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사이트 특집] 정년 65세 시대, 대한민국 생존의 길을 묻다 (4/5)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24 15:58:08

위기인가 기회인가: 퇴직금 들고 오는 '시니어 창업'과 125조 '실버 이코노미'
'마지막 직장'을 찾는 사람들, 5060 예비 창업자가 프랜차이즈 시장에 던지는 질문
"MZ세대 트렌드는 잊어라", 실버 시장을 선점할 미래의 프랜차이즈는 무엇인가
실버시대의 키워드는 '건강', '돌봄', '여가', '편의' AI 생성이미지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지난 3부까지 우리는 정년 65세 시대가 프랜차이즈 산업에 가하는 압박과 과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늘어나는 인건비, 새로운 인력 구조에 맞는 시스템의 부재 등 당면한 위기는 분명 현실이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위기의 이면에는 새로운 기회가 숨어있다.

2025년 대한민국을 덮친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역설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시니어 창업'의 폭발적 증가와 '실버 이코노미'라는 거대 시장의 개화(開花)다. '소득 크레바스'에 내몰린 5060 세대는 이제 프랜차이즈 산업의 잠재적 직원이자, 가장 유력한 예비 창업자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이들 자신과 그 부모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구매력을 갖춘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위기 대응에만 급급했던 시선을 돌려 기회를 포착하는 자만이, 다가올 10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첫 번째 기회: '마지막 직장'을 찾는 사람들, 5060 예비 창업자

"30년 넘게 다닌 직장에서 나온 뒤 막막했습니다.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고, 모아둔 퇴직금만 까먹고 살 수는 없었죠.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아내와 함께 안정적으로 일할 '마지막 직장'이 필요했습니다."

최근 한 소자본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김영수 씨(59세)의 말은 오늘날 5060 예비 창업자들의 현실과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들에게 창업은 '대박의 꿈'이 아니라 '안정적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다. 그리고 이 절박함이 프랜차이즈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왜 프랜차이즈인가? 시니어 창업자들이 독립 창업 대신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십 년간 조직 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창업은 공포 그 자체다. 이들은 검증된 브랜드 인지도,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 본사의 교육 및 마케팅 지원 등 프랜차이즈가 제공하는 '안정성'에 높은 가치를 둔다. 특히 평생 모은 퇴직금이라는 '마지막 실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은 이들을 더욱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인 투자자로 만든다.

가맹본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새로운 창업자 그룹을 맞이하기 위해 가맹본부는 기존의 접근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첫째, '시니어 맞춤형 창업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24시간 운영이나 고강도 육체노동이 필요한 업종 대신, 부부가 함께 운영하기 좋은 소규모 매장, 노동 강도가 낮은 서비스업, 혹은 온라인과 결합하여 재택 운영이 일부 가능한 모델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최소 투자, 안정적 수익'이라는 시니어 창업자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둘째,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젊은 창업자들보다 정보 탐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이들을 위해, 예상 매출액, 투자비 회수 기간, 가맹점 운영 수익률 등 민감한 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세한 상담을 제공하는 '신뢰 기반'의 가맹 영업 전략이 필수적이다. 정보공개서의 깨알 같은 글씨 너머에 있는 진심을 보여줘야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기회: "MZ 트렌드는 잊어라", 125조 실버 시장을 선점하라

정년 연장과 고령화는 창업자와 직원의 얼굴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의 얼굴, 즉 시장의 중심 자체를 바꾸고 있다. 2025년 현재 12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실버 이코노미'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미래가 걸린 최대의 블루오션이다. 지금까지 '힙'하고 '트렌디'한 MZ세대의 취향을 좇는 데 집중했던 프랜차이즈 R&D는 이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어떤 프랜차이즈가 뜰 것인가? 실버 시장의 핵심은 '건강', '돌봄', '여가', '편의' 네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 키워드를 선점하는 프랜차이즈가 미래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헬스케어 & 돌봄 프랜차이즈: 방문요양 서비스, 주간보호센터, 복지용구 대여·판매점, 시니어 특화 재활운동센터, 맞춤형 건강식 배달 서비스 등은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이 예견된 분야다. 전문성과 신뢰도가 중요한 만큼,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모델에 대한 수요가 높다.
여가 & 취미 프랜차이즈: 은퇴 후 시간적 여유와 경제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는 새로운 여가 시장의 주역이다. 시니어 전용 피트니스, 파크골프 등 스포츠 관련 시설, 악기나 미술을 가르치는 취미 교실, 웰빙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여행사 등이 유망 분야로 떠오를 것이다.
생활 편의 서비스 프랜차이즈: 거동이 불편하거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를 위한 생활밀착형 서비스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집안 청소나 정리를 돕는 홈케어 서비스, 병원 동행 서비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교육 서비스 등은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구축할 때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기존 외식, 유통 프랜차이즈 역시 이 흐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부드러운 식감의 건강식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고, 매장 내 휴식 공간을 늘리며, 시니어 고객을 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새로운 고객, 새로운 점주, 새로운 시장의 탄생

정년 65세 시대는 프랜차이즈 산업에 '시니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고객, 새로운 점주,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선물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프랜차이즈 산업이 체질을 개선하고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이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시니어 창업자의 안정적 정착을 돕는 섬세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시니어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드는 R&D 역량을 갖춰야 한다.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이자, 누구도 완벽한 성공 공식을 갖고 있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새로운 시장을 외면하는 프랜차이즈 기업과 가맹점주에게 미래는 없다는 사실이다.

<5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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