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해외진출 '숨은 지뢰밭'...조지아 475명 단속이 던진 경고
허양 기자
yheo@fransight.kr | 2025-09-09 17:57:47
"투자 환영하지만 단속 지지"...미국 정치권 이중신호에 기업들 혼란
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충격에 빠졌다.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단속이 한국 기업의 해외사업 운영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합동으로 벌인 단속에서 475명이 구금됐다. 이 중 300여 명이 한국인으로, 미 당국은 "HSI 역사상 단일 현장 최대 집행"이라고 발표했다.
'메가프로젝트' 통째로 멈춘 전례없는 단속
이번 단속의 특이점은 완공 전 대규모 건설 현장을 아예 멈춰 세운 점이다. 헬기와 전술 차량, 대형 버스까지 동원된 현장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 규모와 강도를 실감케 했다. 현장에서 구금된 인원 상당수는 설비 설치와 시운전을 담당하는 전문 기술 인력이었다. 이들은 B-1(단기 업무)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 등으로 입국해 현장에 투입된 상태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비자 범위와 실제 업무 내용, 고용 형태가 맞물리는 회색지대가 대규모 단속으로 표면화한 사례"라고 분석한다.
"투자 환영하면서 단속 지지" 조지아의 이중메시지
더 큰 문제는 정치적 환경이다. 조지아주 지도부는 사건 전후로 "한국 투자 환영" 메시지를 내면서도, 동시에 단속에는 공개적으로 협조했다. 현지 정치권과 노조는 "미국 노동자 일자리 보호"를 내세워 단속을 옹호했다. 투자 유치와 법 집행이라는 상반된 신호가 교차하면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는 유치하면서 동시에 강경 단속을 지지하는 양면성이 구조화됐다"며 "투자 신뢰에 금이 간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2기 '작업장 단속' 강화 신호탄
이번 사건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규모 '작업장 단속'이 다시 부활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 당국이 "역사상 최대 단일 현장"임을 반복 강조하며 영장 기반의 형사수사형 단속임을 부각한 것도 향후 유사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기업들, 대응책 마련 시급
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사업 운영방식의 전면 재점검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자·업무 매핑 시스템 구축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무 단계별로 비자 카테고리와 1:1 매핑하고, 하도급 사슬 전체의 고용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장 단속 대응 프로토콜도 필수다. 영장 제시부터 변호사 연락, 영사 연락까지 30-60-90분 체크리스트를 문서화하고 상시 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 컴플라이언스 전담 인력 배치가 핵심이다. 미국 내 상시 컴플라이언스 오피서를 두고, 노무·이민 전문 로펌과 이중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전 대비책이 필요하다.
"현지 소통채널 구축이 생존전략"
전문가들은 주정부, 경제개발청, 노조와의 상시 소통채널 구축을 강조한다. 공사 일정과 현지 고용계획을 분기별로 브리핑하는 등 적극적인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이제 현장 컴플라이언스가 보험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됐다"며 "단기적으로는 대체 인력과 공정 버퍼를,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기술 인력 양성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지아 사건은 단순한 단속 사례를 넘어 한국 기업들의 해외사업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 이상 '단기 출장을 통한 현장 투입' 방식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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