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속에서 떠오르는 ‘실버 소비자’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6-01-26 11:34:22

2024–2025년, 고령층이 외식업·프랜차이즈 산업의 생명선이 되는 이유
헬스케어에서 식탁까지, 초고령 사회가 국내 소비 지형을 다시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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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국내 소비 시장에서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반적인 민간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비 집단이 있다. 바로 ‘실버 소비시장’이다.

2024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약 1천만 명에 육박하며 전체 인구의 19%를 넘어섰다. 2026년에는 이 비중이 20%를 초과해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인구 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소비 방식과 상권 구조를 바꾸고 있는 현실이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커지는 시장

정부 통계를 기반으로 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고령층의 총 소비 규모는 약 ‘243조 8천억 원’으로, 전체 민간 소비의 약 17%를 차지했다. 2025년의 공식 통합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흐름은 분명하다. 고령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1인당 소비가 큰 폭으로 늘지 않더라도 ‘총 실버 소비 규모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실버 소비시장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대적인 안정성’이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소비가 고용 불안, 주거 비용,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달리, 고령층 소비는 연금, 축적된 자산, 그리고 의료·식생활 같은 필수 지출을 기반으로 유지된다. 2025년 민간 소비 증가율이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안정성은 정책 당국과 사업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의 시장이 아닌, 두 개의 시장

그러나 실버 시장을 단일한 소비 집단으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한쪽에는 연금과 최소한의 소득에 의존하며 가격에 민감한 고령층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자산과 건강, 여유 시간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가 존재한다. 이른바 ‘바벨형 소비 구조’가 2024–2025년 실버 시장의 핵심 특징이다.

이는 외식업과 프랜차이즈, 소상공인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단순히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접근이 아니라, ‘어떤 고령층을 고객으로 삼을 것인가’에 따라 가격, 메뉴, 서비스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 소비가 중심, 그러나 일상 소비가 뒤를 잇다

고령층 소비의 중심에는 여전히 ‘의료와 건강 관리’가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당 연간 의료비는 500만 원을 넘어서며, 은퇴 이후 기대여명은 평균 20년 이상이다. 예방 의료, 만성질환 관리, 영양과 이동 보조 관련 지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병원과 약국만이 전부는 아니다. 고령층은 외식을 하고, 사람을 만나며,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한다. 이러한 ‘일상적 소비 영역’이 바로 실버 시장이 지역 상권, 외식업, 프랜차이즈와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외식업과 프랜차이즈에 있어 ‘생존 고객’으로 떠오른 고령층

국내 외식·식품 산업에는 50만 개가 넘는 사업체가 존재하며, 약 130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프랜차이즈 외식업은 시장의 핵심 축을 이룬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젊은 소비자들의 지출이 위축되는 반면, 고령층은 ‘지역 상권의 안정적인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령층 고객은 주로 낮 시간대에 외식을 하고, 익숙한 메뉴를 선호하며, 화려한 트렌드보다 편안함과 신뢰를 중시한다. 이는 많은 동네 식당과 가맹점에게 ‘예측 가능한 방문과 반복 구매’라는 중요한 가치를 제공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매출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수익성은 상권의 고령화 정도와 그에 대한 대응 여부에 따라 크게 갈린다. 고령화된 상권에서 변화에 실패한 매장은 점차 외면받는 반면, 작은 조정을 통해 실버 고객을 품은 매장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고령 소비자에 적응하는 방법

전문가들은 실버 소비자 대응이 반드시 대대적인 변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양을 줄인 메뉴, 부드러운 식감, 저염·고단백 구성은 고령층의 선호와 잘 맞는다. 밝은 조명, 가독성 높은 안내판, 미끄럼 방지 바닥, 편안한 의자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마케팅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유행과 자극적인 홍보 대신 ‘신뢰, 일관성, 지역 밀착성’이 중요해진다. 교회, 사찰, 복지관, 병원 등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실질적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략적 시사점

대한민국이 고령화의 심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실버 소비시장은 더 이상 부수적인 기회가 아니라 ‘국내 소비의 구조적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건비 상승, 원가 부담, 수요 불확실성에 직면한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 고령층은 ‘추가 고객’이 아니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핵심 고객’일 수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실버 시장이 성장하느냐가 아니다. 성장은 이미 정해진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업자가 이 변화에 준비되어 있는가’다. 저성장 시대, 고령 소비자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능력이 곧 생존과 쇠퇴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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