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이렇게 좋은 거였다고?!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10-07 15:05:56
제철 맞아 영양 폭발! ‘밤 세 톨이 보약’인 이유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는 요즘, 밤나무 아래를 지나면 톡톡 터지는 밤송이 소리와 함께 잘 영근 밤이 떨어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9월부터 11월까지가 제철인 밤은 예부터 ‘천연 영양제’라 불리며,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효능이 뛰어나다.
우리 조상들도 밤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조선시대 의서인 ‘동의보감’에는 밤이 ‘기를 북돋아 주고, 위와 장을 든든하게 해 주며, 배고프지 않게 해 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한의학에서는 위장과 신장이 허약하거나 식욕부진인 사람의 회복식으로 처방되기도 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5대 영양소를 모두 갖춘 완전식품인 밤. 지금부터 밤이 우리 몸을 어떻게 건강하게 지켜주는지, 특히 어떤 질환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밤으로 예방하고 다스리는 질환별 맞춤 건강 효과
밤에 풍부하게 함유된 다양한 영양 성분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질환을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1. 뇌 건강 & 치매 예방: 기억력을 지켜주는 똑똑한 과실
밤에는 뇌 기능에 필수적인 비타민 B1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강력한 항산화 성분까지 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들은 뇌신경 세포를 보호하고 뇌를 활성화하여 기억력, 집중력, 인지능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특히 비타민 B1은 쌀보다 4배나 많이 들어 있어 뇌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돕는다.
더불어 밤은 엽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한 두뇌와 신경계 발달에 도움을 준다. 성장기 어린이부터 노년층의 치매 예방까지, 밤은 온 가족의 뇌 건강을 위한 똑똑한 선택이다.
2. 심혈관 질환 & 고혈압 예방: 깨끗한 혈관을 위한 필수템
밤에 리놀레산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액의 흐름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고혈압, 고지혈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풍부한 칼륨 성분은 체내에 쌓인 유해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혈압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밤을 꾸준히 섭취하면 혈압 관리에 도움을 주어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다.
3. 면역력 강화 & 감기 예방: 환절기 건강 지킴이
환절기 면역력 관리가 중요할 때, 밤은 훌륭한 건강 지킴이가 될 수 있다. 밤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 성분과 다양한 비타민, 미네랄은 우리 몸이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면역력을 강화시켜준다.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내 면역체계를 개선하여 각종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비타민 C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감기 예방에도 좋다.
4. 위장 및 장 건강: 속을 편안하게, 소화력 증진
밤은 예로부터 위장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도 밤이 ‘장과 위를 든든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듯이, 밤에 함유된 효소 성분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장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영양 보충식으로 효과적이다.
특히 밤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은 설사나 이질 등 장 관련 증상을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민간요법에서는 소화불량, 구역, 설사를 치료하는 데 밤을 사용하기도 했다.
5. 뼈 건강 및 근골 강화: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밤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 5대 영양소와 더불어 섬유질까지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의 성장 발육에 도움을 준다. 또한 골밀도를 강화시켜 갱년기 여성과 어르신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한의학적으로 밤은 원기와 신기(腎氣)를 보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여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고 통증이 있는 경우에 좋다. 옛 문헌에도 ‘밤을 생식하면 허리나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잘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생밤을 먹인 일화가 있을 정도로 근골 강화에 효험이 있다.
6. 피로 회복 & 숙취 해소
밤에 함유된 비타민 C, 비타민 A, 비타민 B1 등의 다양한 영양소는 피로 회복과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술안주로 생밤을 먹으면 비타민 C가 알코올을 분해하고 산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7. 피부 미용 및 노화 방지
밤에 함유된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페롤산 등의 황산화 성분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여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 또한 비타민 C, A, E 성분들이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고 잡티를 없애 탄력 있는 피부를 가꾸는 데 기여한다.
8. 시력 개선 & 안구 질환 예방
밤에 풍부한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시력을 개선한다. 또한 백내장이나 야맹증과 같은 안구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약이 되는 밤 섭취법, '생밤'이냐 '군밤'이냐
밤은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지만 제대로 먹어야 약이 된다,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 효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고서들을 살펴보면 밤을 가장 효과적으로 먹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찾을 수 있다.
1. 최고의 섭취 방법은 ‘말린 생밤’
‘식료본초’에는 ‘생것으로 먹으면 허리와 다리를 치료한다. 찌거나 구워 먹으면 기를 막히게 한다. 햇빛에 말린 밤이 가장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에는 ‘생으로 먹는 것이 좋은데 바람에 말려 먹는 것이 햇볕에 말려 먹는 것보다 좋고 익혀 먹거나 구워 먹는 것이 쪄 먹는 것보다 좋다’고 나와 있다.
종합해 보면, 밤을 약으로 사용할 때는 건율(乾栗)이라 하여 말린 생밤이 가장 좋다고 여겨졌다. 말린 생밤이 딱딱해서 먹기 힘들다면 하루 전날 물에 불렸다가 씹어 먹으면 치아가 약한 노인들도 먹기 편하다.
2. 익혀 먹을 때는 ‘구운 밤’이 ‘찐 밤’보다 좋다
‘동의보감’에는 밤을 ‘뜨거운 잿불에 묻어 진이 나게 구워 먹어야 좋다. 그러나 속까지 익히지 말아야 한다. 속까지 익히면 기가 막히게 된다’고 언급하며 구운 밤이 좋다고 했다.
찐 밤은 소화가 잘 안 되는 경향이 있어, 평소 소화력이 약하거나 만성적인 체기가 있는 분들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3. 밤 껍질까지 버릴 게 없다!
밤의 얇은 속껍질인 율부(栗荴)는 목에 걸린 생선가시를 녹이거나 얼굴 주름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밤의 겉껍질인 율각(栗殼)은 삶은 물로 씻으면 옻독이나 습진으로 인한 가려움증에 효과가 있고, 달여 마시면 당뇨병에 의한 갈증이나 코피, 변혈을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4. 주의사항은 ‘과유불급(過猶不及)’
밤은 성질이 따뜻해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또한, 밤은 타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설사에는 효과적이지만, 변비가 있는 경우 과다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5대 영양소 중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과다 섭취 시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적당량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가을, ‘천연 영양제’ 밤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말린 생밤으로 섭취하며 건강한 가을을 보내도록 하자.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