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0원, 가맹점주는 파산 직전"... 수수료 30% 시대 '비명'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11-26 11:15:18
새벽배송 규제 논란까지 가세... 자영업자 "이중고 못 견디겠다" 아우성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대한민국 외식업계와 프랜차이즈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거대 배달 플랫폼들이 주도하는 '무료 배달' 경쟁이 자영업자의 마진을 갉아먹고 있고, 정치권에서 재점화된 '새벽배송 금지' 법안 논란이 유통 및 외식 물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소비자의 편의는 극대화됐으나, 그 비용과 부담을 온전히 떠안게 된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의 30%가 플랫폼으로"... 풍요 속 빈곤 심화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배달 플랫폼 3사(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무료 배달' 경쟁은 2025년 하반기 들어 사실상 시장 표준으로 굳어졌다.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나 멤버십을 통해 배달비 부담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됐고, 플랫폼 기업들은 이를 통해 이용자 락인(Lock-in)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문제는 이 '공짜 점심'의 비용을 누가 치르느냐다.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플랫폼들은 입점 업체인 가맹점주에게 부과하는 중개 수수료와 배달 요금 체계를 개편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무료 배달이 적용되는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율은 이전 대비 3~4%포인트 이상 상승한 9.8~10%대(부가세 별도)에 육박한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와 배달 기사에게 지급되는 비용까지 합산하면, 매출의 30%가량이 플랫폼 관련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서울 강남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모(42) 씨는 "배달 주문이 늘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올랐지만, 수수료 내고 나면 오히려 손에 쥐는 돈이 줄었다"며 "이게 장사인지 플랫폼 수수료 벌어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중 가격제" 고육지책... 소비자 불신만 키워
매출은 올랐을지 몰라도 손에 쥐는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심화되자, 결국 자영업자들은 '이중 가격제'라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배달 앱 내 판매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해 수수료 부담을 상쇄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메뉴가 매장에서는 8000원, 배달 앱에서는 10000원에 판매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하고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플랫폼과 점주, 소비자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소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똑같은 음식을 왜 배달 앱에서만 비싸게 파느냐"며 "점주만 나쁜 사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새벽배송 규제 논란 재점화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는 업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최근 국회에서 다시금 불거진 '새벽배송 규제'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법안들은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과 대형마트·골목상권의 상생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온라인 유통 업체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 휴업일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약 이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쿠팡이나 컬리 등이 주도해 온 새벽배송 서비스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프랜차이즈 업계와 자영업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새벽배송은 단순히 소비자에게 신선식품을 빨리 가져다주는 차원을 넘어, 외식업 매장의 식자재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특히 샐러드나 샌드위치, 베이커리 등 신선도가 생명인 업종은 새벽배송 물류 시스템을 통해 당일 사용할 식자재를 공급받는다. 새벽배송이 규제될 경우 식자재 수급의 적시성이 떨어지고, 이는 재고 관리 비용 상승과 식품 폐기율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샐러드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막히면 가맹점이 전날 미리 식자재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신선도가 떨어져 상품성이 없어진다"며 "결국 폐기 비용 증가로 점주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대착오적 규제"... 물류 효율성 저하 우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새벽배송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은 2025년의 현실을 외면한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비판도 거세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 처우 개선은 필요하지만, 물류 시스템 자체를 셧다운시키는 방식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플랫폼 수수료로 숨이 턱까지 차오른 자영업자들에게 물류 규제까지 더해지는 것은 사실상 장사를 접으라는 소리"라고 성토했다.
상생 없는 성장은 없다... 합리적 해법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2026년을 앞둔 지금이 자영업 생태계의 붕괴를 막을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 경쟁에 대한 제도적 제동 장치 마련과 함께, 정치권의 규제 입법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창업 전문가는 "배달 수수료 문제는 '배달비 공시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보다 적극적인 중재안이 논의돼야 한다"며 "플랫폼 기업도 단기적인 점유율 경쟁보다는 입점 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벽배송 규제 역시 일률적인 금지보다는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나 물류 자동화 기술 도입 지원 등 '규제'가 아닌 '진흥'과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배달비 0원의 환상 뒤에 가려진 자영업자의 눈물, 그리고 정치권의 설익은 규제 논란. 2025년 겨울, 대한민국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계절을 보내고 있다. 진정한 '상생'은 구호가 아닌, 현장의 고통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정책과 배려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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