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 보이면 의심하라...'Too Good to be True'의 시대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11-24 06:30:42

GPT 생성 이미지

‘Too good to be true.’ 말 그대로 너무 좋아서 진짜일 리 없어 보이는 상황을 말하는 표현이다. 한때 영어 회화에서 자주 쓰이던 관용구였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거의 생존 수칙에 가까운 경고로 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한 사기 수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표현은 현실의 위험을 설명하는 가장 간명한 문장이 되었다.

최근 사기범들은 AI 기술을 이용해 목소리, 얼굴, 말투, 행동까지 모방한 디지털 ‘가면’을 쓴다. 단순한 문자 피싱이나 이메일 스팸이 아니다. 음성 복제 기술을 활용해 가족이나 회사 상사처럼 말하고, 영상 생성 기술로 전혀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실시간 영상통화처럼 보이는 자료로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한다. 포브스는 2025년이 AI 딥페이크와 음성 복제를 활용한 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기분석센터 역시 AI 기반 사기가 로맨스 사기, 기업 사칭, 금융 투자 사기로 확산하며 급격히 고도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늘어나는 피해 규모는 이를 방증한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AI 딥페이크 사기 건수는 불과 몇 년 사이 2000% 이상 증가했다. 한 글로벌 보안 보고서는 AI 기반 사기의 피해자가 전년 대비 62% 늘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사기 위험을 덜 심각하게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AI 기반 보이스 피싱 신고 건수가 400건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진화해 우리의 판단 능력과 제도적 대응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정교함은 이러한 현실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영상통화가 일종의 ‘검증 장치’였다면, 이제는 그조차 신뢰할 수 없다.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 음성의 떨림, 자연스러운 표정 변화를 AI가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우리는 화면 속 인물이 실제 사람이라고 쉽게 믿고, 그 믿음이 곧 취약점이 된다. 사회적 관계와 신뢰의 기반이 흔들리는 순간이다.

문제는 제도적 대응이 한참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의 사칭 계정 탐지 기능은 여전히 완전하지 않고, 신고 후 삭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기범들은 그 짧은 간격을 노린다. 법적 규제 역시 기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사칭 계정 개설이나 AI 가짜 영상 생성 자체를 즉각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금 당장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는 ‘의심하는 습관’이다. 너무 설득력 있는 제안, 너무 매력적인 관계, 너무 손쉬워 보이는 기회 앞에서는 반드시 멈춰서 생각해야 한다. 영상과 음성의 출처를 여러 경로로 검증하고,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넘기지 않아야 한다. 특히 익숙한 얼굴이나 친근한 말투라고 해서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조작될 수 있는 시대다.

‘Too good to be true’는 이제 단순한 영어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디지털 관계와 거래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일종의 경계 문구다. 너무 좋아 보인다면, 그 순간이 바로 의심해야 할 순간이다. 믿고 싶은 마음이 자칫 치명적 약점이 되는 시대, 의심은 불신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됐다.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