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돌파, 장밋빛 기회인가 위험신호인가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6-01-22 19:28:09
프랜차이즈·소상공인 체감 경기는 여전히 한파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특집] 2026년 1월 22일 장중,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5000선을 돌파했다. 12개월 만에 약 95%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증시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한국 증시. 그러나 화려한 수치 뒤에는 실물경제와의 괴리, 소상공인의 체감 한파라는 현실이 숨어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흥분에 휩싸였다. 코스피가 장중 5000.12를 기록하며 '5000 시대'를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이는 2025년 1월 말 2500선에서 불과 1년 만에 이뤄낸 '두 배 상승'이다.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 현재 약 96조 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전환도 이번 상승의 주요 동력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5000 돌파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질적으로 언급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상징적 신호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자본시장이 신흥국에서 선진국 평가로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AI 반도체 열풍, 지수 상승 이끌어
이번 상승장의 핵심 동력은 단연 AI 반도체 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지난 1년간 각각 약 3배, 4배 가까이 주가가 상승했다. 두 기업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대표 종목으로, 이들의 상승이 지수 전체를 끌어올린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번 랠리가 전 산업에 고르게 확산된 상승이 아니라, 소수 대형주 중심의 '집중형 상승'이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내수 경기와 소상공인 체감 경기로의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기업가치 제고 정책(밸류업 정책)'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주주 권익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이 정책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기업이 더 이상 저평가가 당연한 시장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으로 이어지며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기반이 됐다.
골목상권은 여전히 혹한… 실물과의 괴리 뚜렷
화려한 주식시장 뒤편에는 여전히 어려운 실물경제가 존재한다. 환율 약세로 인한 수입 원가 부담, 내수 소비 회복 지연, 자영업·소상공인 체감 경기 부진 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소상공인 사업체는 약 791만 개, 종사자는 약 1090만 명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마찬가지다. 2024년 기준 전국 가맹점 수는 약 36만 5천 개, 가맹본부는 약 8800개, 브랜드는 약 1만 2400개에 이른다. 이미 성숙·과밀 시장인 상황에서 주식시장 호황이 곧바로 골목 상권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 상승은 일부 계층에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유발해 외식, 카페, 여가 소비에 점진적 긍정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투자 참여 계층이 편중돼 있고 가계 실질소득은 정체된 상황이어서 지역·업종별 체감 효과는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커피, 디저트, 간편 외식 등 소액·일상 소비 업종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는 강세장이 지속되면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고 마케팅, 물류, IT 투자를 늘릴 여지가 생긴다'면서도 '개별 가맹점주에게는 여전히 은행 대출 금리, 담보 조건, 매출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가 상승과 동시에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커피 원두, 육류·치즈, 포장재, 주방기기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가맹점주들이 상위 20개 핵심 원가 품목을 재점검하고, 발주 주기·수량·대체 공급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돌파가 '기회의 신호'이지 '안전 보장'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에게 중요한 것은 지수 자체보다 현금흐름, 원가 관리, 보수적 경영 판단이라는 것이다.
코스피 5000 시대. 숫자는 화려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자본시장의 도약이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 기업의 책임 경영, 그리고 무엇보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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