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기획특집] ④ 무인점포 보안의 완성은 '운영의 기술'에 있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25 08:28:48
최소 비용 최대 효과, 지속가능한 보안 운영으로 매출 손실 막는다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무인점포 창업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보안 시스템을 갖춰도 범죄를 100% 막을 수는 없다. 사건 발생 후 점주의 대응 능력과 일상적인 운영 노하우가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범죄 심리를 이용한 예방법부터 실전 위기 대응, 보험 활용까지 무인점포 보안 운영의 모든 것을 짚어본다.
지난달 경기도 수원의 한 무인카페에서 발생한 일이다. 아침 9시, 매장 문을 연 김모 점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간밤에 누군가 어질러 놓은 쓰레기와 엎질러진 음료수 자국, 그리고 군데군데 비어있는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매출의 일부는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사업주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첨단 장비라는 '하드웨어'를 갖췄다면, 이제는 그것을 120% 활용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소프트웨어'를 갖출 차례다.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줘라" 심리적 방어선 구축
범죄 심리학의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는 무인점포 운영의 핵심을 관통한다. '이곳은 주인이 없지 않다.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청결 관리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바닥을 쓸고 닦아 광이 나게 관리하는 매장과, 구석에 먼지가 쌓이고 유통기한 지난 상품이 방치된 매장 중 어느 곳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울까. 청결은 단순히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점주가 수시로 매장을 살피고 있다'는 강력한 무언의 메시지다. 소통하는 경고문 부착도 효과적이다. 'CCTV 녹화 중'이라는 무미건조한 문구는 이제 효과가 없다. "사장님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양심을 판매하는 정직한 가게, 우리 함께 만들어요!"와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문구나 절도범 검거 사례를 익명으로 게시하는 것도 효과적인 심리적 압박 수단이다. 불규칙한 방문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만 방문하는 것은 범죄자들에게 '나머지 시간은 안전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의도적으로 방문 시간을 달리하여 언제든 점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사건 발생시 '골든타임' 실전 매뉴얼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터질 수 있다. 이때 점주의 초기 대응에 따라 피해 규모와 범인 검거 확률이 크게 달라진다.
1단계: 현장 보존 및 증거 확보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면 섣불리 현장을 정리해서는 안 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CCTV 영상 확보다. 대부분의 녹화 장비는 저장 용량 한계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전 영상을 자동으로 덮어쓴다. 사건 발생 추정 시점 전후의 영상을 USB 등 별도의 저장 장치에 즉시 백업해야 한다. 이때 영상 파일에 날짜와 시간이 정확히 기록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2단계: 피해 목록 상세 작성
경찰 신고와 보험 처리를 위해 피해 내역을 정확히 문서화해야 한다. 도난당한 상품의 품목, 수량, 단가를 정리하고 파손된 기물이 있다면 사진과 함께 구매 영수증이나 견적서 등을 준비한다. 이 자료는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3단계: 경찰 신고(112)
모든 자료가 준비되었다면 112에 전화해 재산 피해 사실을 신고한다. 경찰 출동 시 확보해 둔 CCTV 영상과 피해 목록을 제출하며 상황을 명확히 설명한다. 서울 강남경찰서 이모 경장은 "무인점포 절도 신고는 많지만 흐릿한 CCTV 영상만으로는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고화질의 영상과 함께 도난당한 물품의 특징,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해 주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최후의 안전망 '무인점포 보험' 똑똑하게 활용
많은 점주들이 기본적인 화재보험만 가입한 채 운영하고 있지만, 화재보험은 절도나 기물 파손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지 않는다. 무인점포 운영자라면 반드시 '무인점포 전용 종합보험' 가입을 검토해야 한다. 무인점포 보험은 통상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장한다.
도난 손해: 절도 및 강도로 인해 발생한 상품의 금전적 손실
재물 손괴: 키오스크, 냉장·냉동고, 유리창 등 시설물 파손 시 수리비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매장 내에서 고객이 미끄러져 다치거나, 시설물 하자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발생하는 배상 책임
한국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시 보장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자기부담금'과 '보상 한도'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라며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내 가게의 규모와 예상 리스크에 가장 적합한 플랜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사례] "단골 손님들이 우리 가게의 '보안관'"
경기도 신도시에서 무인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최지연(41)씨의 매장에는 특별한 보안관이 있다. 바로 '단골 손님'들이다. 최씨는 개업 초기부터 이용자들과의 소통에 집중했다. 매장 내 작은 게시판을 통해 손 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이용자 전용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어 건의사항이나 불편사항에 즉각적으로 피드백했다. 지역 '맘카페' 활동을 통해 학부모들과 유대감을 쌓고, 자녀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선한 영향력'으로 돌아왔다. 단골 이용자들은 매장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감시자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다. 외부 음식을 가져오거나 소음을 유발하는 이용객이 있으면 조용히 최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알려주고, 등록하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오면 먼저 다가가 이용 방법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 최씨는 "수십 개의 CCTV보다 더 든든한 것이 저를 믿고 공간을 아껴주는 수십 명의 '눈'"이라며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운영이 최고의 보안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무인점포의 안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완성된다. 철저한 예방 시스템 위에 디테일한 운영의 기술이 더해질 때 비로소 '사람 없는 가게'는 '안전한 가게'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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