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215억 반환 판결, 프랜차이즈 업계 "생존 위협" 비상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6-01-15 13:18:45

대법원 차액가맹금 부당이득 판결…1조 원대 소송 도미노 우려
"90% 본부 주 수익원 차단"…영세 브랜드 줄도산 위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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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215억 원을 반환하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으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가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수십 년간 업계의 관행이었던 수익 구조가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영세 프랜차이즈 본부들의 연쇄 도산과 일자리 대량 실업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행이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대법원 3부는 15일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피자헛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징수한 차액가맹금 215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원부자재를 대량 구매해 가맹점에 공급하면서 취하는 유통 마진이다. 본사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저렴하게 구매한 식자재를 가맹점에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보관·품질관리 비용을 포함한 마진을 받아온 것이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문제는 이런 차액가맹금이 가맹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차액가맹금은 가맹사업법상 가맹금의 일종이므로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며 합의 없이 받은 금액은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했다. 피자헛의 경우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고 점주들과의 묵시적 합의도 인정되지 않아 패소했다.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 자체를 부정하는 판결"

업계는 이번 판결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국내 가맹본부의 약 90%가 차액가맹금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며 "이번 판결로 상당수 영세 가맹본부가 줄도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내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로열티 수입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구조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매출의 3~6% 수준의 낮은 로열티를 받는데, 이 금액으로는 본부의 메뉴 개발, 마케팅, 점포 관리, 직원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다. 차액가맹금은 이런 본부 운영비를 충당하는 핵심 수익원이었다.

한 중견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로열티만으로 본부를 운영하려면 로열티율을 최소 15~20%까지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며 "결국 점주와 본부 모두에게 손해"라고 토로했다.

피자헛 법정관리, 빙산의 일각

이번 판결의 직격탄을 맞은 피자헛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2심 패소 후 일부 점주들이 본사 계좌를 압류하는 등 강제집행에 나서자, 피자헛은 지난해 11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15억 원이라는 거액의 반환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으며, 피자헛은 내년 3월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한때 국내 피자 시장을 주도했던 피자헛이 결국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피자헛의 위기는 다른 브랜드들에게 경고등이다. 현재 bhc, 교촌치킨, BBQ,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등 17개 주요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2,500여 명의 가맹점주가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선례가 되면서 패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1조 원대 소송 폭탄…업계 전체 존폐 기로

가장 큰 우려는 소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 추산 잠재적 리스크 규모는 1조 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차액가맹금 문제를 몰랐거나 소송을 주저했던 점주들까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일제히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 프랜차이즈 본부들의 타격이 심각할 전망이다. 대형 브랜드와 달리 중소 본부들은 자금 여력이 없어 소송 비용과 반환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 기반 소규모 프랜차이즈들은 수억 원만 토해내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줄도산이 시작되면 수만 개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격한 변화는 독, 업계와 소통 필요했다"

업계는 차액가맹금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이 필요하지만, 소급 적용하는 방식의 판결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수십 년간 합법으로 여겨졌던 관행을 갑자기 불법으로 규정하고 과거 수년 치를 반환하라는 것은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법원이 투명한 계약과 공정 거래를 강조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계 현실을 고려한 점진적 개선이 필요했다"며 "하루아침에 수익 구조를 바꾸라는 것은 사실상 폐업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최근 개정된 가맹사업법은 계약서에 필수품목과 공급 가격 산정 방식을 명시하도록 했지만, 이는 앞으로의 계약에 적용되는 것이지 과거까지 소급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는 법 개정 이전 계약까지 문제 삼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해외 사례와 동떨어진 판결

업계는 해외 프랜차이즈 선진국들도 유통 마진을 중요한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본부가 원부자재 공급에서 상당한 마진을 취하며, 이는 계약서에 명시 여부와 관계없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당연한 구조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전문 변호사는 "해외에서는 원부자재 공급 자체가 본부의 핵심 사업이며, 가맹점은 이를 전제로 계약을 체결한다"며 "국내만 유독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글로벌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결국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본부들이 생존을 위해 로열티를 대폭 인상하거나 가맹비를 높이면 점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이는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프랜차이즈 본부들이 대량 도산하면 가맹점주들도 브랜드를 잃고 폐업 위기에 몰린다. 한 가맹점주는 "본사가 망하면 우리도 끝"이라며 "무조건 본사를 적으로 몰아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주 간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투명한 계약과 공정 거래라는 원칙을 지키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과 조치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업계가 투명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수익 구조를 만든다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단기적 충격을 완화할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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