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세탁산업의 미래 제2부: 당신의 셔츠는 누가 세탁할까?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0-03 10:39:01

가맹점·독립·O2O 플랫폼, 세탁업계 3파전
7천만원부터 수백억까지... 투자금은 천차만별, 수익은?

밤 11시, 집 앞 수거함에 옷만 넣으면 끝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직장인 김 씨. 그는 현관 앞 전용 수거함에 세탁물을 넣고 스마트폰 앱을 몇 번 터치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틀 뒤 새벽, 문 앞에는 깨끗하게 세탁된 셔츠와 정장이 걸려 있다. 세탁소 영업시간에 맞춰 옷을 맡기고 찾으러 가던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다. 세탁업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세탁업 창업, 세 갈래 길

세탁업에 뛰어들려는 창업자 앞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첫째, 크린토피아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브랜드 간판을 달고 본사의 시스템을 활용한다. 둘째, 전통적인 동네 독립 세탁소다. 자유롭게 가격을 정하고 단골 고객을 모은다. 셋째, 최근 등장한 런드리고·세탁특공대 같은 대형 O2O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앱과 대규모 공장을 앞세워 시장판을 뒤흔들고 있다.

과연 어떤 모델이 돈을 더 잘 벌까?

브랜드 믿고 시작했지만... 가맹점주 "본사 눈치 보기 힘들다"
프랜차이즈 세탁소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국내 대표 세탁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는 지난해 매출 2,797억 원을 기록하며 전국 3,3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본사의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과 통합 마케팅이 가맹점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낯선 동네에서도 익숙한 브랜드 간판만 보고 들어오는 고객이 많다는 점도 프랜차이즈의 강점이다. 본사의 광고 효과로 신규 고객 유입이 꾸준하다는 것이 가맹점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높은 자재비에 수익성 고민
하지만 가맹점 운영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본사가 지정한 세제와 자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아 실제 순이익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가맹점주는 "본사 광고 덕분에 신규 고객은 꾸준히 들어오는데, 정작 세제값이 높아서 남는 게 별로 없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가맹점의 일반적인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초기 투자비는 1억1,500만 원이며, 순이익률은 15~25%로 추정한다.

최근 가맹점들은 무인 락커와 스마트폰 앱을 도입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O2O 플랫폼의 편리함을 흡수하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독립 세탁소 "자유롭지만 외롭다"

동네 독립 세탁소의 가장 큰 무기는 자율성이다.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고, 운동화 세탁이나 이불 세탁 같은 특화 서비스도 제약 없이 추가할 수 있다. 본사에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어 이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독립 세탁소의 초기 투자비는 7,000만~1.5억원, 예상 순이익률은 20~30%이다.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는 점이다. 기존 단골 고객은 있지만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마케팅 역량도 부족해 온라인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독립 세탁소 사장은 "단골손님은 많은데 새 손님이 잘 안 온다.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더 큰 리스크는 세탁 사고 발생 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세탁 관련 분쟁의 80% 이상이 옷 손상 문제로 나타났다. 가맹점은 본사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지만, 독립 세탁소는 모든 책임을 사장 혼자 떠안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신뢰와 안정성을 원한다면 가맹점을, 자율성과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독립 세탁소를 선택하되, 각자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자 속 수백억 베팅, O2O 세탁 플랫폼은 '규모의 경제'로 미래를 살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동네 세탁소와 프랜차이즈가 양분하던 국내 세탁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진원지는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로 대표되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기존 시장의 문법을 완전히 새로 쓰고 있다.

런드리고는 지난해 매출 539억 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증명했고, 일부 분기에서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수익성 개선의 가능성을 보였다. 세탁특공대 역시 500억 원 이상의 누적 투자를 유치하며 미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거침없는 질주 뒤에는 ‘스마트 팩토리’라는 강력한 비밀 무기가 있다.

'스마트 팩토리': 세탁업을 제조업으로 바꾸다

이들 기업은 경기도 등 수도권 외곽에 축구장만 한 규모의 초대형 세탁 공장을 직접 설립했다. 최신 자동화 설비가 즐비한 이곳에서는 의류의 입고부터 분류, 세탁, 건조, 다림질, 검수, 포장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된다. 모든 옷에 고유 식별 태그(RFID)를 부착해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던 분실 및 손상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인공지능(AI) 기반의 비전 센서는 미세한 오염까지 잡아내 품질을 표준화했다.

이는 사실상 세탁업을 개별 점주의 숙련도에 의존하던 서비스업에서, 데이터로 관리되는 ‘제조업’의 영역으로 전환시킨 혁신이다. 여기에 24시간 가동되는 자체 물류망을 결합해 고객이 잠든 새벽 시간에도 문 앞까지 배송하는 완벽한 비대면 서비스를 구현했다.

수익 구조와 미래: '계획된 적자' 속 전국 확장 노린다

물론 이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 초기 투자: 스마트 팩토리 건설 및 물류망 구축에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 투입
• 주요 매출: 개인 고객의 구독·건별 결제 + 호텔·기업 등 B2B 계약
• 현재 수익성: 높은 물류비와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적자 지속, 손익분기점까지 수년 소요 예상
• 미래 전망: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서비스 확장 시, 규모의 경제를 통한 폭발적 수익 증대 가능

한 O2O 플랫폼 관계자는 "개별 고객에게 들어가는 배송비 부담으로 아직 적자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호텔, 피트니스 센터 등 기업 간 계약을 확대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또 다른 강점은 앱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다. 고객의 세탁 주기와 품목을 분석해 맞춤형 프로모션을 발송하고, 월 단위 구독 서비스로 고객을 묶어두는(Lock-in) 전략은 기존 세탁업체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정교한 마케팅 방식이다.

'메기'가 된 O2O 플랫폼

O2O 기업형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 세탁업 생태계에 강력한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동네 독립 세탁소는 직격탄을 맞았다. 가격과 편리함, 속도 면에서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와이셔츠, 일상복 등 마진이 낮고 물량이 많은 품목들이 O2O 플랫폼으로 빠르게 흡수되면서, 동네 세탁소는 고가의류나 특수 소재, 수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집중해야만 하는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크린토피아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역시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O2O 플랫폼이 제시한 ‘비대면 편의성’이 새로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자, 이들 역시 서둘러 자체 앱을 고도화하고 무인 세탁함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O2O 플랫폼의 공세가 결과적으로 업계 전반의 서비스 혁신을 촉진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O2O 세탁 플랫폼은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베팅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이 대규모 자본 없이는 불가능한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지, 아니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세탁업의 미래를 완벽히 재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의 등장으로 한국 세탁 시장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변화의 강을 건넜다는 점이다.

O2O 플랫폼의 등장으로 기존 가맹점과 독립 세탁소들이 긴장하고 있다. 가맹점은 본사가 앱 서비스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배송 편리성에서 밀린다. 독립 세탁소는 단골이 약하면 고객을 플랫폼에 빼앗길 수 있다. O2O 플랫폼은 단순히 또 다른 경쟁자가 아니다. 세탁업계의 게임 규칙 자체를 바꾸고 있다.

서로다른 위험 요소

가맹점은 본사 의존도가 높다. 본사 정책이 바뀌거나 근처에 같은 브랜드 매장이 너무 많이 생기면 타격을 받는다.
독립 세탁소는 시장 변화에 취약하다. 브랜드가 없어 고객 유치가 불확실하고, 세탁 사고가 나면 혼자 책임져야 한다.
O2O 플랫폼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부담이다. 공장 건설과 물류망 구축에 엄청난 돈이 들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개인 창업자에게 가장 안전한 건?

투자 대비 수익(ROI) 관점에서 보면 개인 창업자에게는 가맹점이 가장 안정적이다. 독립 세탁소는 입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O2O 대형 플랫폼은 개인보다는 기업 투자자의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세탁업은 가맹과 독립만의 싸움이 아니다.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O2O 기업이 제3의 축으로 들어왔다"며 "앞으로 가맹점과 독립 세탁소 모두 앱, 배송, 기업 고객 전략을 접목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크린토피아는 전국 3,000여 개 매장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무인 락커와 앱 서비스를 도입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코인 빨래방 브랜드 '코인워시 365'도 출시했고, 옷 보관 서비스도 시작했다.

미래는 '하이브리드 전략'

현재 세탁 시장은 '기술과 자본의 플랫폼', '네트워크와 경험의 프랜차이즈', '전문성과 자율성의 독립 세탁소' 간 3파전이다. 한쪽은 완벽한 비대면 편리함을, 다른 한쪽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연함을, 또 한쪽은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무기로 고객을 끌어당긴다. 이제 가맹과 독립을 단순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심은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가맹점은 앱과 배송 서비스를 흡수해야 한다. 독립 세탁소는 플랫폼과 제휴하거나 특정 분야(명품, 가죽, 운동화 등)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O2O 플랫폼은 단순 세탁을 넘어 옷 보관, 렌탈, 중고 거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옷을 깨끗하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그 과정 전체의 '경험'을 소비한다.
과연 이 치열한 경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아니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며 공존하게 될까?
세탁업의 미래는 지금 세 갈래 길에서 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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