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성공 방정식 ⑤] 젠슨 황: ‘가속 컴퓨팅’으로 0%의 확률을 100%의 현실로 만든 생존가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6-01-24 21:50:39
오늘날 전 세계 AI 열풍의 심장부에는 엔비디아가 있고, 그 중심에는 항상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젠슨 황이 있다. 현재 그는 시가총액 수천조 원의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지만, 그 출발은 매우 낮은 곳에서 시작됐다.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난 젠슨 황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인종차별과 괴롭힘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청소년 시절 ‘데니스(Denny's)’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을 청소하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는 이 시기를 불행하다고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최고의 설거지꾼이었다”고 회상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는 뜻이다.
1993년, 그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은 “이미 CPU가 시장을 장악했는데 왜 별도의 그래픽 칩이 필요하느냐”며 비웃었다. 그러나 젠슨 황은 일론 머스크가 그러했듯, 기존의 상식을 거부하고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라는 근본적인 미래 가치에 승부수를 던졌다.
10년을 견딘 비전의 힘젠슨 황의 가장 파괴적인 혁신은 2006년 발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에서 정점을 찍는다. 당시 GPU는 오직 게임용 그래픽을 처리하는 부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젠슨 황은 GPU가 복잡한 과학 연산이나 데이터 처리에 CPU보다 수백 배 빠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수조 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모든 GPU에 쿠다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투자자들은 “돈도 안 되는 일에 왜 고집을 부리느냐”며 등을 돌렸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그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비난 속에서도 자신의 투구법을 고수했듯, 가속 컴퓨팅이 인류의 계산 능력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이 ‘10년의 인내’는 결국 딥러닝과 AI의 시대를 만나며 폭발했다. 개발자들이 가장 익숙하게 쓸 수 있는 도구가 엔비디아의 생태계에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칩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계열화한 ‘풀 스택(Full Stack)’ 컴퓨팅 기업을 창조해냈다.
젠슨 황의 경영 철학을 상징하는 문구는 “우리 회사는 파산까지 30일밖에 남지 않았다(Our company is thirty days from going out of business)”이다. 그는 엔비디아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늘 벼랑 끝에 서 있는 생존가의 자세를 유지한다. 그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선호하며, 직접 말단 엔니지어들과 소통하고 복잡한 기술적 난제를 함께 해결한다. 일론 머스크가 공장 바닥에서 잠을 자며 ‘생산 지옥’을 돌파했듯, 젠슨 황 역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0%의 가능성을 100%로 만드는 것은 지능이 아니라 의지”임을 몸소 증명해왔다. 이러한 절박함은 엔비디아가 매번 자신들의 기술을 스스로 파괴하며 더 나은 혁신을 내놓는 원동력이 되었다.
젠슨 황의 성공 방정식은 ‘가속’과 ‘생태계’의 곱셈이다. 젠슨 황의 성공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구체적인 기술로 해체한 뒤, 이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묶어낸 집념의 산물이다. 그는 역경을 분모로 삼아 성장의 속도를 올렸다.
<젠슨 황의 성공 방정식>
젠슨 황의 성공=(A x E) x S / R
- A(가속 컴퓨팅, Accelerated Computing) = CPU의 한계를 넘어선 GPU 기반의 병렬 연산이라는 근본적 기술 혁신.
- E(생태계 구축, Ecosystem) = 쿠다(CUDA)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 전 세계 개발자들이 엔비디아를 떠날 수 없게 만든 독점적 네트워크 효과.
- S(생존가 정신, Survivalism) = “항상 파산 직전”이라는 마인드로 무장한 초공격적인 실행력과 위기 관리 능력.
- R(리스크와 회의론, Risk/Skepticism) = “게임용 칩일 뿐”이라는 외부의 조롱과 수조 원대 적자라는 리스크. 이는 분모가 되어, 이를 극복했을 때 얻는 성공의 가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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