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겐 투표권 주고, 한국인은 중국서 투표 못 한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0-12 09:26:30
"상호주의 없는 일방적 개방, 이대로 괜찮나"
외국인 유권자 12만 명 시대, 75%가 중국인... 지방선거 판도 흔드는 '표심의 역설'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한국인은 중국에서 선거권이 없다. 그런데 중국인은 한국 지방선거에 참여한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제기한 일명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단순한 외국인 규제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과 선거 공정성이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외국인도 투표하는 나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은 예외를 두고 있다.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이 3년 이상 거주하면 지방선거 투표권을 준다는 조항이다. 이 제도는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됐다.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명분 아래, 장기 거주 외국인에게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참여권을 주자는 취지였다.
당시에는 외국인 유권자가 3만 명 수준이었고, 사회적 파장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외국인 유권자는 12만 명을 넘어섰다. 그중 약 75%가 중국 국적자다. 특히 인천 연수·부평, 경기 안산·시흥, 충남 아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인 영주권자가 수천 명 단위로 밀집하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외국인 선거권은 민주주의의 포용이 아니라 주권의 잠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호주의 없는 일방적 개방, 이게 공정한가
김은혜 의원이 문제 삼은 핵심은 '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이다. 우리 국민은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어떤 형태로도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먼저 열어준 몇 안 되는 나라다.
OECD 주요국 중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주는 국가는 절반도 안 된다. 그나마 대부분은 '상호주의'나 '특별협정'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영국은 영연방 국가 출신자에게만 투표권을 주고, 덴마크·노르웨이 등은 장기 거주 외국인에게 일정 제한 하에 허용하지만, 중국·러시아 등 비민주국 출신자에게는 매우 엄격하다.
결국 한국의 제도는 단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선거권 개방이다. 김 의원은 이를 "상호주의의 결핍이 불러온 불평등"이라 지적했다. 국민은 해외에서 제한받는데, 외국인은 한국 제도의 틈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살지도 않는데 투표만 하러 온다" 제도의 허점
공직선거법 제15조는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이 3년 이상 계속 거주한 경우"로 선거권을 규정한다. 문제는 이 요건이 '거주' 여부를 실질적으로 검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한국에 실제로 살지 않아도 영주권을 유지하고 있으면 투표권이 살아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중국인 유권자 명부가 급증하지만, 투표일 직전까지 해외에 머물다 귀국해 투표하고 다시 출국하는 사례가 보고돼 왔다. 이른바 '선거 쇼핑(Election Shopping)'이다. "3년 거주"라는 형식만 충족하면, 한국 사회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김은혜 의원은 "우리 국민은 외국에서 이런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국민 역차별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사회' 명분 뒤에 가려진 불균형
반대 측은 여전히 "외국인 유권자 규모는 0.3%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악용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단순한 숫자 논리일 뿐, 선거제도의 원칙과 주권의 상징성을 간과한 주장이다.
선거는 다수결 문제가 아니라 국민만이 행사할 수 있는 자결권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 이상, 외국인에게 준 선거권은 원칙적으로 예외이며, 예외는 최소한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다문화 사회'라는 명분 아래 이뤄진 제도는, 결과적으로 특정 국적의 외국인에게 집중적인 혜택을 준 결과를 낳았다. 2022년 지방선거 기준 외국인 유권자 12만 명 중 약 9만 명이 중국 국적자다. 이는 단순한 사회통합의 문제를 넘어 한쪽으로 기울어진 제도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다른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본은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도된 적이 있으나 모두 헌법상 '국민주권 위배'로 무산됐다. 중국은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의 지방선거조차 제한적이다. 미국은 일부 지방정부(샌프란시스코 등)가 제한적으로 허용했으나, 주법·연방법 위반 논란으로 대부분 폐지됐다. 독일은 EU 회원국 국민에 한해 지방선거권을 허용한다('상호주의' 기반).
이처럼 국제적으로도 외국인 선거권은 예외 중의 예외이며, 대부분 상호주의 또는 협정에 근거한다. 그런데 한국은 '보편주의'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상호보장 없이 일방적 개방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이 담은 의미
[프랜사이트의 의견] 김은혜 의원이 제안한 3대 쇼핑 방지법은 의료·부동산·선거 등 세 분야에 걸쳐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그중 '선거 쇼핑 방지법'은 공직선거법 제15조의 외국인 선거권 조항을 손보려는 시도다. 핵심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외국인 지방선거권 전면 재검토: 영주권자의 선거권 부여 근거를 폐지 또는 제한.
2. 상호주의 조항 신설: 자국민이 해당 국가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만 상호 부여.
3. 실거주 검증 강화: 3년 이상 거주 요건을 '실제 거주'로 한정하고 출입국 이력 등을 통해 관리.
이는 외국인을 배제하려는 법이 아니라, 국민주권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외국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온전히 보호하려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방선거도 결국 '국민의 결정'이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단순한 행정 단위의 대표를 뽑는 절차가 아니다. 국가의 재정·정책·교육·치안 등 국민 생활의 핵심을 결정하는 정치 행위다. 따라서 이를 '지역 주민 참여'의 차원으로 축소하는 건 위험하다.
외국인은 세금을 낼 수 있고,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결정권은 세금 납부나 거주 기간만으로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라는 법적·역사적 공동체에 속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지금 한국의 제도는 그 경계를 흐리고 있다. 김은혜 의원의 제안은 바로 그 경계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프랜사이트는 외국인과 국내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종사자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경제 생태계를 주목한다. 그렇기에 '외국인 규제'라는 단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정한 제도의 균형이다. 외국인의 권리 보장과 국민의 주권 수호는 대립이 아니라 조정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혐오나 배척이 아니라, 정확한 제도 설계와 상호주의의 복원이다. '열린 민주주의'는 결코 '무방비 민주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김은혜 의원의 제안은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주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다문화·국제화라는 이름으로 열어둔 문이 이제는 제도적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선거 쇼핑' 논란의 본질은 외국인 혐오가 아니라 주권의 정당한 방어다. 외국인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국민의 권리는 타국의 제도보다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국민주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외국인 선거권을 무조건 배척하는 게 아니라, 시대에 맞는 제도적 정비를 요구하는 흐름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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