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시대 특집] ③'10분 생활권' 시대, 도시는 1인 가구 단위로 쪼개진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0-15 07:45:28
"규모의 경제에서 밀도의 경제로" 프랜차이즈 입지 전략 패러다임 전환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동, 15평 남짓한 골목 카페 앞.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은 혼자 온 손님들이다. 창가에는 한 명씩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줄지어 있고, 매장 안쪽은 노트북을 편 손님들로 채워져 있다. 점주는 "둘보다 하나가 더 익숙한 시대"라고 말한다.
2025년, 한국의 도시가 달라지고 있다. 1인 가구 1000만 시대는 단지 인구 구조를 바꾼 것이 아니라 도시의 물리적 형태를 바꾸고 있다. 주택의 크기, 상권의 범위, 점포의 면적, 그리고 '도심의 리듬'까지 달라졌다. 이제 도시는 '가족이 사는 곳'이 아니라 '개인이 머무는 생태계'로 재구성되고 있다.
서울 1인 가구 40.1% — 도시 인프라가 재편된다
통계청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울의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40.1%를 기록했다.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1인 가구가 전체 1000만 중 절반을 넘어서면서 도시의 인프라 설계와 상업공간 배치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서울 마포·성동·동작·광진구는 1인 가구 비중 45% 이상을 기록하며 '혼자 사는 인구'가 지역 소비의 핵심층으로 부상했다. 그 결과 지역 내 상권이 세분화되고 소규모 상점이 밀집하는 '마이크로 상권(Micro Cluster)' 현상이 뚜렷해졌다.
국토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24년까지 서울 주요 상권의 평균 점포 면적은 22% 감소, 소형(10평 이하) 매장 비율은 37% 증가했다. 반면 한 구역 내 점포 수는 평균 1.3배 늘었다. 소비 단위가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뀌면서 상권 단위가 쪼개지고 공간이 세밀해진 것이다.
68.5%가 "도보 10분 내 소비" — 생활권 경제권 형성
1인 가구의 소비 행동은 철저히 '근거리 중심'이다. 서울시가 2024년 발표한 '생활권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의 68.5%가 "거주지에서 도보 10분 이내"에서 대부분의 소비를 해결한다고 응답했다. 식사, 세탁, 카페, 운동, 심지어 병원까지 '10분 생활권 경제권'이 형성된 것이다.
이 현상은 프랜차이즈 업계에 새로운 함의를 던진다. 이제 브랜드는 "도시 전체"가 아니라 "하나의 골목", "하나의 건물 단위"를 대상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형 상권보다는 주거 밀집지 내 생활밀착형 상권(Local Living Belt)이 성장의 핵심 무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합정·성수·공덕 등 '직주근접형 지역'에서는 1인 고객을 위한 미니 카페, 밀키트 전문점, 세탁 무인점이 집중 분포한다. 이들 매장의 평균 점포 면적은 9평, 하루 결제 건수는 평균 180건으로 동일 업종의 대형 매장 대비 회전율이 1.6배 높다.
평균 주거면적 10.6평 — '작은 집'이 도시를 움직인다
국토교통부의 「2024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35.1㎡(약 10.6평)으로, 4인 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30㎡ 이하 초소형 주택 비율이 전체의 28%를 넘어섰다.
이러한 공간 축소는 부동산 산업뿐 아니라 도시 서비스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냉장고 대신 편의점, 식탁 대신 배달앱, 세탁기 대신 코인세탁소 — '생활 인프라의 외주화'가 도시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공유 주택(Co-living)'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서울 내 등록 코리빙 하우스는 2019년 280동에서 2024년 1120동으로 4배 늘었다. 1인 가구의 고립을 완화하면서 주거비를 줄이는 대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 건물, 한 생태계' — 마이크로 상권의 탄생
과거 상권이 '대로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주거 밀집지역 골목 안쪽의 마이크로 상권이 핵심 경제 단위로 부상했다. 서울연구원의 '소상공인 공간분석(2024)'에 따르면 이른바 '주거밀착형 상권'의 점포 밀도는 2019년 대비 37% 증가했고, 특히 카페·편의점·도시락·세탁 서비스가 이 상권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상권들은 고객의 이동 반경과 생활시간대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아침엔 도시락 판매, 낮엔 커피·간식, 밤엔 간단한 식사로 전환되는 '타임 셰어(Time Share)형 매장'이 늘고 있다. 점포 하나가 하루 세 번 다른 업종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이러한 유연성은 소규모 창업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다. 초기 투자비가 낮고 1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프랜차이즈 모델'로의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m 내 3개 매장 — '규모의 경제'에서 '밀도의 경제'로
전문가들은 지금의 변화를 "도시경제의 중심축이 '규모의 경제'에서 '밀도의 경제'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넓고 많은 점포보다 짧은 거리 안의 집중된 관계망이 더 큰 수익을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과거에는 상권을 "반경 1km 단위"로 설정했지만, 이제는 "건물 단위", "블록 단위"까지 쪼개 입지를 설계한다. 서울 성수동의 한 프랜차이즈는 단 200m 거리 내 3개 매장을 운영하며 각 매장의 콘셉트를 달리해 시간대별 수요를 분산시킨다. 이런 전략은 1인 고객의 '생활 리듬'을 중심으로 한 상권 운영 모델이다. 고객이 멀리 오게 만드는 대신 "생활권 안에서 자연스럽게 반복 방문"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프랜차이즈의 4대 공간전략 변화
프랜차이즈 산업은 이러한 도시 구조의 재편을 가장 빠르게 체감하는 산업이다. 본사들은 "점포의 크기보다 위치의 맥락"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 초소형 매장 확대 = 5~8평 규모의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이 표준화됐다. 점주 1인 운영, 임대료 절감, 회전율 극대화가 가능하다.
△ 복합공간화 = 카페+코워킹, 세탁+편의점, 피트니스+카페 등 생활밀착형 복합 매장이 증가했다.
△ 유연한 임대 모델 = '시간 단위 임대', '공유 점포' 등 유연한 운영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 데이터 기반 입지 선정 = 유동인구보다 '거주민 체류 데이터'를 분석해 매장 위치를 결정한다. 소비자는 지나가는 고객이 아니라 머무는 주민으로 바뀌었다.
도시의 리듬이 바뀌면 소비의 리듬도 바뀐다
흥미로운 점은 도시의 리듬, 즉 시간대별 소비 패턴이 뚜렷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평균 점심시간 방문객은 감소(-11.4%)했지만, 오후 4~11시 방문객은 18% 증가했다. 이 시간대는 '혼자 보내는 시간'과 겹친다.
혼밥, 혼술, 혼카페 — 이 모든 소비 행위가 도시의 야간 시간대를 채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프랜차이즈는 '야간형 매장' 또는 '심야 테이크아웃'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한 분석가는 "1인 가구의 소비 리듬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니라 오후 2시 시작, 밤 11시 종료에 맞춰져 있다"며 "도시는 그 리듬에 맞춰 다시 디자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수 확장이 아닌 생활 네트워크로의 전환
결국 도시의 공간 변화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정체성을 재정의한다. 점포 수 확장이 아닌, 지역 기반의 생활 네트워크로서 기능하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편의점은 이미 소형 주거지의 생활센터로 자리 잡았고, 소형 카페와 간편식 브랜드는 '동네 거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헬스·세탁·반려동물·생활용품 브랜드가 도시형 복합 인프라의 한 축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1인 가구의 하루 루틴"이 있다. 한 명의 고객이 살고, 일하고, 소비하는 그 시간의 패턴이 이제 도시의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되었다.
'거대한 도시'에서 '작은 도시들'로
한국의 도시는 지금 거대한 재편의 한가운데 있다. 가족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가 이제 1인 단위로 조각난 작은 도시들의 집합체로 변하고 있다. 이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과거에는 "상권이 도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사람의 일상이 상권을 만든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그 일상의 리듬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도시는 작아졌지만 시장은 오히려 더 정밀해졌다. "도시의 크기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가 시장을 결정하는 시대." 그것이 2025년, 1인 가구가 만든 도시의 뉴노멀이다.
► 4부에서는 1인 가구 시대의 사회적 고립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정책·산업의 역할, 그리고 프랜차이즈가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연결의 가능성을 다룬다.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