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5부작] 사모펀드와 프랜차이즈 ⑤ 프랜차이즈 '속도전'의 종말, 이제는 상생이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8-27 09:32:11

사모펀드 갈등 속 터진 소상공인들의 분노, 해법은 무엇인가
"계약 투명성·집단 협의권·투자자 책임"… 업계가 찾아야 할 새 길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사모펀드 주도의 프랜차이즈 인수 열풍이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가맹점에 각종 비용을 전가하고, 점주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컴포즈커피 광고비 분담 논란부터 맘스터치 보복 해지, 피자헛 법정관리까지 이어진 갈등의 연쇄는 이제 더 이상 '성장을 위한 진통'으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안정적인 노후 준비나 생계 유지를 위해 프랜차이즈에 뛰어든 소상공인들이 본사와의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위기에 내몰릴 때, 그 파장은 단순히 개별 사업자의 문제를 넘어선다. 지역 상권 침체, 소비자 신뢰 하락, 고용 불안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소상공인의 생존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계약 투명성, 더 이상 숨길 곳은 없다
프랜차이즈 갈등의 근본 원인은 정보 비대칭성에 있다. 그동안 본사들은 '영업 기밀'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비용 구조를 베일에 싸왔고, 가맹점주들은 막상 사업을 시작한 후에야 예상치 못한 부담을 지게 되는 일이 반복됐다.

2023년 이후 시행된 표준가맹계약서 개정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광고비와 판촉비 분담에 대한 가맹점주 동의제 의무화, 의무구매 품목의 가격 산정 방식 명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모든 계약서에 "어떤 비용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산정되는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원부자재 공급가격의 마진 구조, 각종 수수료의 산출 근거, 임대료나 관리비 등 부대비용의 책정 기준까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가맹사업 전문 변호사는 "피자헛 사태에서 보듯이 '추가 수수료' 같은 모호한 비용 항목은 결국 법정에서 문제가 된다"며 "본사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점주 집단 협의권, 이제는 제도적 권리다
맘스터치가 가맹점주 단체활동을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했다가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건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는 점주들의 집단 협의권이 단순한 관례가 아닌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미흡하다. 가맹사업법상 분쟁조정위원회나 가맹점주 협의체 등의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본사의 일방적 통보나 형식적 협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점주들이 실질적인 발언권을 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가맹점주 협의체의 실질적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정책 변경이나 비용 부과 시 협의체와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고, 협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공정거래 전문가는 "점주들의 집단 협의권 보장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의 핵심"이라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지원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책임성, 단기 이익에서 장기 가치로
사모펀드의 '매입-개선-매각' 전략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개선' 과정에서 가맹점에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은 결국 브랜드 가치 자체를 훼손해 투자자에게도 손해가 된다는 것이 최근 사례들을 통해 입증됐다.

컴포즈커피의 광고비 분담 논란, 투썸플레이스의 공정위 조사, 피자헛의 법정관리 등은 모두 단기 이익 추구가 장기적 손실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특히 피자헷의 경우 법정관리까지 가면서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됐고, 이는 투자자들에게도 큰 손실을 안겼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장기적 책임성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정 기간 이상 고용과 가맹망 유지를 보장하거나, 무리한 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조건을 투자 계약에 명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이은 갈등 사례를 보면서 단기 수익 추구가 오히려 투자 리스크를 키운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앞으로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는 것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 시장 개입에서 상생 제도화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프랜차이즈 분야의 정책 방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맹계약 해지 위약금 규제, 공정위 권한 강화, 광고·판촉비 동의제 확대 등 가맹점주 보호 정책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런 정책 변화는 단순한 '시장 개입'을 넘어 '상생 구조의 제도화'라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과거처럼 갈등이 터진 후 사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공정위도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강력한 집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맘스터치 제재, 투썸플레이스 조사 착수 등을 통해 가맹사업법 위반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나 소유 구조에 관계없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본사와 가맹점이 대등한 파트너로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성공 공식, 투명성과 상생
지금까지의 갈등 사례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무리한 비용 전가는 결국 규제와 소송으로 되돌아오고, 점주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은 산업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투명한 소통과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야말로 투자자에게도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브랜드들이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한다. 가맹점주와의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주요 정책 변경 시 사전 협의를 거치며, 수익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한 프랜차이즈 CEO는 "처음에는 정보 공개가 부담스러웠지만, 오히려 점주들과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사업 운영이 더 수월해졌다"며 "투명성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승리하는 길
프랜차이즈 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속도전'에 있지 않다. 빠른 확장과 단기 수익 극대화보다는 투명성과 합의, 상생을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성공 공식이 됐다.

이런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일부 투자자나 본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이 된다. 소상공인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고, 본사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낮은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지금의 변화는 산업 전체가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며 "단기적 혼란은 있겠지만, 결국 모든 참여자가 승리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상공인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구조에서 벗어나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관계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이미 분명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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