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5부작 스테이블 코인] 2부 아마존·월마트·페이팔까지... 글로벌 대기업들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전쟁' 본격화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24 07:08:34

유통공룡들 "자체 결제토큰 발행 검토"... 기존 금융 인프라 의존도 낮추며 경쟁력 강화 나서
전통 은행도 변화의 물결에... JP모건 'JPM코인'으로 수십억 달러 거래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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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암호화폐 전문 기업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기관과 빅테크, 유통 대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금융과 결제, 나아가 유통과 무역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월마트 같은 유통 공룡부터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기존 결제 네트워크, JP모건 등 전통 금융기관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구사하며 새로운 금융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월마트, 결제 주도권 확보 위해 자체 토큰 발행 검토

세계적인 유통·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경쟁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자체 결제 토큰 발행을 적극 검토하며 글로벌 플랫폼 내 전자상거래 결제 혁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아마존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경우 전 세계 수억 명의 고객과 셀러가 동시에 연결되면서 결제 비용 절감과 거래 속도 개선이 가능해진다. 특히 글로벌 셀러들에게는 환전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월마트 역시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과 결제 수단을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규모 유통망을 가진 기업이 결제 주도권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월마트가 보유한 수천만 명의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결제 생태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글로벌 유통 공룡들은 기존 금융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 데이터와 결제 흐름을 자사 플랫폼 내부로 흡수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비자·마스터카드도 변화 대열에... 페이팔 'PYUSD'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성장은 기존 결제 네트워크 업체들에게도 커다란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을 본격적으로 통합하기 시작했다. 비자는 USDC 결제를 일부 국가에서 지원하며,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를 기존 카드 네트워크에 접목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직접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페이팔의 행보다. 페이팔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하며 결제 서비스 혁신에 본격 나섰다. 사용자는 페이팔 앱에서 달러와 PYUSD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송금과 결제를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중소 규모 온라인 판매자들이 낮은 수수료로 글로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결제 네트워크들은 '중개인'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 기반 결제라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도 합류... JP모건 'JPM코인'으로 수십억 달러 거래

글로벌 대형 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수익원 창출의 기회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JP모건은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체 스테이블코인 'JPM코인'을 활용해 대규모 자금 이체와 기업 간 결제를 처리하고 있다. 기존의 느리고 비싼 SWIFT망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JPM코인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움직임은 단순 실험 차원을 넘어섰다고 평가된다.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관투자가를 겨냥한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안정적인 자산 운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기관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통 금융이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본격적인 발걸음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은행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전문기업들의 선도적 역할 지속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전문 기업들은 여전히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최전선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USDC 유통에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자체 결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거래소와 연계한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을 늘려가고 있다. 또한 기관 투자자 대상 서비스 확장을 통해 시장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레인(Rain)이 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스타트업인 레인은 글로벌 카드사 비자와 협력해 USDC 기반 결제카드와 자동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에 참여한 기업으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사례로도 의미가 크다. 레인은 결제 영역뿐 아니라 신용채권 토큰화 등 신사업 영역에서도 활발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들 전문기업들은 발행과 유통, 그리고 실제 결제 인프라 구축까지 주도하며 시장 확산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통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 뚜렷

글로벌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첫째, 발행보다 인프라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보다는 기존 결제망에 통합하거나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둘째, 비용 절감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송금·정산 비용을 줄이고 빠른 결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공통된 목표다.
셋째, 규제 대응을 철저히 하고 있다. 각국의 규제 프레임워크에 맞춰 발행·유통 전략을 조정하며, 규제 친화적 시장을 중심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도 존재한다. 아마존과 월마트는 유통망을 기반으로 소비자 결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반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기존 네트워크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시장을 방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통 금융기관은 기관투자가를 겨냥한 안정적 서비스를 강화하고, 코인베이스와 레인 같은 특화 기업은 기술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금융 인프라 판도 변화 예고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경쟁이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결제 비용 절감속도 혁신, 그리고 규제 적합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전략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발행사의 투명성과 규제 정합성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의 고유한 장점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고, 이는 곧 국제 금융 질서와 실물 경제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주변부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누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다음 3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 즉 발행자가 아닌 '전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그 의미를 집중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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