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스마트팜] ③ 스마트팜 기술혁신, 프랜차이즈 확장의 열쇠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0-22 11:49:07
1세대에서 3세대로, 의사결정 자동화가 열어주는 가맹 가능성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농업현장에 자동화·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며, 이제 '스마트팜'은 단순히 센서 설치나 가온시설 제공을 넘어 '농장을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프랜차이즈 확장에 필수적인 '표준화'와 '복제 가능성'을 농업에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본 기사는 스마트팜 기술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고, 이것이 프랜차이즈화될 수 있는 조건과 한계를 기술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다.
기술 진화의 3단계: 도구에서 파트너, 그리고 자율 운영으로
스마트팜 기술은 명확한 진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스마트팜은 기술 수준에 따라 1세대와 2세대로 구분되며, 현재 3세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진화 과정은 프랜차이즈 적용 가능성과 직결된다.
1세대 스마트팜은 '농장의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춘다.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온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냉난방기나 관수 밸브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농업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지만, 언제 얼마나 온도를 높이고 물을 줄 것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전적으로 농업인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했다. 시스템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경고를 보내는 '도구'의 역할에 머물렀다.
프랜차이즈 관점에서 1세대의 한계는 명확하다. 숙련된 농업인과 초보 농업인 사이의 성과 차이가 크고, 농장마다 결과물의 품질이 달라진다. 이는 프랜차이즈의 핵심 가치인 '균일한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2세대 스마트팜은 '농장의 지능화'를 구현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한국형 2세대 모델이 대표적이다. 가장 큰 차이는 데이터의 종류와 활용 방식에 있다. 1세대가 온도, 습도 등 환경 정보만 수집했다면, 2세대는 작물의 키, 줄기 굵기, 잎 색깔, 병징 등 생체 정보까지 수집한다. 클라우드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최적의 생육 모델을 만들고, 시스템이 스스로 최적 환경을 제어하며 미래 생산량을 예측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등 의사결정 지원까지 수행한다.
이 진화가 프랜차이즈에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2세대 스마트팜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초보 농업인도 전문가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이는 농업인의 지식과 경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시스템 기반의 표준화된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3세대 스마트팜은 '의사결정 자동화'를 향해 나아간다. 미래 스마트팜의 궁극적인 비전은 파종부터 수확,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로봇과 AI가 자동으로 수행하는 완전 무인 농장이다. AI 기반 자율 재배 알고리즘이 작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그에 맞춰 다수의 로봇과 드론이 협업하여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기술 스택의 완성도가 프랜차이즈 성패를 가른다
현대 스마트팜의 경쟁력은 개별 기술의 성능이 아닌, 여러 첨단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기술 스택'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된다. 이 기술 스택은 '데이터 수집(IoT)→지능 생성(Cloud & AI)→실행(Robotics & Drones)'이라는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움직인다.
사물인터넷(IoT)과 센서는 스마트팜의 감각 기관이다. 농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들은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토양 수분, 광량 등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중앙 플랫폼으로 전송한다. 2024년 개최된 GreenTech 2024 전시회에서는 고도화된 자율제어 온실 시스템이 에너지 사용량을 약 15%, 양액 사용량을 약 10% 절감하고 수확량은 약 7% 향상시킨 사례가 발표됐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IoT 센서로부터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간의 눈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패턴과 상관관계를 발견한다. 미국의 '레터스봇'은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해 양상추와 잡초를 구분하고 잡초에만 정밀하게 제초제를 분사하는 'See & Spray' 기술을 구현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AI와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 저장 및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다. 개별 농가가 고가의 서버를 구축할 필요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2세대 스마트팜의 '의사결정 지원' 기능을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로봇과 드론은 AI의 분석과 판단을 물리적 세계에서 실행하는 팔과 다리다. 수확 로봇 '루비온'은 잘 익은 딸기만 골라 따고, 착유 로봇은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젖소의 젖을 짠다. 드론은 넓은 지역을 신속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곳에 정확한 양의 농약이나 비료를 살포한다.
프랜차이즈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 기술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IoT가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면 AI의 분석은 무의미해지고, AI의 판단이 정교하지 않으면 로봇의 작업은 비효율적이 된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농장을 표준화하려면 이 모든 기술 스택을 긴밀하게 통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적용을 위한 필수 조건
기술이 있다고 프랜차이즈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다수의 가맹농장을 운영하려면 세 가지 필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표준화된 기술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표준화된 자동화 기술 세트, 통합 데이터 플랫폼, 원격 모니터링·제어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동일 품종·재배조건을 여러 농장이 구현할 수 있어야 본사-가맹점 간 생산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경우 '작목별 스마트팜 표준모델' 구축이 여전히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둘째, 운영지원 역량이 중요하다. 단순히 기술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본사는 가맹농가에 대한 데이터 해석 역량 교육, 시스템 유지관리 지원, 운영 매뉴얼 제공 등 운영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는 외식·유통 프랜차이즈에서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매뉴얼·교육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
셋째, 투자 회수 및 비용 구조 검토가 필요하다. 자동화 기술·로봇장비·AI모델 구축비용은 초기투자가 크다. 프랜차이즈 모델이 안정적으로 확장되려면 기술도입비 대비 수익성, 운영비 구조, 가맹농가 부담 수준 등이 설계돼야 한다. 기술이 남다르게 앞서 있어도 가맹농가가 이를 운영하기 버겁다면 모델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데이터 기반 생육관리의 혁명적 변화
빅데이터·AI가 작물 생육환경과 시장수요 정보를 통합 분석하며, 농장운영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병해충 예측, 작황 예측, 소비자 선호 예측 등을 농장 제어시스템과 연계하는 기술이 확산 중이다.
이처럼 농업운영이 '감(感)'이 아닌 '데이터 기반 판단'으로 전환되는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품질·생산을 표준화하고 다점포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축이 된다. 국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진은 스마트폰 기반 센서·제어 기술을 포도 농장에 실증 적용해 인터넷망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가 가능하다는 성과를 공개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프랜차이즈 확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현실의 농장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하는 기술이다. 이 가상 농장에 현실과 동일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하여, 다양한 재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거나 비료 종류를 바꿀 때, 실제로 적용하기 전에 가상 공간에서 그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최적의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 이는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여 농업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들
기술 진화가 빠르다고 해서 프랜차이즈화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 도전 과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첫째, 기술 적용 격차 및 숙련도 문제다. 농가별 기술수용 수준이 천차만별이며, 자동화 기술을 운용하기 위한 숙련도나 데이터 활용 역량 역시 농가마다 편차가 크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농가 선발 및 교육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데이터 표준화 및 플랫폼 문제다. 센서·장비·시스템 제조사가 다양하고, 데이터 형식이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제조사마다 독자적인 규격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스템 간 호환성이 매우 낮다. 이로 인해 농업인은 특정 업체의 시스템에 종속되며, 여러 회사의 우수한 장비를 조합하여 최적의 시스템을 구성하기 어렵다. 이는 여러 농장을 동일한 수준으로 운영하려는 본사에게 큰 리스크다.
셋째, 기술과 농업 환경의 괴리다. 자동화·AI 기술이 충분히 개발됐더라도 실질적인 농장환경(기후변화, 기상불확실성, 작물 특성 등)과 완전하게 맞물리는 수준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모델에서는 이러한 '외생변수'가 균질화되지 않으면 가맹농가 간 품질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넷째, 비용·수익 구조의 불확실성이다. 장비·시스템 비용 회수가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고, 기술 고장이 발생하거나 데이터 오류가 생길 경우 전체 농장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랜차이즈 구조에서 본사와 가맹농가 간 위험분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성공 사례가 말해주는 것
국내에서는 스마트팜 기술데이터셋을 공개하고 농업교육을 운영하는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팜코리아 플랫폼은 2024년부터 시설원예·축산 분야의 센서·제어 데이터셋을 공개하고 있다. 이는 기술 표준화와 데이터 공유를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의 첫걸음이다.
해외에서는 수직농장·AI·자동매핑 기술을 활용해 물 사용량을 극적으로 줄이면서 고밀도 생산을 달성한 사례가 존재한다. 네덜란드의 '플랜트랩'이나 미국의 '플렌티' 같은 수직 농장 기업들은 기존 농법 대비 물과 토지 사용량을 90~99%까지 줄이면서도 생산성은 최대 350배까지 높이는 극적인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기술이 생산체계 중심으로 통합되는 단계에서 프랜차이즈 본사는 농업을 단순히 재배하는 행위가 아닌 하나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구조화할 기회를 갖는다. 일본 회전초밥 기업 '쿠라스시'는 AI 스타트업 '우미트론'과 협력해 방어 스마트 양식에 성공했다. AI가 수중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방어의 식욕을 판단하고 사료 공급량과 시점을 최적화함으로써, 사료 낭비를 10% 줄이고 관리 인력의 현장 투입 주기를 매일에서 2~3일에 한 번으로 줄였다.
기술 중심 프랜차이즈 전략의 핵심
프랜차이즈 본사와 예비 창업자를 위한 기술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기술도입 단계에서 파일럿 농장(직영형)을 먼저 운영하고, 기술·운영 매뉴얼을 확보한 후 가맹농가 모델로 확장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네덜란드가 1960년대부터 수십 년간 온실 환경 제어 기술을 발전시켜 99% 보급률을 달성한 것처럼, 성급한 확장보다는 탄탄한 기술 기반 구축이 우선이다.
둘째, 본사는 가맹농가에 대한 데이터 분석·해석 교육, 기술지원 체계를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농가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평균 27.9% 향상됐지만, 이는 적절한 교육과 지원이 뒷받침됐을 때의 이야기다.
셋째, 기술·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비용회수 시점(ROI), 운용 리스크(센서 고장·데이터 오류 등), 가맹농가 부담 수준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첨단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넷째,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데이터 플랫폼 및 표준화 동향, 해외 기술벤치마크, 농업환경 변화를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률을 약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는 기술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이 여는 새로운 농업 프랜차이즈 시대
'스마트팜 3.0' 시대는 데이터-AI 중심의 자동생산→브랜드유통→소비서비스로 이어지는 통합농업플랫폼의 출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농가가 기술과 운영역량을 동시에 확보할 때, 농업은 더 이상 고립된 생산행위가 아닌 서비스산업의 일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미래의 3세대, 4세대 스마트팜은 의사결정 자동화와 완전 자율 운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파종부터 수확,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로봇과 AI가 자동으로 수행하는 완전 무인 농장이 등장하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기술 플랫폼 제공자로서 수백, 수천 개의 가맹농장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기술 과도기에는 신중한 실행과 리스크 분산이 필수다. 농업은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외생변수(기후·병충해·토양조건 등)가 존재하므로, 프랜차이즈 모델을 설계할 때는 기술+운영지원+리스크관리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기술 혁신이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기술적 고립'을 넘어, 모든 농업인이 그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총체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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