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특집] ③ "10만 개 무인점포, 살아남는 건 10%뿐"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08-24 10:32:06
기술만 믿다가 망하는 소상공인들의 공통점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서울 종로구 한 무인아이스크림 가게. 한때 줄을 서서 먹던 이곳은 지금 문을 닫고 '임대' 안내문만 붙어있다. 불과 300m 떨어진 곳에는 새로 생긴 무인카페가 손님들로 북적인다. 같은 '무인'인데 왜 이런 극명한 차이가 날까.
2025년 현재, 전국에 10만 개가 넘는 무인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문화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최저시급1만원 시대를 맞아 소상공인들의 필수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생존 경쟁과 잇따른 폐업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아이스크림부터 헬스장까지, 무인 바람이 불다
초기 무인점포가 아이스크림, 카페, 편의점 중심이었다면 2025년 현재는 그 범위가 놀랍도록 확장됐다. 세탁소, 스포츠센터, 헬스장은 물론 반려동물 용품점, 꽃 자판기, 테니스장까지 무인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처음엔 신기함 때문에 고객들이 찾아왔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경기도 수원에서 무인헬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43)의 말처럼, 업종의 다양화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확산의 배경에는 키오스크, 셀프결제, CCTV 등 스마트 시스템의 대중화가 있다. 특히 AI와 IoT가 결합된 완전 자동화 매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24시간 운영과 관리 효율 향상이 가능해졌다.
올해 최저시급이 10,030원까지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던 자영업자들이 대거 무인매장으로 몰린 것도 주요 원인이다. 1인 창업 열풍과 맞물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무인점포는 창업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기술만 믿었다가 무너진 무인점포들
하지만 무인점포의 급속한 확산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단순히 '무인화'만 내세운 매장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개점한 무인점포 중 약 30%가 1년 이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소상공인 폐업률(22%)보다 높은 수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 의존에 따른 위험이다. "지난달에 결제 시스템이 다운됐는데, 3시간 동안 장사를 못했어요. 그날 매출이 완전히 날아갔죠." 부산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박모씨(38)의 뼈아픈 증언이다.
결제기, CCTV, 재고관리 시스템이 연동되지 않거나 고장 나면 즉시 운영이 마비되고 매출 손실로 이어진다. 즉각 대응이 불가능한 무인점포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차별화 없는 매장들의 실패도 눈에 띈다. '편의성'만 내세워서는 더 이상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좁고 불편한 진열, 인기 상품의 반복적인 품절, 리뷰와 고객관리에 대한 무관심 등 운영 미숙으로 고객 신뢰를 잃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안 문제도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골칫거리다. 내부·외부 도난은 물론 기기와 시스템 해킹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감성과 경험만이 살 길"... 성공 공식을 찾아라
그렇다면 무인점포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경험 중심 운영'을 꼽는다.
"소비자들이 이제는 단순한 자동화와 편의성을 넘어 개성, 감성, 서비스 경험을 중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브랜드 스토리와 경험 중심의 차별화가 없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공하는 무인점포들을 분석해보면 공통된 전략이 눈에 띈다.
기술적 완성도가 기본이다. POS, CCTV, 재고관리 등의 완벽한 연동 구축과 함께 정기 업데이트, 기기 점검, 응급 대응 플랜을 철저히 준비한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반드시 전체 시스템을 점검해요. 작은 오류라도 미리 잡아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성공적인 무인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45)의 노하우다.
브랜드 경험 설계에 집중한다. 단순 자동화에서 벗어나 감성, 스토리, 콘텐츠,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매장을 설계한다. 대구에서 무인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씨(35)는 "고객이 직접 토핑을 선택하고 디저트를 완성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만들었다"며 "이런 경험 때문에 재방문하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운영 최적화에 신경쓴다. 고객 동선 분석과 현장 최적화 설계를 통해 자동화 재고 리필과 리뷰 관리를 체계화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언제,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는지 파악해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차별화 전략을 개발한다. 경쟁 점포와 다른 서비스, 감성, 프로모션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한다.
AI와 구독경제가 만든 새로운 트렌드
2025년 무인점포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AI·디지털·친환경의 결합'이다. 구독경제(멤버십·정액제), 친환경 설계(에너지 절약·ESG), 초개인화 보안 시스템, 디지털 자동화가 마케팅과 운영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AI 활용이 두드러진다.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거나, 챗봇을 통해 24시간 고객 응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구독경제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인카페나 무인헬스장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며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네이버, 구글 리뷰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리뷰 하나하나에 성의껏 답변하고, 리뷰 작성 이벤트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재방문율을 늘리는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고객 동선, 진열,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자동화·최적화하는 시스템 도입도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전문가 조언 "고객 경험부터 설계하라"
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 무인가게는 이제 단순 유행이 아닌 생존·성공·마케팅의 무대가 됐다"며 "감성·경험·IT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성공 공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무인점포 창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매장을 열기 전에 고객이 무엇을 경험할지부터 설계하라고 조언한다"며 "무인점포라고 해서 사람의 손길과 정성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렌드와 수익을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운영 효율화를 통해 폐업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생존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창업학회 김교수는 "무인점포 성공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 경험"이라며 "기술은 도구일 뿐, 그 기술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무인점포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기술만 믿고 손을 놓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바탕으로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10만 개 무인점포 중 살아남는 10%에 들기 위해서는 '무인'이지만 '무심'하지 않은 운영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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