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이 뿌린 씨앗, 맥도날드가 키운 황금알
300년 미국사를 관통한 '브랜드 특권'의 진화
프랜차이즈의 역사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현재 미국에서만 연간 수조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는 프랜차이즈 산업. 맥도날드, KFC, 던킨도너츠로 대표되는 이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중세 프랑스 왕실의 '특권 부여' 제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자유와 특권'에서 출발한 비즈니스 혁명
프랜차이즈(franchise)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그 역사를 말해준다. 고대 프랑스어로 '자유'와 '특권'을 뜻하는 'franchise'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중세시대 왕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부여하던 권리나 면제권을 의미했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업이 브랜드와 운영 시스템 사용권을 개인이나 단체에 부여하는 현재의 상업적 개념으로 발전했다. 왕의 특권이 기업의 브랜드 특권으로 변화한 셈이다.

프랭클린이 심은 최초의 씨앗
미국 프랜차이즈 역사의 출발점은 173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인쇄업을 운영할 권리를 토머스 휘트마시에게 부여한 계약이 바로 미국 최초의 상업적 프랜차이즈로 기록되고 있다.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산업혁명기에 등장했다. 아이작 메리트 싱거가 재봉틀 판매망 확장을 위해 지역 판매인에게 판매와 수리 권리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미국 최초의 체계적인 상업 프랜차이즈 모델로 평가받는다.

1898년에는 제너럴 모터스(GM)가 자동차 판매·서비스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서 이 모델이 제조업과 유통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전후 황금기: 패스트푸드가 견인한 폭발적 성장
프랜차이즈 산업의 진정한 전성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다. 교외화 진행과 자동차 문화 확산으로 일관성, 편리함, 효율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가 급증했고, 프랜차이즈가 이를 완벽히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KFC의 기적 같은 성장이 대표적 사례다. 1952년 할랜드 샌더스 대령이 유타주 피트 하먼에게 치킨 조리법을 프랜차이즈로 제공한 후 불과 10년 만에 600개 매장으로 확장하며 전국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맥도날드의 역사는 더욱 극적이다. 1940년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날드 형제가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첫 매장을 연 후, 1955년 레이 크록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역사가 바뀌었다. 일리노이주 디플레인스 첫 가맹점을 시작으로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제국이 탄생한 것이다.

던킨도너츠 역시 1950년 보스턴에서 출발해 1955년부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를 전개했다. 1963년 100호점을 돌파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패스트푸드를 넘어선 전 산업 확산
프랜차이즈는 패스트푸드 영역에 머물지 않았다. 1965년 창업한 서브웨이는 1974년 첫 가맹점을 연 후 급성장해 현재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체인 중 하나가 되었다. 

자동차, 호텔, 교육,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프랜차이즈는 미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특권이 기회로 진화"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성공 요인을 기업가 정신과 표준화된 시스템의 결합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인에게는 검증된 창업 기회를, 기업에게는 빠른 글로벌 확장 수단을 제공하는 윈윈(win-win) 구조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중세 프랑스에서 시작된 '자유와 특권'의 개념이 현재 미국에서 수조 달러 규모의 경제 시스템으로 발전한 셈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역사는 단순한 사업 모델의 변천사를 넘어 기회와 신뢰, 성장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 욕구를 반영하는 이야기로 평가받고 있다.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