 강화로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미국 대신 한국을 타겟으로 삼으면서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한국 소상공인들의 경쟁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이 한국을 우회 수출 경로로 활용할 가능성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경우, 한국발 제품에 대한 조사도 엄격해져 국내 수출업체들이 배송 지연이나 무역 갈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소액면세제도(1회 150달러, 미국산 200달러 면세)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 해결과 중국의 한국 시장 잠식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직구 면세 폐지'는 단순한 관세 정책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라며 "한국 소상공인들은 정부 지원과 함께 혁신적 사고와 전략적 접근으로 새로운 무역 질서에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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