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 논란 5부작] ⑤"990원은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빵값을 낮출 것인가"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12 09:11:11
"임대료·수수료만 줄여도 20% 절감" 제도 개선이 관건
지난 4부에 걸쳐 '990원 소금빵'이 던진 파문부터 자영업자의 분노, 논쟁의 이면과 대한민국 빵값의 복잡한 원가 구조까지 심층 추적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할 시간이다. '어떻게 하면 빵값을 낮출 수 있을까?'
소금빵 990원 논란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 사건은 한국 빵값이 왜 비싼지, 그리고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던졌다. 결론은 명확하다. "합리적 빵값"은 단순히 원가 절감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유통 구조 개선·운영 혁신·제도 개정·소비자 인식 전환까지 맞물려야 가능하다.
소상공인의 현실적 자구책들
높은 원가 구조 속에서도 소상공인들이 시도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분명 존재한다.
유통 단계부터 혁신하자. 빵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간 유통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명확하다. 밀가루·버터·우유 등 원재료를 직거래하면 운송·중간상 수수료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소규모 빵집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원재료를 대량 구매하는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하면 대기업 수준의 단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의 한 제과점 협의체는 공동구매를 통해 밀가루 구매 단가를 15% 절감한 사례가 있다.
운영 방식의 혁신도 필수다. 빵집에서 무심코 쓰이는 포장재, 인건비, 폐기비는 모두 원가에 반영된다. 불필요한 박스·비닐 사용을 줄이는 포장 최소화만으로도 상당한 부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키오스크나 무인 POS 시스템 도입으로 판매 인력 부담을 줄이고,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나 배달 앱을 적극 활용해 사전 주문을 받으면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해 폐기율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부산의 한 개인 베이커리는 예약제 도입 후 폐기율을 40%에서 20%로 줄였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모델, 해외서는 이미 대안으로 정착
개인의 노력을 넘어 시장과 사회 전체의 구조적 개선이 동반돼야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협동조합 베이커리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의 소규모 베이커리들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모델이다. 공동으로 원재료를 구매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 시설 일부를 공유하며, 함께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대형 프랜차이즈에 버금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생산·물류·마케팅을 공동 운영해 비용 효율화를 달성하고, 지역 기반 소비자와 상생 구조를 만들어 충성 고객층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지역 협동조합형 베이커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소규모 제과점들이 "대기업·프랜차이즈 독식 구조"에 맞설 수 있다.
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 "20~30% 절감 효과"
무엇보다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장 자영업자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부분은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다. 상가 임대료 안정화 정책이 시급하다. 공공 차원에서 임대료 상한제·장기임대 계약 지원이 논의돼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가중되는 카드·플랫폼 수수료도 단계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제도 개선만으로도 빵값 구조의 20~30% 개선 여지가 생긴다. 소상공인의 허리를 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인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시급한 이유다.
소비자 인식 전환도 필요 "가치 소비의 중요성"
합리적 빵값은 단순히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양질의 재료·합리적 가격이 균형을 이루도록 소비자 이해가 필요하다. "990원 소금빵" 같은 이벤트를 '실험'으로 받아들이고, 상시 가격과 구분하는 성숙한 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 소비자 역시 가격표 너머에 있는 빵의 가치, 즉 좋은 재료와 제빵사의 정성, 그리고 우리 동네 빵집이 유지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합리적 빵값"을 위한 5가지 전제조건
슈카월드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교훈은 '합리적 가격'이란 단순히 싸기만 한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사회 전체가 상생하는 합리적인 빵값을 위해서는 다음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유통 구조 혁신이다. 산지 직송·공동구매 확산이 필요하다. 둘째, 운영 효율화다. 포장 최소화·무인화·예약제 도입을 통한 원가 절감이 요구된다. 셋째, 협동조합·공동 인프라 구축으로 소규모 제과점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넷째, 제도 개선이다. 임대료·수수료 완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섯째, 소비자 인식 전환이다. 이벤트 가격과 현실 가격을 구분하는 성숙함이 요구된다.
'빵플레이션' 논쟁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하지만 생산자의 혁신적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의지, 그리고 소비자의 성숙한 인식이 함께할 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베이커리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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