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5부작 스테이블 코인] 1부 2030년 2000조원 시장으로 급성장... "디지털 달러가 글로벌 금융을 바꾼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09-23 06:00:07

극심한 변동성 해결책에서 출발한 '안정화폐', 이제는 국경 간 송금·결제 시스템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
각국 규제 경쟁 치열... 미국·EU 선도하는 가운데 한국은 신중한 접근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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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암호화폐 시장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던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혁신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일상적인 결제나 기업 간 정산에는 가격 변동성 때문에 한계가 뚜렷했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달러'라는 별명을 얻으며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법정화폐 연동해 안정성 확보... 세 가지 유형으로 분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금, 국채 등 실물 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한 암호화폐를 뜻한다. 발행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가장 일반적인 법정화폐 담보형은 실제 달러나 유로, 원화 등을 은행 계좌에 예치하고 그만큼의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테더(USDT), 서클(USDC), 바이낸스(BUSD) 등이 대표적이다. 안정성이 높지만 발행사의 투명성 논란이 단점으로 꼽힌다.
암호화폐 담보형은 이더리움 등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를 초과담보 형태로 예치한 뒤 발행하는 방식으로, 메이커다오의 DAI가 대표 사례다. 탈중앙성을 보장하지만 담보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 청산 위험에 노출된다는 한계가 있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한다. 2022년 붕괴한 테라(UST)가 대표적인 사례로, 확장성이 장점이나 시장 충격 시 붕괴 위험이 크다는 것이 입증됐다.

2030년 2000조원 시장 전망... 세계 13번째 통화 수준 유동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기준 시장 규모는 약 2400억 달러(약 330조원)로 추정되며, 주요 투자은행과 아크인베스트먼트, 시티그룹 등은 2030년까지 1조 4090억 달러(약 2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세계 13번째 국가 통화 수준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시중 유동성(M2) 비중은 2025년 0.17% 수준에서 2030년 0.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투자 수단을 넘어 실제 화폐처럼 일상적인 거래와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가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 실물 경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과 이주 노동자의 해외 송금, 국제 구호 활동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제 자선 단체들이 전통 금융망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신속하게 자금을 전달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규제 선도권 확보 경쟁... 미국·EU vs 아시아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은 각국 규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규제와 혁신 사이의 균형이 향후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의회가 발행사 준비금 요건과 투명성 확보를 골자로 하는 규제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USDC, USDT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페이팔이 자체 스테이블코인(PYUSD)을 발행해 결제 서비스에 도입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대중적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발효된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를 통해 발행과 유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MiCA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평가하며, 유럽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선도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도화했고, 싱가포르는 국제 금융 허브답게 발행사에 대한 엄격한 자본 요건을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규제 차이는 글로벌 기업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발행과 유통이 빠르게 확대되는 반면, 한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는 신중한 접근으로 인해 확산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규제 친화적인 시장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송금 수수료 6%→1%... 금융 인프라 구조 변화 가속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 보조 수단을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국경 간 송금 혁신이다. 기존 국제 송금은 은행 간 중개망을 거쳐 수일이 소요되고 건당 20~30달러의 수수료가 발생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수수료가 1달러 수준으로 줄고, 송금 시간도 수 초에서 수 분 내로 단축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통적인 해외 송금 수수료는 평균 6% 수준인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프로그래머블 머니 개념도 주목할 만하다.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결제와 정산이 자동화된다. 물품 검수 완료 시 대금이 자동 지급되거나 로열티가 즉시 분배되는 방식이 가능해 대기업의 공급망 관리와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간 정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경쟁과 보완 관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CBDC는 국가 주도의 안정성을 갖지만, 글로벌 확산 속도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앞서 있다. 미국과 유럽이 CBDC 실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생활 결제에서는 USDC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소상공인에 새로운 기회... 과제도 산적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프랜차이즈 산업과 소상공인에게 단순한 금융 기술을 넘어 경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가져올 잠재적 혁신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해외 로열티 정산이나 원자재 조달 비용 절감, 글로벌 소비자 결제 확대 가능성까지 포함해 실질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동시에 세무 처리, 규제 준수, 소비자 신뢰 확보라는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불과 몇 년 만에 암호화폐 시장의 보조 수단에서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성장한 스테이블코인이 2030년 세계 주요 통화에 버금가는 유동성을 확보하며 국제 송금, 결제, 정산 시스템을 재편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각국의 규제 정책과 발행사의 투명성, 소비자 신뢰 구축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다음 2부에서는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전략과 한국 기업들이 취해야 할 방향성을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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