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커피 괴물’ 더치브로스, 불황 뚫는 성공의 법칙 해부하다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6-02-03 19:45:41

휴먼 터치와 디지털의 결합… 프랜차이즈 생존을 위한 제언 AI 생성 이미지

글로벌 커피 공룡 스타벅스가 성장 둔화로 고심하는 사이, 미국 전역을 ‘파란 풍차’로 물들이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브랜드가 있다. 1992년 오리건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리어카 한 대로 시작해 현재 연 매출 2조 원(약 16억 달러)을 바라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더치브로스(Dutch Bros)’가 그 주인공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5.2% 폭증했으며, 소비 위축 속에서도 동일 매장 매출 성장률 6~8%대를 유지하며 강력한 팬덤을 증명했다.

본지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직면한 역대급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더치브로스의 성공 방정식인 ‘문화(Culture)’ ‘시스템(System)’ ‘상품(Product)’의 3각 편대를 정밀 분석했다.

◇ ‘바리스타’ 대신 ‘브로이스타’... 사람이 곧 브랜드다

더치브로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사람 냄새’에 있다. 이곳의 직원들은 단순 제조 인력인 바리스타가 아니라, 고객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하는 ‘브로이스타(Broista)’로 정의된다. 이들은 고객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네고, 슬픔에 잠긴 고객의 손을 잡고 기도해주는 등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환대 문화’의 연속성을 위해 더치브로스는 철저한 내부 성장 모델을 고수한다. 외부 자본가에게는 신규 가맹점을 내주지 않고, 밑바닥에서 최소 3년 이상 근무하며 브랜드 철학을 뼛속까지 체득한 내부 인원에게만 운영권을 부여한다. 이는 본부와 가맹점 간의 일체감을 높이고 브랜드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 효율로 시간을 벌고, 환대로 시간을 채우다

더치브로스의 운영 시스템은 극도로 효율적이다. 임대료가 저렴한 외곽 지역에 작은 박스형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짓고 고정비를 최소화한다. 대신 차량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라인 버스터(Line Buster)’라 불리는 직원들이 태블릿을 들고 차 사이를 직접 누비며 미리 주문과 결제를 끝낸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출신의 크리스틴 바론 CEO 지휘 아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전체 거래의 72%가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며, 2024년 말 전국적으로 도입된 모바일 주문 시스템은 회전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주목할 점은 디지털 도입으로 아낀 시간을 고객과의 ‘눈맞춤’과 ‘안부 인사’에 재투자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효율을 위해 존재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경험은 철저히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전략이다.

◇ Z세대의 ‘놀이터’가 된 메뉴판

상품 전략은 Z세대의 개성 표현 욕구를 완벽히 저격한다. 1만4000가지가 넘는 커스텀 조합은 음료를 단순한 마실 거리가 아닌, 자신을 증명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변모시켰다.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기피하는 젊은 층을 위해 ‘뱀파이어 슬레이어’ 같은 힙한 이름의 에너지 드링크 라인 ‘레벨(Rebel)’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온라인에서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크릿 레시피가 공유되고, 오프라인에서는 매달 배포되는 한정판 스티커를 받기 위해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줄을 선다. 이는 본사가 큰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수백만 명의 고객을 전천후 홍보 대사로 만드는 기적을 낳았다.

◇ K-프랜차이즈, 무엇을 포착할 것인가

더치브로스의 사례는 한국 시장에 세 가지 실전적인 해답을 던진다.

첫째, ‘눈치 있는 한국형 환대’다. 과한 간섭을 싫어하는 한국 정서에 맞춰, 억지로 말을 걸기보다 고객의 취질과 특이사항을 기억해 조용히 배려하는 인적 서비스를 가맹본부 차원에서 매뉴얼화해야 한다. 기계적인 인사가 아닌 “오늘도 아이스아메리카노 드시나요?” 같은 한 마디가 불황 속 ‘찐 단골’을 만든다.

둘째, ‘유료 커스텀 옵션’의 적극적 도입이다. 주문 절차가 복잡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시럽과 토핑, 우유 종류를 유료 옵션으로 제공해 객단가를 높여야 한다. 이는 가맹점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고객에게는 ‘취향 존중’이라는 만족감을 준다.

셋째, ‘내부 창업 지원 제도’의 강화다. 가맹본부는 숙련된 직원이나 매니저가 가맹점주로 독립할 수 있는 금융 지원이나 우선권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점주가 운영하는 매장은 불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동화가 가속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 사이의 온기는 가장 귀한 상품이 된다. 더치브로스의 폭발적 성장은 결국 장사의 본질이 숫자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임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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