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점 특집] 하루 11개씩 문 닫는다…카페 '대란' 속 살아남는 법은?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15 16:37:27

536명당 1개씩 넘쳐나는 카페, 평균 영업기간 3년 못 넘어
AI 바리스타·공정무역 원두로 승부…2025년 생존전략 총정리
AI 생성 이미지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허양기자]  

대한민국 카페 시장이 초비상이다. 국민 536명당 1개씩 카페가 넘쳐나는 과포화 상황에서 2023년 서울에서만 4000여 개 커피전문점이 문을 닫았다. 평균 영업기간이 3년을 넘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 상권에서는 신규 개업보다 폐업이 더 많은 '순감소'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9월 현재 국내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만2111개로, 이 중 커피 브랜드가 840여 개에 달한다. 가맹점 100개 이상을 보유한 대형 브랜드만 50여 개에 이를 정도로 과포화 상태다. 특히 한국은 다른 업종보다 창업이 쉽다는 인식과 짧은 개설 기간(미국 1년 이상 대비 한국 3~4개월)으로 인해 과잉 공급 상황이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부터 카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저가 커피 전문점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19조 시장의 역설…성장 멈춘 카페업계

2025년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9조~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20잔으로 세계 평균의 4배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카페 업계는 성숙기를 넘어 포화 상태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각종 규제까지 겹치면서 카페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카페협회 관계자는 "단순히 맛있는 커피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명확한 컨셉과 차별화 전략 없이는 생존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정무역 원두·친환경' 가치 소비 확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페들이 주목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환경과 윤리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영향으로 공정무역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원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생분해성 컵, 리유저블 컵 사용, 재활용 가능한 원두 패키징 등 친환경 포장재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일부 브랜드들은 원두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 '탄소 중립 커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건강을 고려한 기능성 커피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버섯 추출물 혼합 커피, 프로바이오틱스 및 콜라겐 첨가 커피, 디카페인 스페셜티 커피가 대표적이다. 오트밀크, 아몬드밀크 같은 식물성 우유 옵션과 저당 음료는 필수 메뉴로 자리잡았다.

AI 바리스타 시대 개막…무인화로 효율 극대화

두 번째 생존 키워드는 '기술 융합'이다.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들이 AI 바리스타 로봇을 출시하며 주문부터 제조, 서빙까지 자동화된 무인 매장 운영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관된 품질의 커피를 신속하게 제공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집에서 고품질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족 증가에 따라 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커피머신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AI는 커피 재배(병충해 감지, 수확량 증대)부터 로스팅(온도·공기흐름 자동 조절), 고객 취향 분석, 맞춤형 마케팅까지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원두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블록체인 기술과 한정판 원두, 커피 멤버십을 NFT로 판매하는 새로운 디지털 소비 문화도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키오스크, 스마트오더 시스템 등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MZ세대가 바꾼 카페 문화…'경험 소비' 부상

세 번째 키워드는 '개인화된 경험'이다. 시장의 핵심 소비층인 MZ세대는 카페를 단순한 음료 소비 공간이 아닌 사교, 업무, 휴식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인식한다. 독특한 분위기와 특색 있는 메뉴를 제공하는 개인 카페와 지역 특색을 살린 로컬 브랜드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새로운 카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카페 투어'와 같은 여가 문화도 확산되면서 획일화된 프랜차이즈보다 개성 있는 카페가 각광받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콜드브루, 니트로 커피 등 프리미엄 커피를 통한 차별화도 중요해졌다. 스타벅스 사례처럼 AI 플랫폼 기반의 개인화된 소통, 확장된 주문 옵션, 식단 기반 맞춤 서비스 등 고도로 개인화된 멤버십과 구독 서비스가 정기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기간 한정 메뉴, 계절 이벤트, 문화 행사 등 체험 중심 마케팅과 지역 키워드를 활용한 SNS 마케팅도 신규 고객 유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배달은 '선택' 아닌 '필수'…홈카페 시장 급성장

네 번째 키워드는 '배달 서비스의 진화'다. 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언택트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커피전문점의 배달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됐다. 2020년 커피 배달 관련 키워드 검색 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으며, 배달 서비스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홈카페 이용 증가로 일반 커피 배달과 함께 원두 정기 배달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벅스와 이디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배달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개인 카페들도 정부의 배달·택배비 지원을 활용해 배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배달 수수료와 커피 품질 유지라는 난제가 있지만, 배달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 영역이 됐다.

정부 지원책 총동원…"활용이 생존 열쇠"

다섯 번째 키워드는 '정부 지원 정책 활용'이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노동법 관련 규제 등으로 카페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생존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배달·택배비 지원, 폐업 대비 점포 철거비 지원, 디지털 전환 지원, 대환 대출 등 금융 지원, 스케일업 자금 지원, 재기 및 재창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한국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철저한 재고 관리, 고객 피드백 분석, 운영 루틴 정착 등 내실 있는 관리와 함께 정부 지원 정책을 꼼꼼히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다지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질적 성장만이 살길"…업계 전망

전문가들은 2025년 카페 시장이 높은 경쟁과 비용 부담이라는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성, 건강, 기술 융합, 개인화된 경험 제공, 배달 서비스라는 다섯 가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페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카페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공정무역 원두부터 AI 바리스타, MZ세대 맞춤형 경험, 정부 지원 활용까지 다각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브랜드만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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