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5부작] 사모펀드와 프랜차이즈 ①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러시' 뒤 숨겨진 민낯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8-21 08:35:37

"단기 수익 추구 vs 소상공인 생존권" 충돌 본격화
PEF 자금 대거 유입, 가맹점 수익성 '역설' 현상 확산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2023년 이후 사모펀드(PEF) 자본이 외식·카페 프랜차이즈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자본 대 자영업자'의 새로운 갈등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단기 이익 추구를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전략과 안정적 창업을 기대하는 소상공인들의 현실이 정면 충돌하면서,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일고 있다.

PEF 러시, 왜 프랜차이즈를 택했나

지난해부터 외식·카페 프랜차이즈 시장에 사모펀드 자금이 집중 투입되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산업의 안정적인 현금흐름, 높은 브랜드 인지도, 표준화된 운영방식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했다.

특히 외식·커피·패스트푸드 업종은 진입 장벽이 낮고 매출 회수 속도가 빨라 사모펀드의 '단기 투자-빠른 회수(스핀→빌드업→엑시트)' 전략과 완벽히 부합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들이 초기 투자와 운영 리스크를 부담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로열티를 납부하는 구조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가맹점에 전가되는 수익 압박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각종 비용을 가맹점에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판촉비 분담 확대, 원부자재 공급 마진 인상, 계약 해지 위약금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업계 조사 결과, 매출은 유지되거나 증가했음에도 순이익이 줄어드는 '역설적 현상'을 겪는 가맹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매출은 작년보다 15% 늘었는데 본사 공급가 인상과 각종 분담금 때문에 실제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고 토로했다.

업계 전문가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일수록 본사 중심의 수익 구조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단기 성과 압박이 가맹점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의 구조적 취약성 심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상당수는 자영업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본 여력이 제한적이다. 이들은 '본사 브랜드에 기댄 안정적 창업'을 기대하며 시장에 진입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약 조건, 원재료 납품가, 광고비 분담 구조가 본사에 유리하게 설계돼 점주가 비용 부담자이자 위험 부담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단순한 경영 리스크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소상공인의 경영 부실이 고용 불안과 가계 파탄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상권 붕괴와 소비자 선택권 축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 규제와 자본 논리의 정면 충돌

올해 들어 정부의 프랜차이즈 규제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권한 확대, 해지 위약금 규제 강화, 광고·판촉비 동의제 도입 등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정책 당국은 소상공인 보호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단기 수익 회수를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에게는 직접적인 규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아 소상공인과 대기업 간 상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반면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는 투자 위축을 불러와 결국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새로운 갈등 구조의 전면화

이로써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자본 논리 vs 공정 규제'라는 새로운 대립 구도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단순한 기업 인수·매각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창업 환경과 중소상공인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속도전'을 전제한다"면서 "하지만 소상공인 창업은 '안정과 지속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두 가치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는 "현재 상황은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금융 자본과 장기적 안정성을 원하는 실물 경제 간의 근본적 갈등"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프랜차이즈 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구조적 변화와 갈등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와 가맹점주, 정책 당국 각각의 입장과 현실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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