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가 주목할 새로운 소비 트렌드 ‘디토’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12-21 13:59:05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이거 나도 해봤어!” SNS를 통해 확산되는 디토(ditto) 소비가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토는 ‘나도 똑같이’라는 의미로, 인플루언서나 주변 사람들이 추천한 제품과 경험을 그대로 따라하는 소비 현상을 말한다. 특히 음식 분야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토 소비를 단순한 모방 욕구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검증된 선택을 통해 실패 위험을 줄이고, 동시에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합리적 소비 방식으로 봐야 한다. ‘○○이 먹은 그 메뉴’를 주문하며 경험을 간접적으로 공유하고, 자신만의 인증샷을 남기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만족감을 얻는다.
디토 소비와 맞물려 급부상한 것이 바로 ‘토핑 문화’다. 기본 메뉴에 취향껏 토핑을 추가하는 이 문화는 단순한 커스터마이징을 넘어 하나의 놀이이자 자기표현 수단이 됐다. 스타벅스의 ‘샷 추가’ 혹은 ‘샷 빼기’, 서브웨이의 ‘야채와 소스 선택’, 도미노피자의 ‘토핑 변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가 됐다.
토핑 문화의 핵심은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재미다. 소비자들은 SNS에 자신만의 조합을 공유하고, 이는 다시 다른 이들의 디토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예컨대 “민트초코 프라푸치노에 자바칩 추가, 휘핑크림 많이”와 같은 구체적인 레시피가 입소문을 타고, 이는 곧 프랜차이즈의 숨은 메뉴로 자리잡게 된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아예 ‘마이 레시피’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창의적 조합을 장려하고, ‘아빠는 딸바봉(딸기+바닐라+딸기크런치볼)’, 민트와 초콜릿을 강조한 ‘마법사의 비밀 레시피’ 등 인기 레시피를 출시하기도 했다. 맥도날드도 ‘나만의 버거’ 서비스를 도입해 패티부터 소스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더 나아가 프랜차이즈 업계는 디토 소비를 촉진하는 마케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 픽’ 메뉴를 출시하거나, 고객들이 만든 레시피를 공식 채널에 소개하며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식이다. 이는 광고비를 절감하면서도 높은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전략이다.
토핑 문화는 프랜차이즈의 수익 구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기본 메뉴의 가격은 유지하되, 토핑 추가로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이다. 500원짜리 샷 추가, 1000원짜리 토핑 추가는 소비자에게는 큰 부담이 아니지만,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순이익률이 높은 고마진 상품이 된다.
또한 맞춤형 주문이 늘면서 고객 데이터 수집도 용이해졌다. 어떤 조합이 인기 있는지, 어느 시간대에 어떤 토핑이 많이 팔리는지 분석해 재고 관리와 신메뉴 개발에 활용한다. 디지털 주문 시스템의 발달은 이러한 데이터 기반 경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디토 소비와 토핑 문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다.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검증된 선택을 원하는 모순적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제 단순히 표준화된 메뉴를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앞으로는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추천, 계절과 트렌드를 반영한 한정 토핑 출시 등 더욱 정교한 전략이 등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수동적 구매자가 아닌 능동적 창작자로 대우하는 태도다. 디토 소비와 토핑 문화가 만드는 이 새로운 생태계에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프랜차이즈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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