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기업소개] 트립비토즈 '콘텐츠 OTA' 실험, 해외 거래 10배 성장으로 가능성 입증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09-21 11:37:15
수익성 검증과 거대 경쟁자와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도전 남아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여행의 패러다임을 '보고, 예약하고, 공유한다'는 콘텐츠 중심 모델로 재편하려는 스타트업 트립비토즈(Tripbtoz)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K-콘텐츠 팬덤을 겨냥한 영상 리뷰 기반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12개월 만에 해외 거래액 10배 성장이라는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 곡선 이면에는 수익성 검증, 콘텐츠 품질 관리, 거대 경쟁자들과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프랜사이트는 트립비토즈가 구축한 성공 동력과 당면한 과제를 심층 분석했다.
OTA를 '보고-예약-공유'로 재정의하다
트립비토즈의 핵심 전략은 명확하다. 여행자가 올린 생생한 영상 리뷰를 보고(Watch), 마음에 드는 숙소를 즉시 예약하며(Book), 자신의 경험을 다시 영상으로 공유(Share)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텍스트와 보정된 사진 위주의 전통적인 온라인 여행사(OTA) 시장에서 영상 콘텐츠의 시각적 신뢰도를 무기로 삼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트립비토즈는 전 세계 약 87만~100만 개의 숙소 인벤토리를 확보한 상태다.
본격적인 성장의 기폭제가 된 것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글로벌 웹사이트 개설과 해외 결제 시스템 구축으로 단순 방문자를 실질적인 구매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했다. 특히 K-드라마와 K-팝 촬영지나 아이돌 방문지를 연계한 테마 여행 상품은 해외 K-콘텐츠 팬덤의 '성지 순례' 수요를 정확히 겨냥했다. 이러한 성과는 2024년 '300만불 수출의 탑' 수상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2024년 3월 전체 거래액의 2%에 불과했던 해외 비중이 1년 만인 2025년 3월 10배 급증하며 의미 있는 성장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이는 제품-시장 적합성(PMF)이 해외 팬덤이라는 특정 니치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검증됐음을 보여준다.
10배 성장을 이끈 4가지 핵심 동력
트립비토즈의 가파른 상승세는 네 가지 핵심 동력으로 설명된다.
첫째, 콘텐츠-커머스 융합 UX다. 영상 리뷰는 룸 컨디션, 실제 전망, 주변 소음 등 기존 텍스트 후기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체감 품질'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정에서 심리적 마찰을 줄여 예약 전환율을 높이는 핵심 기제로 작동했다.
둘째, K-콘텐츠 팬덤이라는 니치 시장 선점이다. 단순히 저렴한 숙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목적지에 담긴 의미'를 소비하고자 하는 동기형 수요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해외 결제액 10배 증가의 일등 공신이며, 팬덤 커뮤니티 특유의 강력한 구전 효과는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셋째, 전략적 해외 공급망 확대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호텔 그룹 '아키펠라고(Archipelago Group)'와의 파트너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아스톤, 하퍼 등 200개 이상의 현지 호텔 재고를 직접 확보하며 가격, 등급, 지역 스펙트럼을 단숨에 넓혔다.
넷째, 글로벌 거래 인프라 구축이다. 해외 결제, 정산, 환불, 고객 지원 프로세스를 내재화한 것은 단순한 기능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객 획득 비용(CAC) 대비 고객 생애 가치(LTV)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필수 전제 조건을 마련한 것이다.
빛 뒤의 그림자, 넘어야 할 5개 허들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트립비토즈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다섯 가지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
가장 큰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 부족이다. 에어비앤비, 트립닷컴 같은 글로벌 공룡은 물론 야놀자, 여기어때 등 국내 강자들과 비교해 '탑오브마인드(Top-of-mind)' 인지도가 절대적으로 낮다. 혁신적인 콘텐츠 모델이 앱 내에서만 맴돌 경우 신규 고객 유입 확대에 한계를 맞을 수 있다.
둘째,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의 품질 관리 비용이다. 영상은 텍스트에 비해 제작과 검수, 신뢰도 관리를 위한 모더레이션 비용이 훨씬 크다. 리뷰 조작,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노출 등의 리스크는 상시적이며, 이를 관리할 정교한 시스템 없이는 영상 포맷이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셋째, 수익성 구조의 불확실성이다. OTA의 표준 수익 모델인 수수료와 광고 외에 트립비토즈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보상(트립캐시 등)과 콘텐츠 제작 지원은 그 자체로 마케팅 비용이다. 전환율, 재구매율, 체류 시간이 이 비용을 상쇄할 만큼 충분히 높다는 것을 영업이익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넷째, 거대 경쟁자의 모방과 견제다. '영상 리뷰'라는 포맷 자체는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막대한 자본과 브랜드 파워, 강력한 공급망을 갖춘 메이저 OTA들이 유사한 기능을 도입할 경우 트립비토즈가 어렵게 개척한 차별성이 희석될 위험이 크다.
마지막으로 해외 운영 리스크다. 사업 영역이 넓어질수록 환불 분쟁, 현지 규제(세금, 소비자보호법), 다국어 고객 지원 등 운영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특히 국가별 법규와 소비 문화가 상이한 동남아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운영 능력은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언
전문가들은 트립비토즈가 초기 가설 검증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스케일업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이 단계에서는 성장 속도만큼이나 질적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트립비토즈는 브랜드 확장, 콘텐츠 무결성, 수익 모델 고도화라는 세 축에 집중해야 한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외부 숏폼 플랫폼을 활용해 앱 밖에서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와의 파트너십으로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등 퍼널 상단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AI와 휴먼 모더레이션을 결합한 2단계 검수 시스템 도입, 숙박 완료 인증 배지 부여 등 콘텐츠 신뢰도를 높이는 체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광고 상품 체계화와 충성 고객을 위한 유료 멤버십 모델 실험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한다.
한 글로벌 OTA 컨설턴트는 "해외 결제액 10배 성장은 영상 기반 전환 퍼널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신호"라면서도 "이제부터는 환불, 고객 지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운영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장기적인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립비토즈는 K-콘텐츠 팬덤, 영상 리뷰, 해외 파트너십이라는 성공 방정식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콘텐츠형 OTA'라는 실험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제 남은 절반은 수익성과 운영 효율성, 그리고 브랜드 파워를 증명하며 니치 플레이어를 넘어 메인스트림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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