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차액가맹금 특집 시리즈⑤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10-09 05:55:42
2026년, 대법원 판결 이후 살아남는 자와 사라지는 자...
‘생존이냐, 혁신이냐’... 차액가맹금 논란이 몰고 올 산업 재편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피자헛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프랜차이즈 업계 지각변동 예고
2025년 가을,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가 2026년 대법원 판결을 긴장 속에 기다리고 있다. 피자헛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이 단순히 한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의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2020년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으로 시작된 소송은 5년 만에 17개 브랜드 2,491명이 참여하는 1조 원대 대규모 분쟁으로 확산됐다. 2심에서 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210억 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업계 전체에 충격파가 퍼졌다.
차액가맹금, 왜 문제인가
문제의 핵심은 '차액가맹금'이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식자재를 도매가로 매입한 뒤 가맹점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 얻는 마진을 말한다.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했다. 가맹점주들이 정확한 공급가격과 마진율을 알지 못한 채 거래한 것은 불공정한 계약이라는 것이다.
영세 업체 74.5%... 줄도산 vs 구조조정
국내 프랜차이즈 본부 중 74.5%가 영세 업체로, 대규모 반환 판결 시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전액 반환 판결이 나면 재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불공정한 본부들이 퇴출되고 투명하고 공정한 본부만 살아남는 건전한 구조조정의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세 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 1: 원심 확정. 대법원이 2심을 확정하면 "계약서 미명시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라는 원칙이 확립된다. 영세 본부들의 단기 도산 위험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공정한 본부가 퇴출되는 구조조정 과정이 될 전망이다.
시나리오 2: 일부 파기 환송. "차액가맹금 자체는 부당이득이 아니지만 적정 도매가 초과분은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다. 쟁점은 '적정한 도매가격' 판단으로 이동하며, 향후 분쟁은 회계사, 경제학자, 산업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교한 분석 중심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3: 전부 파기 환송. "정보공개서 기재 및 가맹점주의 장기 거래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판결이 나면 본부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2024~2025년 법 개정으로 강화된 투명성 의무는 그대로 유효하다.
본부들의 엇갈린 대응
선도적 본부들은 판결과 무관하게 계약서와 정보공개서를 전면 재검토 중이다. 필수품목 목록, 공급가격 산정방식 등을 계약서에 상세히 명시하고, 일부는 차액가맹금을 줄이고 투명한 로열티 구조로 전환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영세 본부들은 "판결이 나와봐야 안다"며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심 확정 시 기존 계약의 차액가맹금 조항이 모두 무효화되고 대규모 반환 소송에 직면할 수 있어 판결 이후 대응으로는 이미 늦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맹점주들의 선택... 소송 vs 협상
가맹점주들은 '소송'과 '협상' 사이에서 전략을 저울질하고 있다. 소송은 대규모 반환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최소 2~3년이 소요되고, 본부 파산 시 회수가 불가능할 수 있다.
2025년 9월 도입된 가맹점주단체 등록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집단 협상을 통해 차액가맹금을 낮추거나 산정 공식을 투명하게 하는 실질적 개선을 얻을 수 있다. 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으므로 협상력이 크게 강화됐다.
이미 바뀐 게임의 룰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2026년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2024~2025년 제도 개혁으로 이미 게임의 룰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투명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가맹점주들은 브랜드를 비교할 때 차액가맹금 수준과 투명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정보공개서와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된 브랜드, 가맹점주단체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는 브랜드가 우수 가맹점주 유치에 유리해진다.
공정성도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됐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든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분쟁 해결의 패러다임도 법원 소송에서 가맹점주단체와 본부 간 협상으로 중심이 이동할 전망이다.
영세 본부의 기로... 혁신이냐 퇴출이냐
영세 본부들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물류 효율화로 실제 비용과 마진을 낮추고, 품질관리·신메뉴 개발·마케팅 지원 등 가시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맹점 수익성 향상에 기여하는 컨설팅과 투명한 로열티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컨설팅업체 대표 김성수씨는 "앞으로는 본부가 가맹점에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며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성을 이용해 수익을 내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위기 속 기회... 업그레이드의 전환점
2020년 94명으로 시작된 소송이 2025년 2,491명, 1조 원대 분쟁으로 확산되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위기를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불투명한 과거를 청산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미래로 도약하는 전환점으로 본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관계자는 "2024~2025년 제도 개혁이 토대를 마련했고, 2026년 대법원 판결이 방향을 확정할 것"이라며 "210억 원 판결의 충격에서 시작된 변화는 결국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명성, 공정성, 상호 신뢰가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 2026년 대법원 판결 이후 펼쳐질 그 시대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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