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심층특집 ③] 가정집은 안 노린다... "바다·하늘·재난 현장이 목표"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1-12 07:20:03

초고속 인터넷 97% 보급률에 가격도 비싸... 일반 소비자 시장은 '철옹성'
통신 3사 "적 아닌 동반자"... 해상·항공·재난망에서 협력 모델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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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스타링크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자 통신 시장에 긴장감이 돌았다. 하지만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 소비자 시장은 여전히 국내 통신사들의 '철옹성'이다. 대신 스타링크가 노리는 곳은 배, 비행기, 재난 현장 같은 특수 환경이다. 이른바 B2B(기업 대상)와 B2G(공공 대상) 시장이다.

월 요금 16만 원 vs 3만 원... 가정집에선 승산 없다

대한민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97%에 달한다. 도심은 물론 농촌과 산간 지역까지 대부분 광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5G 인프라 커버리지도 95%를 넘어 OECD 최고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스타링크가 일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해외 기준으로 스타링크 단말기(안테나와 라우터 세트)는 약 60만~90만 원, 월 이용요금은 13만~16만 원 선이다. 반면 국내 초고속 인터넷은 평균 3만 원대, 무제한 5G 요금제도 8만 원 내외다.

성능에서도 밀린다. 위성 인터넷의 지연속도는 20~40ms로 우수하지만, 광케이블의 5ms 이하 속도에는 못 미친다. 다운로드 속도도 약 220Mbps로 국내 평균 유선(800Mbps 이상)보다 낮다. 도시에서는 체감 품질 차이가 명확하다.

여기에 한국은 법적으로 농어촌과 도서 지역까지 통신사가 초고속망을 설치해야 하는 '보편역무 의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통신 사각지대가 거의 없어 스타링크가 파고들 틈새가 작다.

결국 스타링크는 한국에서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보다는 산업과 공공 영역의 '특수 수요층'을 중심으로 시장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바다 위 배, 하늘 위 비행기... B2B 시장은 '무주공산'

반대로 B2B와 B2G 시장은 스타링크에게 완전히 열린 영역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해상, 항공, 재난 통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조선국이자 해운 강국이다. 바다에서의 통신은 지금까지 정지궤도 위성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정지궤도 위성은 지연시간이 길고, 태풍이나 폭우 같은 기상 조건에 따라 신호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스타링크는 저궤도 기반으로 평균 지연이 30ms에 불과하고 실시간 화상통신과 IoT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HD현대, 팬오션 등 국내 해운업체들은 이미 선박 운항 중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스타링크를 시험 도입하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스타링크는 '기내 인터넷'의 게임체인저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 기반 기내 와이파이 속도는 10Mbps 수준에 불과했지만, 스타링크는 100Mbps 이상을 구현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향후 중장거리 노선에 스타링크 장착을 검토 중이다. 승객 경험 향상뿐 아니라 항공기 운항 데이터 전송과 실시간 점검에도 도움이 된다.

재난 상황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2023년 강릉 산불이나 2024년 동해안 지진처럼 통신망이 끊기는 상황에서 스타링크는 비상망으로 즉시 가동될 수 있다. 광케이블이나 기지국이 손상돼도 위성망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정부는 국가재난망 보조수단으로 스타링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신 3사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같이 가자"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스타링크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협력적 공존'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택하고 있다.

SK텔링크는 스타링크코리아와의 리셀러 계약을 추진하며 재난망과 해상통신 등 B2B 부문에서 공동 서비스 모델을 검토 중이다. 특히 산불이나 지진 등 국가 재난 시 스타링크 장비를 이용해 임시 통신망을 구축하는 '위성-지상 하이브리드 복구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KT의 위성 자회사 KT SAT은 정지궤도 위성과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위성통신' 솔루션을 선보였다. '엑스웨이브원(XWAVE ONE)'으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해상 선박, 항만, 석유 시추선 등에서 끊김 없는 연결을 제공한다. KT는 이를 통해 글로벌 해상 시장에서 독자적인 통신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

LG유플러스는 6G 대비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위성통신 기술을 6G NTN(비지상망) 구조에 통합해 향후 스타링크와의 로밍 협력 또는 공동 접속 모델을 검토 중이다. 특히 자율운항차와 UAM(도심항공교통) 분야에서 위성 연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세 사업자 모두 스타링크를 '지상망의 보완재'로 인식하고 있다. 경쟁보다 협력적 생태계를 조성해 서로의 네트워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6G 시대 오면 판 바뀐다... "기지국 운영자에서 서비스 중개자로"

단기적으로 스타링크는 국내 통신사들의 시장을 빼앗지 못한다. 하지만 6G 시대가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G는 위성과 지상 기지국이 통합된 NTN(비지상 네트워크)을 표준으로 한다. 즉, 스마트폰이 위성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현실화된다. 스타링크가 추진 중인 'Direct-to-Cell'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이 기지국 없이 위성과 직접 통신하게 된다.

이때 기존 통신사들은 더 이상 '기지국 운영자'가 아닌 '서비스 브로커'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변화는 국내 통신 3사에게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 위성 연동형 단말과 요금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로밍, 정산, 보안 체계를 국제 위성망 표준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

즉, "경쟁자와의 협력이 곧 생존 전략"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음 격전지는 손 안이 아니라 하늘과 바다

요약하자면, 스타링크가 한국에서 일반 가정용 시장을 흔들 가능성은 낮다. 가격 경쟁력, 품질, 보편역무 체계라는 삼중 방벽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상, 항공, 재난 등 특수 환경을 중심으로 한 B2B와 B2G 시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국내 통신 3사는 이미 이 흐름을 읽고 있다. 정면 대결보다 서로의 네트워크를 결합하고 '위성-지상 융합형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협력적 모델은 향후 6G 시대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스타링크는 '도시를 위한 통신'이 아니라 '도시 밖을 연결하는 통신'이다. 지상망의 촘촘함을 보완하고 산업 현장의 공백을 메우는 "우주에서 내려온 보완재"로서의 역할이 시작된 셈이다.

결국 B2C는 철옹성이다. 하지만 B2B는 무주공산이다. 한국 통신 시장의 다음 격전지는 개인의 손 안이 아니라 하늘과 바다, 그리고 재난 현장 위의 연결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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