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사이트 = 이지연 기자]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로 극심한 불안에 빠졌던 국제 에너지 시장에 일단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이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실제 선박 운항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원유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시장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등이 이곳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운송되기 때문에 해협의 통항이 제한되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중동 지역의 해상 운송이 원활하게 유지되는지가 국내 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변수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 아니라 항공유, 물류비, 제조업 원가 등 전반적인 비용 부담이 커졌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송비 증가를 동시에 감당해야 했고, 소비자 역시 생활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반응도 달라졌다.
국제유가가 급등세에서 다소 진정되고 원·달러 환율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원가 부담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계기로 현지에서 한국 경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허용 이후 환율이 상당히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추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국내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처음으로 중동산 원유를 실은 한국 국적 초대형 유조선이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출발해 홍해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선박은 걸프 지역에서 확보한 원유를 사우디의 육상 운송망을 이용해 홍해 쪽으로 옮긴 뒤 선박에 실어 한국으로 운송하는 우회 방식을 이용했다.
이는 국내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운송 경로가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에너지 수급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이 완전히 안정된 것이 아니고, 선박들이 실제로 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시장 역시 중동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쟁이 다시 격화하거나 해협 통항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는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다.
반대로 휴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원유 수송이 정상화된다면 그동안 급격하게 상승했던 에너지 가격이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경제에는 상당히 중요한 차이다.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정유와 석유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항공·해운·물류업계의 비용 부담도 낮아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 압력이 줄어들고 항공권과 각종 운송비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수입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한 상황에서는 국제유가의 움직임이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다만 금융시장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의 안정세가 실제 공급망 정상화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숫자와 원유 운송량, 국제유가 움직임, 원·달러 환율 등을 주요 지표로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4월 18일 현재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동의 휴전 분위기가 실제 에너지 공급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긴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최근 급등했던 물가와 환율 부담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상황이 다시 악화될 경우 시장 불안도 빠르게 되살아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한숨 돌릴 수 있는지는 앞으로 며칠간 이어질 중동 정세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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