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심층특집 ④] "위협 아닌 기회"... 한국, 6G 우주통신 패권 노린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1-13 07:23:49

게이트웨이 국내화·전파 관리·보안 강화... 정부, NTN 시대 전략 총동원
"5G 최초 상용화 넘어 6G 주도국으로"... 수출형 우주통신 산업 육성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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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외국 통신 서비스의 상륙이 아니다. 한국 통신 산업이 '지상망 중심 시대'를 넘어 '비지상 통신(NTN)' 시대로 진입하는 신호탄이다. 정부 승인 과정의 논란이 일시적 소동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이 바로 정책과 기술 체계를 재정비하고 6G NTN 시대의 산업 지형을 선도할 "국가 전략 시점"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데이터, 일본 거쳐 미국행"... 게이트웨이부터 국내로

스타링크의 한국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먼저 제기된 이슈는 '게이트웨이의 국내화' 문제다. 게이트웨이란 위성과 지상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관문으로, 데이터가 반드시 한 번 통과해야 하는 '네트워크 국경'이다.

현재 스타링크의 동북아 권역 게이트웨이는 일본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 이용자의 데이터가 일본을 거쳐 미국 본사로 전송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구조는 데이터 주권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즉, 국내 이용자의 통신 데이터가 외국 법률과 관할 아래서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클라우드 산업에서 동일한 문제를 경험했다. 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는 국내 리전을 설치해야만 공공기관과 금융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위성 통신망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타링크를 포함한 해외 위성사업자에게 국내 게이트웨이 구축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단순한 보호주의가 아니라 통신 보안, 사생활 보호, 사법적 통제권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국내 게이트웨이 설치를 통해 정부는 네트워크 감사와 모니터링을 수행할 수 있고, 재난이나 사이버 공격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결국 게이트웨이 국내화는 데이터 주권의 출발점이자 6G 안보 인프라의 기본 토대다.

수천 개 위성과 5G 기지국, 주파수 싸움 시작됐다

비지상 통신은 전파 혼신 문제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저궤도 위성은 수천 기 단위로 운용되며, 지상망(5G, 와이파이, IoT)과 주파수 대역이 중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2GHz, 28GHz 대역은 위성과 5G가 동시에 사용을 요청하는 영역으로, 국제적으로 스펙트럼 분쟁이 뜨거운 주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위성과 지상국 간 신호 간섭은 비행기, 선박, 드론 등 이동체의 통신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파공존 관리체계'를 6G 대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차량이나 선박, 항공용 위성 단말의 출력, 빔 패턴, 주파수 허용치를 명문화하는 기술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 실시간으로 간섭을 예측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전파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내 주파수 등록과 공존 협약을 주도해야 한다.

전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6G 시대의 '보이지 않는 교통신호'다. 지상과 우주의 트래픽을 안전하게 나누는 정교한 신호체계가 없다면, 초연결은 곧 초혼잡으로 변할 수 있다.

우주 데이터 경로 추적... "보안 규정 지상망 수준으로"

위성통신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네트워크'다. 따라서 사이버 보안 프레임이 지상망보다 훨씬 복잡하다. 특히 스타링크처럼 위성 간 레이저 통신으로 데이터를 중계하는 경우, 데이터 경로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감청, 감사, 추적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정부는 'NTN 보안 규격'을 지상망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위성 통신 보안은 암호화와 인증 중심에 머물러 있지만, 6G 시대에는 보안과 가시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즉, 누가 언제 어떤 데이터를 어느 경로로 송수신했는지를 로그 기반으로 추적할 수 있는 제도적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세 가지 조치가 시급하다. 첫째, 국경 간 트래픽 흐름을 국가 단위로 점검 가능하도록 위성 트래픽 감사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국가 보안망과 민간망을 분리해 공공과 군용 전용 게이트웨이를 운영해야 한다. 셋째, 단말과 지상국, 운영망의 보안 수준을 등급화하고 일정 수준 미달 사업자의 국내 서비스를 제한하는 'NTN 보안 인증제'를 신설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스타링크 같은 해외 사업자와의 공존이 가능하다. '신뢰 가능한 우주망'은 6G 시대의 디지털 주권 방어선이 될 것이다.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K-NTN' 산업 키운다

정책은 산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스타링크의 진입은 한국 통신산업에 위협이 아니라 기술 자립과 수출 산업화를 촉진할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위성통신 부품과 장비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저궤도 위성용 안테나, 온보드 프로세서, 고주파 증폭기 등 핵심 부품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5G 시대를 통해 RF 반도체, 빔포밍, 안테나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이를 NTN 영역으로 확장할 기반이 충분하다.

정부가 주도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통신사, 방산기업(한화시스템, LIG넥스원), 전자업체, 연구기관(ETRI, KARI) 등이 참여하는 'K-NTN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부품, 표준, 실증을 통합적으로 추진한다.

둘째, 해상, 항공, 재난 대응용 NTN 단말과 지상국 장비를 우선적으로 국책사업에 도입해 내수 기반을 확보한 뒤 수출형 레퍼런스로 전환한다. 셋째, 3GPP와 ITU-R에서 NTN 관련 규격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한국 기술이 국제 표준에 반영되도록 한다.

이렇게 구축된 생태계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수출형 K-NTN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다. 위성통신 단말과 안테나, 이동체용 하드웨어, 게이트웨이 장비는 2030년 기준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5G 넘어 6G 주도국으로"... 지금이 골든타임

스타링크는 한국 정부가 그려온 6G 청사진을 미래가 아닌 '현재의 과제'로 앞당겨 놓았다. 게이트웨이 국내화, 전파공존 체계, 보안 규정, 산업 생태계 구축 — 이 네 가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한국이 이 시점을 놓친다면 6G 시대의 '비지상망 표준'은 외국 기업의 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반대로 지금 정책과 기술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실행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를 넘어 "6G NTN 기술 주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링크를 경쟁자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 정책을 가속화시키는 실험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기업, 연구기관이 하나의 시간표 위에서 "6G-NTN 로드맵을 지금 당기는 실행력"을 보여줄 때, 한국은 우주와 지상을 잇는 새로운 연결 패권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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