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사이트 = 이우민 기자]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 우리나라 수입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국내 기업의 원가 부담과 소비자물가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고유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6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3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69.38로 전월보다 16.1% 상승했다. 이는 1998년 1월 17.8% 상승한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뛰었고, 여기에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에서 체감하는 원유 수입 가격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원유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88.5% 급등했다. 계약통화 기준으로도 83.8% 상승해 국제유가 충격이 국내 수입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원유 가격 상승이 특정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유는 자동차와 항공, 해운, 석유화학, 제조업 등 대부분의 산업과 연결돼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가 상승하고, 기업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경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격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항공권과 운송비, 휘발유·경유 등 에너지 관련 가격에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처럼 직접적으로 석유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 제품도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만큼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출물가도 크게 올랐다.
3월 원화 기준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6.3% 상승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 등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수출가격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매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동시에 원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은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 큰 관심사는 이번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얼마나 빠르게 전이될지 여부다.
국제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까지 계속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쉽게 낮추기 어렵지만, 높은 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 회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현재 고유가와 고환율, 물가 상승, 경기 부담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복합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정부 역시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에너지 수급과 물가 안정 대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앞으로 휘발유·경유 가격과 전기·가스 등 에너지 비용, 생활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수입물가 통계는 중동의 지정학적 충격이 단순히 국제뉴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내 경제의 비용 구조에 이미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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