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Sight 특집] 정년 65세 시대, 대한민국 생존의 길을 묻다 (1/5)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21 15:30:32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기자]
2025년 3월 20일, 대한민국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렸다. 18년간의 지루한 논쟁 끝에 국회 본회의장을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단순히 '더 내고 더 받는' 수준의 미세조정이 아니다. 이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원년을 맞은 한국 사회가 '더 오래 일하고, 더 늦게 받는' 구조적 대전환을 공식화한 선언이다. 이 거대한 지각 변동의 진앙은 여의도였지만, 가장 강력한 진동은 지금 우리 동네 편의점, 치킨집, 카페를 운영하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발밑에서 느껴지고 있다.
표면적인 숫자는 명료하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2033년 13%까지 단계적으로 오르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역시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정부는 이 '고통 분담'을 통해 고갈 시점을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늦췄다는 성과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 공식 발표 뒤에는 프랜차이즈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 두 개의 거대한 애프터쇼크가 숨어있다. 바로 '인건비 쓰나미'와 '인력 구조의 대변혁'이다.
첫 번째 충격파: '조용한 암살자', 인건비 쓰나미
최저임금 인상은 매년 점주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예고된 폭풍'과 같았다. 하지만 이번 연금개혁은 예고 없이 덮치는 '조용한 암살자'에 가깝다. 당장 내년부터 오르는 보험료율은 직원을 고용하는 모든 가맹점주에게 직접적인 비용 상승으로 작용한다.
구체적인 계산서를 펼쳐보자. 월 소득 300만 원의 직원을 고용했다면, 현재 점주는 매월 13만 5천 원(4.5%)의 연금 보험료를 부담한다.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하는 2033년이 되면 이 부담액은 19만 5천 원(6.5%)으로 늘어난다. 직원 한 명당 매월 6만 원, 연간 72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직원 3명을 고용 중인 카페 사장님이라면 연간 216만 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증발하는 것이다. 이는 원두나 컵 같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는 차원이 다른, 피할 수 없는 고정비의 구조적 인상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생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파트타임 쪼개기'로 겨우 버텨왔지만, 4대 보험이 의무인 정직원은 이번 연금개혁으로 부담이 훨씬 커졌다"면서 "결국 사람을 더 줄이고 키오스크를 늘리거나, 가족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 말고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연금개혁은 가뜩이나 얇아진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수익률을 잠식하며, 매장의 고용 구조 자체를 재고하게 만드는 강력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 충격파: '소득 크레바스' 세대의 대이동
더욱 거대한 변화는 인력 시장 그 자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번 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법정 정년(60세)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법정 정년 65세 연장'의 본격적인 추진이다. 정부는 2025년 하반기 공무원을 시작으로 단계적 의무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허리이자 가장 두터운 인구층인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와 X세대(1964~1979년생)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결정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60세에 직장에서 밀려나,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에 직면하게 된다.
이 거대한 인구 집단은 이제 두 갈래 길로 프랜차이즈 산업에 유입될 것이다.
첫째, '생계형 예비 창업자'의 급증이다. 퇴직금을 '마지막 동아줄' 삼아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5060세대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리스크가 큰 독립 창업보다는 본사의 시스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에게는 가맹점 확장의 기회일 수 있지만, 동시에 준비 안 된 창업자의 유입으로 인한 시장의 질적 저하와 과당 경쟁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둘째, '시니어 스태프'의 등장이다. 당장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장에 나오는 5060세대가 새로운 노동력으로 부상한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점주들에게 이들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20대 중심 아르바이트 시장과는 전혀 다른 운영 방식과 갈등 관리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대전환의 서막: 위기인가, 기회인가?
결론적으로, 2025년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 논의는 프랜차이즈 산업에 '비용 구조의 재편'과 '인적 구성의 재편'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이는 명백한 위기다. 인건비 상승은 점주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준비 안 된 시니어 창업자의 증가는 상권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풍부한 사회 경험을 갖춘 시니어 인력은 매장의 서비스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으며, 구매력 있는 시니어 고객층의 증가는 프랜차이즈 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
과연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이 거대한 인구 지진 앞에서 위기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잡고 한 단계 도약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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