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 특집] ③ 토지거래허가제, 프랜차이즈·소상공인 '생존위협'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1-26 08:26:27

점포 이전 지연·임대료 왜곡·대출 축소…상권 전반 연쇄 충격
"집값 정책 아닌 상권 규칙 변경"…전략적 대응 시급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 규제로 인식됐던 이 조치가 상권 재편과 창업 환경, 자영업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현장 점포주와 창업 컨설턴트, 상권 분석 전문가들을 취재해 토지거래허가제가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정리했다.

거래 절벽에 점포 이전·폐점 일정 '흔들'

토지거래허가제의 즉각적 효과는 거래 절벽이다. 상업지역 150㎡ 초과 토지나 상가 건물을 거래하려면 계약 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사 기간 증가, 이용 목적 확인, 자금 계획 검증 등 절차가 추가되면서 거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

문제는 이 거래 절벽이 점포 이전과 폐점, 양도, 권리금 회수 일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한 프랜차이즈 점포주는 "점포를 양도하려다 매수자가 토지거래허가 가능성 때문에 불확실하다며 계약을 포기했다"며 "결국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폐점 일정도 한 달 넘게 늦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외곽과 도심 변두리 상권에서 낡은 상가를 철거하고 신축하려던 계획이나 재개발 예정지 주변 점포들의 이전 계획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창업 컨설턴트들은 "출점 타이밍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프랜차이즈 업종에서는 일정 지연이 곧 손실"이라고 강조한다.

상권 재편 속도 늦어져…'좋은 입지' 이동 어려워

상권은 점포 교체와 건물 교체를 통해 세대교체를 이뤄낸다. 노후 상권이 철거되고 신축 상가가 들어서면 새로운 브랜드가 유입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이 흐름이 끊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핵심은 지분 매입과 토지 정리다. 허가제가 적용되면 시공사와 조합, 디벨로퍼 모두 토지 확보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는 신축 상가 공급을 늦추고 상권 전체의 세대교체 속도를 지연시킨다. 신흥 상권이나 역세권 개발 예정지에서는 "상권 성숙이 1~2년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물주가 매매와 철거를 미루면 노후 상가는 그대로 유지되고, 이는 상권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선호하는 신축 1~5년 차 건물 비중이 줄어들면서 브랜드 출점이 집중되는 고품질 상권의 형성이 지연된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개발팀 관계자는 "강북 일부 지역에서 신축 상가 공급이 줄어 점포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본사가 원하는 입지를 찾기 어려워 신규 출점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경직성 강화…외곽은 오히려 상승 압력

토지거래허가제가 임대료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규제지역 중심으로 임대료 경직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상권이 침체하더라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거래가 막혀 시세 확인이 어렵고 자산 평가가 불확실해지면 임대료를 낮추기보다 현 수준 유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강남과 도심의 핵심 상권은 임대료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임대료 조정이 어려우니 브랜드 입장에서도 출점 비용이 더 높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역으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풍선효과가 발생하면 신축 상가 건설 증가, 투자 자본 유입, 신규 브랜드 입점 러시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초기에 낮았던 임대료가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치솟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

상권 분석 전문가들은 "서울 중심이 묶이면 경기도 알짜 지역으로 프랜차이즈 출점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 지역들의 상권은 2~3년 사이 급속히 팽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담보·대출 환경 악화…자영업자 '치명타'

많은 소상공인은 자가주택이나 점포 건물, 상가 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창업과 운영을 유지한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로 거래량이 줄면 금융기관은 담보 평가를 보수적으로 하고 대출 한도를 낮추며 추가 대출 승인 기준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은행 기업금융센터장은 "거래량이 줄면 담보가치 산정에 사용하는 비교 사례가 부족해지고, 이는 곧 담보 축소와 대출 여력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창업자금 확보 어려움, 기존 점포의 시설투자와 인테리어 지연, 만기 연장 실패로 인한 유동성 악화 등으로 직결된다. 특히 매출이 불안정한 업종에서는 대출 축소가 운영자금 감소와 폐업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뒤따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출점 전략 '다핵화'로 전환

그동안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강남권 핵심 상권, 한강변 프라임 상권, 신흥 재개발지를 중심으로 전략적 출점을 이어왔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가 장기화되면 이러한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본사들은 규제 강도가 낮고 개발이 안정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1차 출점은 수도권 외곽에, 2차 출점은 서울 도심의 노후 상권 재정비 시점을 반영하는 식으로 전략을 재조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직영점은 주로 건물을 매입해 장기 운영하는 모델이 많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건물과 토지 매입이 어려워지면서 대형 본사일수록 직영점 확대를 재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상공인 생존 전략 4가지

업계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대응 전략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창업과 이전 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여부, 향후 재개발 가능성, 건물 매매 추세, 인구 구조 변화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둘째, 거래가 막히면 시세 판단이 어려워지므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 중도해지 조건, 재개발·철거 시 보상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셋째, 부동산 시세 차익이 아니라 영업 캐시플로우 중심 경영이 필요하다. 과거 "장사는 못 해도 건물값 오른다"는 기대는 불확실해졌고, 매출 구조와 브랜드 경쟁력, 배달·포장 강화, 점포 효율화가 핵심 경쟁력이 됐다.
넷째, 규제 변화는 개별 점포주가 따라가기 어려운 만큼 지역 상인회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협의회를 통해 법률 자문 공유, 상권 정보 수집, 정책 대응 의견 제출 등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집값 정책 아닌 상권 시스템 전체의 규칙 변경"

토지거래허가제를 단순히 투기 억제 정책으로 보는 시각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서울 전역 지정은 상권의 흐름, 점포의 생애주기, 임대료 구조, 창업 생태계, 지역경제의 순환을 모두 흔드는 도시 시스템 전체의 규칙 변경이다.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규제를 피하거나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 살아남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서울의 규제 변화는 곧 상권의 미래다. 정확한 정보와 빠른 대응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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