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커피가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시대"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8-27 10:38:25
하루 300잔 못 팔면 월 80만원 적자의 현실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스타벅스 매장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메가커피가 들어섰다. 오후 3시, 스타벅스는 한산한 반면, 메가커피에는 직장인들이 줄을 서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 차이는 무려 3000원. 이 작은 차이가 대한민국 커피 지형을 바꾸고 있다.
2025년 1분기, 충격적인 발표가 나왔다. 대한민국 커피음료점 수가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미 과포화 상태에 접어든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이 이제 생존을 위한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는 신호다. 그 중심에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빅3'가 있다.
고물가가 만든 1500원 아메리카노 신화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은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로 돌아서면서 저가 커피가 급부상했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전체 커피 프랜차이즈 이용률은 2년 전보다 5.4% 감소했지만,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이용률은 21.3%나 증가했다.
NH농협카드 데이터는 이 변화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이용 금액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반면, 다른 커피 브랜드는 9% 증가에 그쳤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곳이 어디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처음엔 가격 때문에 갔는데, 맛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습관이 됐어요." 직장인 김모씨(32)의 말처럼, 저가 커피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싸다'는 것을 넘어선다.
1500원에서 2000원 수준의 저렴한 아메리카노로 시장을 평정하고 있지만, 품질은 기존 브랜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저가 커피 3대장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22년 말 5285개에서 현재 70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들 대부분이 접근성 좋은 1층에 위치해 소비자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높은 재방문율이다. 메가커피의 7일 후 재구매율은 31.8%로 스타벅스(24.9%)보다 높게 나타났다. 월평균 결제 횟수도 앞서고 있어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연령대를 사로잡은 저가 커피 열풍
연령대별 분석 결과도 흥미롭다. 20~40대가 주 이용층(61%)이지만, 10대(41%), 50대(43%), 60대 이상(59%) 등 모든 연령대에서 높은 이용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저가 커피가 전 국민적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도 부담 없는 가격이에요. 온 가족이 마셔도 만 원이 안 나오거든요." 주부 박모씨(45)의 증언처럼, 가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전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가 커피도 한계에 부딪히다
하지만 저가 커피 시장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포화와 출혈 경쟁으로 '저가 필승' 구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내수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 300잔 미만 판매 시 월 8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매출은 늘어났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었는데 순이익은 오히려 줄었어요. 원두값이 오르고 임대료도 오르니까 남는 게 없어요." 경기도에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모씨(38)의 고충이다. 과포화 시장에서 개별 카페가 생존하고 번성하기 위한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차별화된 경험으로 승부하라... 메뉴와 서비스의 혁신이 답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다. 시그니처 음료나 스페셜티 커피 같은 독창적인 메뉴 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만의 시그니처 라떼를 만들어서 고정 고객을 확보했어요. 이제 그 메뉴만 찾아오는 손님들이 30% 넘어요." 부산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씨(42)의 성공 사례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중요하다. 고객 이름을 기억하고 선호 메뉴를 추천하는 등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을 넘어, 카페만의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감성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틈새 시장 공략도 효과적이다. '신맛'이나 '갓 볶은 맛' 등 특정 맛 선호층을 타겟으로 하거나, 떡볶이, 팝콘 같은 이색적인 사이드 메뉴로 배달 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있다.
운영 효율화가 생존의 열쇠
비용 효율화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원두 및 재료 로스 최소화, 컵 용량 조절 및 수율 개선을 통한 원가 절감이 필요하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낮은 상권 선택이나 효율적인 운영 방식 도입도 중요하다. 자동화, IoT, 스마트오더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저가 커피는 박리다매 구조상 회전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키오스크 도입하고 배달앱 연동하니까 주문 처리 시간이 30% 단축됐어요. 그만큼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게 됐죠." 대구의 한 카페 사장 김모씨(35)의 경험담이다.
친환경 가치로 차별화하라
프리미엄 원두나 스페셜티 커피 라인 강화를 통한 고급화 전략도 있다. 친환경 포장재, 공정무역 원두 사용, 재사용 컵 도입 등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텀블러 가져오면 500원 할인해주고, 친환경 빨대를 쓰면서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어요." 서울 홍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29)의 전략이다.
정부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하라
고효율 기기 교체 보조금, 디지털 전환 지원금 등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해 운영 부담을 줄여야 한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로 지역사회와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카페 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며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신청하라"고 조언했다.
철저한 준비가 성패를 가른다
무엇보다 철저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입지와 고객층 분석을 통해 경쟁력 있는 메뉴와 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비용에 대비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운영비를 효과적으로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리스타 교육, 경영 및 마케팅 강좌 수강을 통해 소비자 트렌드와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과 커뮤니티 연계 강화도 필수다.
"처음엔 커피만 잘 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마케팅부터 회계까지 다 해야 하더라고요. 공부를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성공한 카페 사장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가성비'에서 '가심비'로의 진화
한국 커피 시장은 이제 단순 '가성비' 경쟁에서 벗어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한 커피 판매 시대는 끝났다. 차별화된 경험, 효율적 운영, 프리미엄·친환경 가치, 디지털 혁신이 생존과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과포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과 감성을 접목해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저가 경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자신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1500원 커피가 지배하는 혹독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가격으로 시작된 경쟁이 이제는 경험과 가치로 귀결되고 있다. 이 변화의 물결을 읽고 대응하는 자만이 커피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
- 1[빵값 논란 5부작] ④ 소금빵 원가 800원+인건비+임대료... "합리적 가격은 2500원"
- 2AI 프랜차이즈 혁신 시리즈 ② "AI가 그려가는 美 외식산업의 미래, 데이터 기반 고객경험 혁신"
- 3[프랜인칼럼] "펜 팔아보세요" 90%가 실패하는 이유… 성공하는 '고객 심리' 공략법
- 4AI 프랜차이즈 혁신 시리즈 ① "美 프랜차이즈 AI 도입 현황, 맥도날드·스타벅스가 보여준 혁신 모델"
- 5[빵값 논란 5부작] ③ "자영업자 비난 의도 없었다"는 슈카의 해명, 그러나...
- 6재방문율 300% 폭증! 소상공인 '고객 심리 조종술' 6가지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