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리하면 연 최대 12만원… 정부, 예방 중심 헬스케어 전환 본격화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12-09 13:53:21

24개 시범지역서 3년간 운영, 만성질환 예방·관리에 인센티브 제공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 참여… "4조 6천억 사회적 손실 줄일 혁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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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걷기만 해도, 혈압을 재고 기록만 해도 돈을 받는다. 건강검진을 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최대 12만원의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1년 7월부터 시행 중인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가 국민 건강 증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 4조 6천억 손실 막는 예방 투자, 국가적 과제로 부상

한국 사회는 만성질환자 증가와 흡연, 음주, 비만 등 건강 위험 요인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에 직면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건강 위험 요인에 의한 생산성 손실액이 연간 약 4조 6676억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의료비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기존 보건 정책만으로는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생활 습관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들의 혈압과 혈당 조절 비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질병에 시달리는 기간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기간, 즉 건강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예방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는 바로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서 탄생했다. 개인 스스로 건강 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중증 및 고액 질병 발생을 예방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감소시키는 것이 핵심 목표다.

맞춤형 건강관리, 예방형·관리형 이원화 운영

이 제도는 전국 24개 시범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3년간 운영되고 있으며, 참여자 특성에 맞춰 '예방형'과 '관리형' 두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됐다.

예방형은 만 20~64세 건강보험 가입자 중 최근 6개월 이내 일반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 위험 요인 결과를 받은 사람이 대상이다. 2년간 참여하며 건강관리 프로그램 이수나 보수계 연동을 통한 실천 활동으로 최대 12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관리형은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를 위한 집중 관리 프로그램이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등록된 환자 중 최근 3개월 이내 케어플랜이 수립된 사람이 참여할 수 있으며, 1년간 최대 6만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개막

참여 방법은 놀랍도록 간단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모바일 앱 'The건강보험'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보수계를 연동하면 일상적인 걷기 활동만으로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YouTube를 통해 참여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는 영상을 제공하고 있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관리형 참여자의 경우 더욱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혈압이나 혈당을 주 2회 자가 측정하여 앱에 입력하면 회당 250점을 받는다. 만성질환 관리 의원에서 케어플랜에 따른 교육과 상담을 받으면 회당 4000점, 연간 2회 이상 점검 및 평가를 받으면 10000점이 추가 적립된다.

특히 참여 신청만으로도 10000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만성질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초기 시행착오 딛고 대폭 개선, 참여 동기 강화

정부는 시범사업 초기 참여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과감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인센티브의 대폭 상향이다. 예방형 참여 포인트는 2000점에서 5000점으로 2.5배, 관리형 참여 포인트는 2000점에서 10000점으로 무려 5배 증액됐다.

아울러 복잡했던 참여 유형을 통합하고 건강 위험 그룹 구분을 삭제해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했다. 포인트 사용처도 확대하고 모바일 상품권 교환을 허용하는 등 실질적인 활용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개선 조치는 정책 당국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실제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상이 곧 건강투자, 예방 중심 의료 패러다임 전환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보상을 넘어선다. 이 제도는 국민들에게 '예방이 곧 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일상 속 작은 실천이 모여 건강한 미래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형 프로그램은 환자들이 의료기관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기적인 혈압·혈당 측정과 의료진의 상담은 질병 악화를 예방하고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개인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 이 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보완점을 개선하고 본 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보건소와 의료기관의 든든한 지원 체계

이 제도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전국 24개 시범지역의 보건소에서는 전담 인력을 배치해 참여 신청 접수부터 포인트 적립 기준 안내, 보수계 연동 지원까지 세심하게 돕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보건소를 비롯한 각 지역 보건소는 건강증진팀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성공적인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관리형 참여자들은 일차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의사와 함께 수립한 케어플랜에 따라 교육과 상담을 받고,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다.

건강한 국민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하루 만 보 걷기, 정기적인 혈압 측정, 건강검진 이수 같은 작은 실천이 모여 4조 6천억 원의 사회적 손실을 줄이고,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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