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금융 생태계 리포트 ②] KB는 '속도', 하나는 '데이터', 우리는 '컨설팅'… 5대 은행 소상공인 금융 '3파전'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1-04 07:04:12

신한은행만 타행이체 수수료 유료 고수… "연 수십만원 차이 날 수도"
100% 비대면 vs 프랜차이즈 특화 vs 생애주기 지원, 전략 극명히 갈려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소상공인을 둘러싼 은행들의 경쟁 구도가 '대출 금리 싸움'에서 '플랫폼 전쟁'으로 전환됐다. 2025년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은행)은 정부 정책자금의 대리인 역할을 넘어, 각자 차별화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며 소상공인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랜사이트 특별취재팀이 5대 은행의 소상공인 금융 체계를 전격 비교한 결과, 은행마다 '속도', '데이터', '컨설팅'이라는 서로 다른 무기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영업점? 이제 앱이면 충분합니다"

KB국민은행은 5대 은행 중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르다. 대표 상품인 'KB소상공인 신용대출'은 영업점 방문 없이 KB스타뱅킹 또는 KB스타기업뱅킹 앱에서 신청부터 실행까지 100% 비대면으로 처리된다. 한도는 최대 2억 원, 금리는 연 7.5%대부터 시작한다.

이 은행의 진짜 강점은 '비대면 정책자금 대리대출'까지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진공의 정책자금 확인서만 제출하면 영업점 방문 없이 정책자금 심사와 실행이 가능하다. 은행권 최초로 구축된 이 시스템을 통해 2025년 현재 전국적으로 약 7만 명의 소상공인이 대출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대출과 동시에 '사장님+적금'(최고 연 6%), '파킹통장' 같은 고금리 사업자예금 상품을 연계해 고객을 장기적으로 묶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자 지원 이벤트(보증료 현금 환급 등)도 적극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을 "비대면 편의성 1위"로 평가한다.

신한은행, 유일하게 타행이체 수수료 부과… "불편하지만 빠르다"

한때 코로나19 시기 신속한 정책자금 대출로 '위기 대응 은행' 이미지를 구축했던 신한은행은 2025년 다소 다른 행보를 보인다. 현재 주력 사업자 상품은 '신한카드 사업자금대출' 및 신한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로, 금리 구간은 5.2~19.9% 수준이다. 은행 자체 상품 비중이 줄고 카드·저축은행 계열사와 연계된 포트폴리오로 이동했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타행 이체 수수료 정책이다.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가 기업 인터넷뱅킹을 통해 타행으로 송금할 때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단, '신한 쏠비즈 기업통장' 가입 시 월 100건 무료 혜택이 제공되며, 거래 규모가 큰 고객은 영업점장 승인으로 추가 면제가 가능하다.

경쟁 은행들이 전면 무료화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구조는 부담이다. 한 달 수십 건 이상의 거래가 발생하는 프랜차이즈 점주의 경우 연간 수십만 원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러한 비용 구조에도 신한은행은 기업고객 전문 서비스와 신용보증기금 연계 대출의 신속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수수료는 있지만 신속하고 안정적'이라는 전통적 금융 접근을 유지하는 셈이다.

하나은행, 카드 매출 분석해 대출 심사… "프랜차이즈 전문가"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데이터 분석 능력에서 한발 앞선다. '사업자우대 신용대출'은 사업자의 신용카드 매출 실적을 핵심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 재무제표나 담보보다 실시간 현금흐름을 평가하기 때문에, 매출 이력은 탄탄하지만 자산이 적은 소상공인에게 유리하다.

특히 프랜차이즈 산업에 특화된 상품이 두드러진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출'은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블루핸즈, 오토큐 등 제휴 브랜드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하며, 가맹본부의 운영 안정성과 브랜드 신뢰도를 신용평가 요소로 활용한다. 일반 창업대출보다 한도와 금리 조건이 유리하다.

하나은행은 소진공의 정책자금 대상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정책자금 자가진단 서비스'를 앱에 도입했다. 신청자는 온라인에서 즉시 정책자금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대출까지 연계할 수 있다. '고금리 대출 전환(대환) 상품'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지원도 활발하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연계된 금융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춘 점에서,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을 "프랜차이즈 창업자에게 가장 친숙한 은행"으로 꼽는다.

우리은행, 창업부터 재기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은행은 창업 단계부터 폐업 이후 재기 지원까지 사업 생애주기 전체를 포괄하는 금융 모델을 운영한다. 대표 상품인 '우리 프랜차이즈론'은 기존 가맹점주에게 최대 2억 원, 창업 6개월 이내의 신규 가맹점주에게 최대 1억 원까지 제공된다. 프랜차이즈 본부와의 계약 체결 및 카드 매출 입금 계좌 지정만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어 실무 효율성이 높다.

우리은행은 정책자금 대리대출, 폐업지원 대환대출, 햇살론 등 정부 연계 보증상품을 폭넓게 취급한다. 금융 외적 지원으로는 전국 단위의 '우리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상권분석·세무·법률·마케팅 컨설팅을 무료 제공한다.

특히 컨설팅 이수자는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은행이 직접 '교육-금융 연계 모델'을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2025년 하반기 현재 우리은행은 소상공인 대출 신규 고객에게 첫 달 이자 캐시백과 이체수수료 전면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전용 맞춤 상담 창구를 별도로 운용 중이다.

IBK기업은행, "저신용자도 환영합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여전히 소상공인 정책금융의 중심축이다. 올해 초 발표한 'IBK소상공인 더드림 패키지'는 총 7조 5천억 원 규모의 특별 지원 프로그램으로, 중소·소상공인 유동성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i-ONE 소상공인 보증부대출'은 신용보증재단 보증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보증서 대출 상품으로, 영업점 방문 없이 실행 가능하다. '사잇돌2',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배제되기 쉬운 중·저신용자를 포용한다. 의료업, 학원업, 음식업 등 업종별 전용 상품도 다수 마련되어 있다.

IBK의 강점은 정책-보증-금융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결합한 점이다. 다른 은행이 '정부 대리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IBK는 그 자체가 '정책 집행 기관'에 가깝다.

5대 은행 한눈에 비교

"금리 0.1%p보다 수수료 0원이 낫다"

은행 선택의 기준은 금리뿐만 아니라 이체 수수료와 관리비용까지 확장되고 있다. 2025년 11월 현재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상 타행이체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고 있다. 신한은행만 기업뱅킹 기준으로 유료 정책을 유지 중이다.

은행권은 이를 의식해 '이체 무제한 무료', '입출금 자동이체 보상' 등 운영비 절감형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 0.1%p 차이보다 수수료 0원이 더 현실적인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은행이 '플랫폼'이 된 시대

2025년의 은행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 아니다. 국민은행은 비대면 대출 중심의 '시간 절약 플랫폼'을, 하나은행은 프랜차이즈 중심의 '데이터 금융 플랫폼'을, 우리은행은 컨설팅 중심의 '지속가능 경영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제 은행은 정부 정책의 대리인, 기업 컨설턴트,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세 얼굴을 가진 복합 주체가 됐다. 소상공인은 단순히 금리 조건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 구조를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한가, 데이터가 필요한가, 아니면 경영조언이 필요한가. 이 질문이 곧 은행 선택의 기준이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은행은 '대출 창구'가 아니라 '경영 동반자'"라며 "정부의 정책자금이 문을 열고, 은행의 플랫폼이 그 길을 넓힌다. 현명한 창업자는 금리보다 '서비스의 깊이'를 본다"고 강조했다.


제3부 「2026년 정책자금 및 금융 지원 전망」에서는 내년도 정부 예산과 금융위원회·은행권의 정책 연계 방향을 분석해, '정책자금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는 전략적 로드맵을 제시한다.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