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왕좌의 게임: 제3부 비판에 답하다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0-02 07:16:47
에이피알(APR) 3부작 - 혁명, 그림자, 그리고 미래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평택 공장·ADC·AI 플랫폼으로 '철옹성' 쌓는다
에이피알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과 시장의 우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최근 에이피알의 행보는 '마케팅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이라는 비판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철옹성'을 구축하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다.
기술에 투자하다: 제2공장과 ADC의 출범
R&D 센터 'ADC'로 기술 심장부 구축
에이피알은 R&D 투자 부족이라는 가장 아픈 비판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답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체 R&D 센터 'ADC(APR Device Center)'와 평택 제2공장이 있다.
ADC는 의료공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석박사급 전문가들로 구성된 에이피알의 기술 심장부다. 이들은 단순히 기존 기술을 응용하는 수준을 넘어, 콜라겐 생성 촉진 기기 '홈튠', 집속초음파(HIFU) 기술을 적용한 탄력·리프팅 디바이스, 제모기 등 차세대 뷰티 디바이스의 핵심 기술을 직접 연구하고 개발한다. 2023년 말 기준 70여 개의 특허를 확보했으며, 이는 기술적 진입 장벽을 세우려는 노력의 증거다.
생산능력 70만→340만 대... 수직계열화 완성
2024년 상반기 완공된 평택 제2공장은 에이피알의 미래 전략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에이피알의 연간 뷰티 디바이스 생산 능력은 기존 70만 대에서 340만 대로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이는 가격 경쟁력 또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또한 제품의 기획-연구개발-생산-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직 계열화함으로써, 외부 OEM/ODM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품질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R&D 센터와 생산 공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고객 피드백과 시장 반응을 신제품 개발 및 기존 제품 개선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민첩한 시스템이 구축된다.
ADC와 제2공장은 마케팅이라는 강력한 '창'에, '기술'과 '생산'이라는 견고한 '방패'를 더하려는 에이피알의 야심 찬 계획이다.
경계를 넘어서: 뷰티를 넘어 헬스케어로
전문 의료기기 시장 진출... 기술력 입증 기회
에이피알은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헬스케어 및 전문 의료기기 시장이다.
현재 에이피알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의료기기 에너지 베이스 디바이스에 대한 전임상과 인증 절차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에이피알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중대한 도전이다.
전문 의료기기 시장은 홈 뷰티 디바이스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술력과 안전성, 임상 데이터가 요구된다. 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에이피알의 기술력을 공인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고령화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뷰티 시장을 넘어,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전문가용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라는 이미지는, 기존 홈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디큐브'의 신뢰도를 한층 더 높여주는 후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규제 장벽이 높고 진입이 까다로운 시장이지만,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세계로, 더 깊숙이 | AI 기반 글로벌 플랫폼 구축
해외 매출 78%... '글로벌'은 숙명
해외 매출 비중이 78%에 달하는 에이피알에게 '글로벌'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숙명이다. 에이피알은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전 세계 고객을 하나로 묶는 AI 기반 뷰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원대한 비전을 그리고 있다.
IT 자회사 및 전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 중인 이 플랫폼은 뷰티 디바이스의 사물인터넷(IoT) 사용 데이터, 자사몰 구매 데이터, 피부 측정 데이터 등 흩어져 있는 모든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여 AI가 분석한다.
'온라인 뷰티 큐레이터'로 초개인화 서비스
AI는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개인의 피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가장 적합한 디바이스 사용법, 화장품, 생활 습관까지 제안하는 '온라인 뷰티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사용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자신의 피부 관리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데이터를 비교하며,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등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다.
이 플랫폼이 완성된다면, 에이피알은 단순한 제품 판매 기업을 넘어 고객의 뷰티 라이프 전반을 관리하는 '글로벌 뷰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데이터 해자를 구축하고, 고객을 에이피알의 생태계 안에 영원히 묶어두는 궁극의 락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에필로그: K-뷰티의 미래, 질문은 계속된다
에이피알의 10년은 K-뷰티 산업 전체의 50년보다 더 역동적이었다. 25세 청년 창업가의 '역발상'은 80년 거인의 아성을 무너뜨렸고, 시장의 판도를 바꿨으며, 성공의 공식을 새로 썼다. D2C, 뷰티 디바이스, 미디어 커머스라는 세 개의 엔진은 에이피알이라는 로켓을 업계 정상까지 쏘아 올렸다.
그들의 여정은 오늘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이에게 깊은 통찰을 준다. 시장의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고객의 '진짜 욕망'에 집중하며, 데이터와 속도를 무기로 삼을 때,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기적은 신화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왕관의 무게는 무겁고, 왕좌를 향한 도전자들의 칼날은 날카롭다. 에이피알은 이제 '빠른 성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증명해야 하는 더 어려운 시험대에 올라있다.
과연 에이피알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R&D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기술과 마케팅의 완벽한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모방 불가능한 기술적 해자를 구축하고, 벌판에서의 난전을 견고한 성 안에서의 공성전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에이피알의 대답이 K-뷰티의 미래를, 그리고 대한민국 비즈니스의 새로운 10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 젊은 창업가가 던진 돌멩이가 만들어 낸 파문은 이미 거대한 파도가 되어 K-뷰티라는 바다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항해가 과연 어디로 향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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