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금융 생태계 리포트 ①] "늦으면 문 닫힙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4분기 예산 조기소진 '비상'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1-03 08:58:14
2026년부터 '테마형 정책자금' 개편… "정책 부합성이 승인 열쇠"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2025년 11월 현재,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 정책자금의 4분기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운영하는 일부 직접대출 상품은 이미 접수를 종료했고, 일반경영안정자금과 대환대출만 간신히 '잔여 예산'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자금에 대한 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복잡한 신청 구조와 매년 달라지는 세부 조건 때문에 현장 체감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 본지는 프랜차이즈 창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지금 당장' 활용 가능한 정책자금의 실체를 파헤쳤다.
성장이냐, 생존이냐… 자금 용도부터 구분하라
소진공 정책자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장기반자금', 일상 운영을 위한 '일반경영안정자금', 그리고 위기 극복용 '특별경영안정자금'이다.
성장기반자금의 대표 주자는 소공인특화자금과 혁신성장촉진자금이다. 상시 근로자 10인 미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소공인특화자금은 운전자금 1억 원, 시설자금 최대 5억 원까지 지원한다. 자동화 설비 도입이나 공장 확장 등 생산성 향상 투자에 적합하다.
혁신성장촉진자금은 수출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체, '백년가게' 인증 업소 등을 대상으로 시설자금 최대 10억 원까지 융자가 가능하다. 두 상품 모두 금리는 분기별 변동형으로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 수준이다.
업종과 업력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신청할 수 있는 일반경영안정자금은 인건비, 재료비, 임차료 등 일상적 운영자금을 최대 7천만 원까지 지원한다.
특별경영안정자금은 올해 '대환대출'과 '청년고용연계자금'이 중심이다. 대환대출은 시중은행이나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을 연 2%대 후반의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전환해주는 상품이다. 중·저신용 소상공인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2025년 하반기에도 잔여 예산이 남아 있다.
청년고용연계자금은 대표자가 만 39세 이하이거나 청년 근로자를 고용 중인 사업체에 고정금리 약 2%대, 한도 7천만 원 조건으로 제공된다.
직접대출 vs 대리대출, '심사 주체'가 운명 가른다
정책자금의 핵심은 '누가 심사하느냐'다. 소진공이 전 과정을 관리하는 '직접대출'과, 소진공의 적격 확인 후 은행이 최종 실행하는 '대리대출'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직접대출은 소진공이 사업계획서, 재무자료, 정책 부합성 등을 종합 평가해 직접 자금을 지급한다. 사업성은 높지만 재무 기반이 약한 창업 초기 기업에게 유리하다.
반면 대리대출은 소진공에서 '정책자금 지원대상 확인서'를 발급받아 시중은행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관건은 은행의 상업적 신용심사를 한 번 더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일반경영안정자금의 대부분이 대리대출로 진행되며,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가 필수다.
한 소진공 관계자는 "정책적 가치가 높은 사업 모델이라면 직접대출, 신용점수와 거래 이력이 안정적이라면 대리대출이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2월 넘기면 경쟁률 폭등"… 신청 타이밍이 승부처
정책자금은 분기별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늦게 신청하면 조기 소진으로 문전박대를 당할 수 있다.
2025년 11월 현재 소진공 공고 기준, 일반경영안정자금과 대환대출은 4분기분 일부 잔여 예산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직접대출형 성장기반자금은 이미 예산 소진으로 올해 접수가 종료됐다.
2026년 상반기 신규 접수는 2월 전후로 재개될 예정이며, 연초에는 경쟁률이 급격히 치솟는다. 소진공은 최근 온라인 통합 시스템을 통해 신청자의 자격 적합 여부를 자동 판단하는 '사전진단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불필요한 방문을 줄이고 대출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은행들, 정책자금으로 '고객 낚시'
은행들은 정책자금 대리대출을 통해 정부의 정책 집행 파트너이자 시장 경쟁자라는 이중 역할을 한다. 대리대출은 정부 보증으로 부실 위험이 낮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황금 어장'이다.
소진공에서 정책자금 확인서를 발급받은 사업자가 국민·하나·우리은행을 방문하면, 해당 은행은 자체 신용심사를 거쳐 정책자금을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새로 유입된 고객에게 자사 신용대출, 카드, 예금 상품을 교차 판매하며 관계를 확대한다.
2025년 들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모두 정책자금 대리대출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완비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비대면 대출 이용 고객에게 보증료나 이자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정책자금 사전진단 서비스'를 통해 자격 여부를 앱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청년·저신용자 지원 강화… "포용금융 실험장"
2025년 하반기부터 청년 창업자와 저신용 소상공인 대상의 정책금융이 한층 강화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고용연계자금 외에도 '민간투자연계형 매칭융자'를 통해 스타트업형 소상공인에게 민간투자금의 최대 5배까지 정책자금을 연계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진흥원 및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사업자 햇살론'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을 중심으로 중·저신용자용 대출 창구를 넓히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자금은 단순한 저리 융자가 아니라 고용·혁신·포용을 실행하는 정책 수단"이라며 "대출 금리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자가 정책 목적에 부합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컨설팅 이수하면 금리 '뚝'
정책자금은 금융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소진공과 은행권이 공동 운영하는 '소상공인 컨설팅 제도'를 이수하면 자부담금 10% 면제와 대출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올해부터 컨설팅 이수 소상공인에게 금리 인하를 제공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는 컨설팅을 리스크 관리 도구로 활용하려는 금융권의 전략이기도 하다.
사업계획이 정교할수록 신용평가가 개선되고 금리 인하라는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컨설팅 참여는 대출 승인률을 높이는 유효한 방법으로 평가된다.
2026년부터 '테마형 정책자금' 시대 온다
정책자금은 금융 상품이 아니라 '정책 실행의 통로'다. 저금리라는 혜택만 보고 접근하면 사업 목적과 부합하지 않아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불필요한 부채를 떠안는 위험이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지역혁신 등 정책 목표에 맞춘 '테마형 정책자금'으로 구조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산업 방향성과 연계된 맞춤형 금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정책자금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정책을 함께 실행할 파트너'에게 주어지는 자금"이라며 "소상공인이 스스로의 사업 목적을 명확히 하고,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영역을 찾아야 지원 문이 열린다"고 조언했다.
 
제2부 「은행별 소상공인 금융 생태계 비교 분석」에서는 5대 시중은행의 비대면 대출 구조, 프랜차이즈 특화 금융, 수수료 정책 차이를 종합 비교해, '정책자금 이후'의 금융 파트너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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