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스마트팜] ② 스마트팜, 프랜차이즈로 진화하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0-21 11:41:37
본사-가맹 구조로 확장 가능한 농업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농업혁신의 중심에 있던 '스마트팜'이 이제는 농업 그 자체를 넘어 서비스·브랜드·프랜차이즈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전통 농업은 '농가 단위 생산→판매' 구조였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생산환경의 디지털화·자동화를 통해 누구나 유사한 품질을 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본사-가맹점' 구조가 가능한 농업 프랜차이즈 모델의 토대가 된다. 본 기사는 스마트팜이 어떻게 프랜차이즈 모델과 맞물릴 수 있는지, 그 가능성과 한계를 산업적 시각에서 심층 분석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전환: 농장에서 플랫폼으로
스마트팜은 농업을 '제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예컨대 본사가 스마트팜 설비·생육데이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맹농가는 동일한 작물을 동일한 방식으로 재배하며, 본사는 유통·브랜드화·체험서비스까지 담당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가능해진다. 이는 맥도날드가 전 세계 매장에서 동일한 맛의 햄버거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최근 국내 지자체가 추진하는 스마트팜 카페 창업과정은 농업과 외식·체험형 서비스의 융합 모델을 보여준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딸기를 즉석에서 가공해 음료와 디저트로 판매하는 카페형 창업이 확산되고 있다. 고객은 단순히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재배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하며 신선한 제품을 소비하는 '경험'을 구매한다.
해외 수출과 연계한 'K-스마트팜' 컨소시엄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농업박람회에 국내 스마트팜 기업 14개사를 동반해 한국관을 운영했다. 중동 지역의 열악한 농업 환경에서 한국의 스마트팜 기술은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는 기술 수출을 넘어 '농업 프랜차이즈 플랫폼' 수출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생산+브랜드+유통+서비스 흐름이 통합될 때, 스마트팜은 단순한 농장이 아니라 하나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인식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적용의 핵심 기회 요소
첫째, 품질의 표준화다. 스마트팜은 온도·습도·CO₂·조명 등 생육변수를 데이터 기반으로 통제할 수 있어 작물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균일한 맛·품질'을 확보해야 하는 외식·유통 분야의 요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네덜란드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네덜란드는 온실 내 스마트팜 보급률이 99%에 달하며, 이를 통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 됐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40%에 불과하고 일조량도 부족하지만, 컴퓨터 기반 환경 제어 시스템으로 작물 생육에 가장 이상적인 인공 환경을 창조해 세계 시장의 표준을 만들어냈다. 이는 '기술을 통한 표준화'가 프랜차이즈 확장의 핵심 조건임을 보여준다.
둘째, 서비스 연계 가능성이다.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작물을 본사 브랜드 매장에서 즉시 활용하거나, 농장 체험·카페·직매장과 결합하는 모델이 가능하다. '농장→소비자 체험'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최근 소비 트렌드인 '체험경제'와도 부합한다.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메트로팜'이 좋은 예다. 도심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수직 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지하철 역 내 판매점에서 즉시 구매할 수 있다.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거리가 수십 미터에 불과하다. 이는 '초신선 농산물'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셋째, 창업 진입 기회 확대다. 정부가 임대형 스마트팜을 확대하고 있어 창업 비용 부담이 완화되는 흐름이다. 2025년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4개소, 임대형 지능형농장 2개소를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ICT 융복합 확산 사업을 통해 시설 비용의 50~6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청년 농업인과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는 연 1.0~1.5%의 초저금리 융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넷째, 데이터 기반 수출 및 확장성이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K-스마트팜 수주사례처럼 국내 브랜드화+플랫폼화 모델이 해외로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프랜차이즈의 '지역 확장'과 유사한 구조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중동, 중앙아시아, 호주 등지에 스마트팜 플랜트와 솔루션을 수출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초기 투자 및 운영비 부담이 크다. 스마트팜 설비, 센서, 자동화장비 구축에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다. 본사·가맹점 간 기술·운영격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프랜차이즈 모델에서 가맹점주의 역량 다양성은 리스크로 작용한다.
국내 한 청년 창업 농가는 "7년 고생하면 초기 비용을 갚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의 이야기다. 스마트팜 도입 농가가 딸기, 토마토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위험이 상존한다. 스마트팜은 단순히 생산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이므로,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마케팅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둘째, 데이터·플랫폼 표준화가 미비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팜 산업은 과도기적 상황이며, 작목별 스마트팜 표준모델 구축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사마다 독자적인 규격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스템 간 호환성이 매우 낮다.
이는 본사에서 여러 가맹농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된다. 농업인은 특정 업체의 시스템에 종속되며, 여러 회사의 우수한 장비를 조합해 최적의 시스템을 구성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마다 다른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통합 관리가 불가능해진다.
셋째, 농지 및 유통 규제가 걸림돌이다. 스마트팜이 프랜차이즈화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까지 일관된 흐름이 필요한데, 농지 전용 규제·농업법인 규제·가공·유통 인프라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24년 7월 시행된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체계적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제 프랜차이즈 운영을 위한 세부 규정은 아직 부족하다.
넷째, 프랜차이즈 적용의 복잡성이다. 농업은 기후·생육환경·병충해 등 외생변수에 민감하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를 통제하고 모델화하기에는 '외부 영향' 변수들이 많다. 따라서 '가맹' 형태 전에 '공유농장' 또는 '직매장+체험' 등의 플랫폼형 모델로 단계적 확장이 바람직할 수 있다.
국내외 격차, 기회인가 위기인가
한국의 현 위치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기술 도입 측면에서 최근 연구는 한국 유제품 농가에 스마트농업(로봇 착유 등)을 도입한 경우 우유 생산량이 하루 두(head)당 약 2.44~2.88kg 증가했고, 송아지 생산이 연 0.10~0.11마리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이는 기술 효과가 입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표준화 및 플랫폼화 수준에서는 뒤처져 있다. 표준모델 구축이 과제로 남아 있고, 센서·장비 호환성 및 데이터 운용체계가 통일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기업이나 농기계업체 중심으로 '플랫폼형 농장' 사례가 비교적 다양하게 나타난다.
스케일 및 사업화 모델에서도 격차가 있다. 한국은 대부분 파일럿사업 또는 중소규모 농가 대상이며, 프랜차이즈형 확산은 아직 제한적이다. 해외에서는 스마트팜을 통해 생산→브랜드→유통까지 연결한 사업모델이 일부 존재한다. 미국의 '플렌티'나 네덜란드의 '플랜트랩' 같은 수직 농장 기업들은 기존 농법 대비 물과 토지 사용량을 90~99%까지 줄이면서도 생산성은 최대 350배까지 높이는 극적인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창업 및 투자환경도 다르다. 한국은 청년농업인·임대형 스마트팜 등 정부지원이 확대 중이지만, 해외에서는 민간 투자 및 벤처·스타트업 중심의 스마트농업 확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 격차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이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준화·스케일·플랫폼 운영 측면에서 뒤처져 있지만,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초기 단계에서 설계만 잘 한다면 후발주자 이점을 살려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기술력,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육성 의지는 분명한 강점이다.
단계적 실행 전략이 핵심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스마트팜 사업 진출 시 "생산→유통→소비"까지의 통합 흐름 설계가 중요하다. 단순히 농장 설비만 구축하는 것은 농업 기술일 뿐, 비즈니스모델이 아니다.
일본 회전초밥 기업 '쿠라스시'는 AI 스타트업 '우미트론'과 협력해 방어 스마트 양식에 성공했다. AI가 수중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방어의 식욕을 판단하고 사료 공급량과 시점을 최적화함으로써, 사료 낭비를 10% 줄이고 관리 인력의 현장 투입 주기를 매일에서 2~3일에 한 번으로 줄였다. 이는 '생산 효율화'와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구현한 사례다.
초기 단계에서는 내부 가맹농장(직영형)을 통해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그 다음에 가맹형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실행 전략을 추천한다. 네덜란드가 1960년대부터 수십 년간 온실 환경 제어 기술을 발전시켜 99% 보급률을 달성한 것처럼, 성급한 확장보다는 탄탄한 기반 구축이 우선이다.
가맹사업 형태로 진출할 경우, 가맹농가의 영농기술 지원·데이터 분석 역량·브랜드 활용 교육 등이 본사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농가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평균 27.9% 향상됐지만, 이는 적절한 교육과 지원이 뒷받침됐을 때의 이야기다. 정부의 창업 보육 프로그램 수료생 중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교육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장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정부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되, ROI(투자수익률) 분석을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임대형 스마트팜, 청년농업인 창업지원,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 보조사업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첨단 기술로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판로가 불안정하면 농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스마트팜 생산 농가와 대형 식품 기업, 유통사, 외식업계를 연결하는 안정적인 계약재배 모델을 적극 중재하고 지원해야 한다.
기술·데이터 표준화 동향, 스마트팜 관련 법률 및 규제 변화를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스마트농업 관련 법률, 농지전용 규제, 유통채널 법규 등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사업 구조를 조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해외 사례에서 나타나는 '플랫폼화+브랜드화' 전략을 주의 깊게 분석하고, 한국 시장에 맞게 응용할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는 '오션팜'이라 불리는 거대 스마트 양식 플랫폼을 운영하며 최첨단 센서로 수질과 연어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생산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이는 '기술+투명성+브랜드'를 결합한 모델로, 한국 프랜차이즈 본사가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
농업은 새로운 프랜차이즈 영토다
스마트팜을 단순한 농업 기술에서 프랜차이즈 성장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 1세대 스마트팜이 농업인의 작업을 더 편리하게 만들었다면, 2세대 스마트팜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초보 농업인도 전문가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이는 농업 인구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변화이자, 프랜차이즈 모델 적용 가능성을 열어주는 결정적 전환점이다.
미래의 3세대, 4세대 스마트팜은 의사결정 자동화와 완전 자율 운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파종부터 수확,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로봇과 AI가 자동으로 수행하는 완전 무인 농장이 등장하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기술 플랫폼 제공자로서 수백, 수천 개의 가맹농장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과도한 기대보다는 현실적인 수익구조 설계와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표준화된 운영체계, 가맹농가 지원시스템, 수익구조 설계, 제도준비가 동반될 때 비로소 스마트팜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은 현실이 된다. 농업은 이제 프랜차이즈 산업의 새로운 영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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