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분석: 김밥] ① 천 원 김밥의 종말, 1만 원 시대 열린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01 16:22:24
표준화와 채널 전략으로 돌파구 찾는 김밥 업계의 생존 전쟁
소풍 도시락의 추억을 담던 천 원짜리 김밥이 이제 만 원을 호가하는 시대가 왔다. 원재료비 급등과 인건비 상승의 이중고 속에서 김밥 프랜차이즈들은 '저가 대량'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표준화된 운영시스템(SOP)과 다채널 전략을 무기로 '분식'에서 '완결형 솔루션'으로 거듭나려는 김밥 업계의 변화를 살펴본다.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
천 원의 추억에서 만 원의 현실로
"김밥 한 줄에 천 원"이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다. 현재 대형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인 고봉민김밥이 3,800원, 참치김밥이 4,800원을 기록하며 김밥의 가격대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일부 프리미엄 메뉴는 5,000원을 넘어서며 '만 원 김밥' 시대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쌀, 계란, 채소 등 주요 원재료의 변동성과 함께 포장재, 위생 소모품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노동집약적인 공정 특성상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존의 '저가-대량' 구조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지형 변화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김밥 전문점으로 등록된 브랜드는 총 62개에 달한다. 이 중 매장 수 20개 이상을 보유한 상위 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위는 고봉민김밥人으로 534개 매장을 운영하며 연평균매출액 3억 1,175만 원을 기록했다. 2위 김밥천국(289개 매장), 3위 얌샘김밥(229개 매장)이 뒤를 잇고 있다.
주목할 점은 매장 수와 매출액의 상관관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싸다김밥(71개 매장)은 연매출 8억 647만 원으로 매장당 매출에서 최고 수준을 보였고, 마녀김밥(37개 매장)도 7억 1,126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브랜드별로 포지셔닝과 수익 구조가 상이함을 시사한다.
채널 다각화, 생존의 필수 조건
코로나19 이후 김밥 업계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채널의 다각화다. 기존 매장 식사 중심에서 테이크아웃, 배달, 리테일 납품까지 멀티포맷이 공존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편의점의 삼각김밥 대중화는 이러한 변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콜드체인과 표준 레시피를 무기로 한 편의점은 김밥의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만들어냈다. 이에 기존 김밥 전문점들도 포장 규격, 컷 사이즈, 소스 번들 등 사용성 중심의 설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배달과 그랩앤고(Grab & Go) 시장의 성장은 김밥을 '한 끼 솔루션'으로 재정의하는 계기가 됐다. 출퇴근 간편식에서 오피스 케이터링, 리테일 가정식 대체재까지 소비 장면이 다양화되면서 각 채널별로 차별화된 상품 구성과 가격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표준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
프랜차이즈와 리테일이 교차하는 현 시점에서 표준운영절차(SOP)는 김밥 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과거 '손맛'에 의존하던 운영 방식으로는 품질 일관성과 효율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표준화의 범위는 레시피와 중량에서 시작해 온도와 시간 관리, 위생과 HACCP, 시각적 완성도까지 포괄한다. 김밥 한 줄당 중량(밥과 속 재료의 비중), 컷 수, 소스 그램수를 규격화하고, 밥 온도와 휴지 시간, 채소 수분 관리, 보관과 폐기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또한 작업대, 도마, 장갑 전환 규칙과 콜드체인 점검 시스템을 통해 위생 안전성을 확보하고, 단면 정렬과 컷 두께, 패키지 라벨(알레르겐·영양표시)까지 시각적 표준을 완성해야 한다.
김밥의 본질, 다시 정의하다
김밥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김밥의 본질적 특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김밥의 핵심 가치를 신선(Fresh), 휴대(Portable), 맞춤(Customizable)의 3요소로 정리한다.
신선함은 밥의 온도와 수분, 속 재료의 식감이 체감 품질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휴대성은 컷 규격과 트레이, 소스 번들이 사용성을 결정한다는 관점이다. 맞춤성은 토핑 모듈과 맵기 단계, 알레르겐 대체 옵션이 객단가와 재구매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 세 요소를 표준화 언어로 번역할 때, 김밥은 단순한 '분식'이 아닌 완결형 솔루션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원가 구조의 재설계가 관건
김밥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원가 구조의 재설계다. 김밥 한 줄의 원가는 재료비(김·밥·계란·채소·단백질·포장재)와 시간비(전처리·롤링·컷팅·패키징)로 구성된다. 각 공정은 초 단위 관리가 필요한 노동집약적 특성을 갖고 있어 효율성 개선이 수익성의 핵심이다.
특히 매장 식사, 포장, 배달, 리테일 등 채널별로 원가 구조와 가격 정책이 달라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업계는 '저가=볼륨'이 아니라 표준화된 공정과 채널별 손익(P&L) 분리가 해답이라고 보고 있다.
미래 전망: 완결형 솔루션으로의 진화
김밥 업계는 현재 대중화 1기(분식점 보편화), 확산 2기(프랜차이즈 다점포화), 전환 3기(편의점·프리미엄 실험)를 거쳐 교차 4기에 진입했다. 이 시기의 특징은 배달·그랩앤고·리테일이 혼재하면서 SOP와 채널 전략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밥이 '저가 분식'에서 '한 끼 솔루션'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다"며 "지속 가능성의 관건은 SOP와 채널별 수익성 분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원가·노무·임대의 3중 압력은 동선·시간·포장 표준화로만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 원짜리 김밥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김밥이라는 음식 자체의 가능성은 오히려 확장되고 있다. 표준화와 채널 전략을 기반으로 한 김밥 비즈니스의 새로운 도약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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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 5부작 특집 2편에서는 김밥 프랜차이즈의 운영 최적화와 원가 관리 전략을, 3편에서는 브랜드 포지셔닝과 법무 체계를 다룰 예정이다. 4·5편에서는 해외 진출 사례와 글로벌 전략을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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