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기획특집] ③ 무인점포 창업 생존법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24 08:18:30
지능형 도난·매장 아지트화 급증...AI 보안시스템 도입 필수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새벽 2시, 스마트폰으로 매장 CCTV를 지켜보던 점주 정모(48)씨의 표정이 굳어진다. 10대로 보이는 학생이 과자 5봉지를 들고 셀프 계산대 앞에 섰다. 학생은 능숙하게 1봉지의 바코드만 찍어 결제한 뒤, 나머지 4봉지를 가방에 넣고 유유히 사라진다. '결제 건수 속이기'—최근 무인점포를 괴롭히는 신종 범죄 수법이다. 정씨는 한숨을 쉬며 영상을 저장한다. 경찰 신고해봐야 잡히는 보장도, 피해 보상도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무인점포 창업에서 보안시스템은 더 이상 부가비용이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날로 지능화되는 범죄 실태를 파헤치고, 철벽 방어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심층 분석했다.
지능형 범죄의 진화..."단순 절도는 옛말"
"예전엔 물건만 훔쳐갔습니다. 지금은 머리 쓰는 지능범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한 보안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무인점포 대상 범죄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CCTV를 가리고 물건을 훔치는 고전적 수법은 이제 구식이다. 가장 빈번한 유형은 '셀프 계산대 취약점' 공략이다. 여러 상품 중 일부만 결제하거나, 고가 상품에 저가 바코드를 미리 붙여와 결제하는 '바코드 바꿔치기', 결제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통신오류를 유발한 뒤 결제 완료로 꾸미는 수법 등이 등장했다. 외견상 정상적인 구매 활동으로 보이기 때문에 CCTV만으로는 즉각 인지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매장 아지트화'는 금전적 손실 이상의 피해를 초래한다. 심야시간 청소년들이 매장에 모여 음주·흡연하고 기물을 파손하며 다른 고객 출입을 막는 경우다. 당장의 매출 하락은 물론 '위험한 곳'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상권 내 평판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는 "무인점포는 '관리자 부재 공간'이라는 인식이 잠재적 범죄자들의 심리적 허들을 낮춘다"며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일탈을 즐기는 해방구로 인식될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간설계로 범죄 차단..."개방감·시선이 무기"
첨단 장비 설치 이전에 돈 들이지 않고도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공간설계'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이론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외부 노출이 쉬운 '개방된 공간'을 가장 꺼린다.
▲ 밖에서 안이, 안에서 밖이 훤히 보여야 한다
매장 전면을 통유리로 시공하고, 시야를 가리는 짙은 선팅이나 광고 시트지 부착은 최소화해야 한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차량의 '자연적 감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사각지대를 제거하라
높은 진열대는 범죄자들의 은신처가 된다. 성인 허리 높이의 낮은 진열대로 매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계해야 한다. 셀프 계산대는 입구에서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 계산과정을 외부에서도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 조명은 밝을수록 좋다
심야시간대에는 매장 내부뿐 아니라 가게 앞 외부까지 환하게 밝혀야 한다. 어두운 골목의 밝은 가게는 잠재적 범죄자 접근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AI가 가게를 지킨다...스마트 보안시스템 구축법
공간설계가 '기본 방어'라면 스마트 보안시스템은 '첨단 무기'다. 기술 발달로 단순 녹화를 넘어 이상행동 감지와 원격 대응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1단계(기본): 고화질 CCTV
최소 200만 화소(FHD) 이상 카메라로 얼굴이나 행동을 명확히 식별해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야간 선명한 적외선(IR) 기능과 광각 렌즈는 필수다.
2단계(대응): 양방향 음성 스피커
매장 내 스피커를 통해 점주가 원격 경고방송을 할 수 있다. "CCTV 녹화 중입니다. 즉시 퇴장해 주십시오"라는 단호한 목소리만으로도 대부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3단계(지능): AI 선별 관제시스템
최신 보안기술의 핵심이다. AI가 CCTV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이벤트'를 감지하고 점주에게 알림을 보낸다. 매장 내 장시간 머무르는 '배회' 감지, 쓰러짐 등 이상행동 감지, 출입문 강제 충격 '침입' 감지 등이 가능하다. 일부 고도화된 기술은 고객 동선과 상품을 든 손의 움직임을 분석해 미결제 상품 반출 시 경고 알림을 보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4단계(통제): 심야 출입 인증시스템
범죄에 가장 취약한 심야시간대(밤 11시~오전 6시 등)에 한해 신용카드나 QR코드로 신원을 인증해야만 출입을 허용한다. '누가 들어왔는지' 기록이 남아 범죄예방 효과가 뛰어나며 범인 추적도 용이하다.
[성공사례] "AI 경고에 도둑이 물건을 내려놨다"
인천의 무인카페는 개업 초기 '얌체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컵이나 빨대 같은 비품을 훔쳐가고, 미결제로 매장을 이용하는 이들로 인한 월 손실액이 40만원에 달했다. 고민 끝에 업주 박씨는 월 5만원 가량의 추가비용을 내고 AI 관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스템은 계산대 앞에서 장시간 머뭇거리거나 상품을 들고 구석으로 가는 등의 이상행동을 감지해 박씨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알림을 보낸다. "얼마 전 새벽에 알림이 울려 확인해보니 한 학생이 키오스크 앞에서 결제하는 척하며 텀블러를 가방에 넣고 있었어요. 바로 스마트폰 앱의 스피커 버튼을 눌러 '학생, 보고 있습니다. 미계산 물건 제자리에 두세요'라고 말했죠. 학생이 화들짝 놀라며 텀블러를 내려놓고 나가더군요." 박씨는 시스템 도입 후 월 손실액이 5만원 미만으로 줄었고, 무엇보다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설마"는 금물...보안시스템은 필수 투자
탄탄한 방어시스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설마 우리 가게에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소중한 자산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잘 갖춰진 보안시스템은 범죄를 막는 방패이자, 점주가 안심하고 잠들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4부에서는 범죄 예방을 넘어 실제 사건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위기대응 매뉴얼과 보험 활용법 등 '사후 대처' 전략을 집중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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