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특집] ① "최저시급 1만원이 만든 무인점포 전성시대"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08-19 10:22:07

코로나가 방아쇠, 인건비가 폭탄
하루 3곳씩 생기는 무인가게의 진실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서울 홍대입구역 2번 출구. 걸어서 5분 거리에 무인아이스크림 가게 3곳이 나란히 서 있다. 그 옆 골목에는 무인카페와 무인세탁소까지. 이곳만 해도 반경 200m 안에 무인점포가 7곳이다. 2025년 대한민국의 평범한 상권 풍경이다.
전국 각지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무인가게들. 아이스크림, 카페를 넘어 이제는 세탁소, 심지어 반려동물 용품점까지 등장하며 '무인'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기술 발전과 급변하는 경제 환경이 만들어낸 소상공인 생존의 무대다.

팬데믹이 연 무인점포의 문
무인점포 확산의 직접적 도화선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소비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무인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선택지가 됐다.
"처음엔 바이러스가 무서워서 무인가게를 이용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편해요. 직원 눈치 안 보고 천천히 고를 수 있거든요." 직장인 김모씨(29)의 말처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자체가 변화한 것이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이다. 2025년 최저시급이 10,030원을 돌파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인 창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매월 인건비만 300만원 넘게 나가니까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무인으로 바꾸고 나서 그 돈으로 임대료와 재료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됐죠." 강남구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45)의 현실적인 고백이다.
경직된 노동법 하에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까다롭고,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규제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고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IT 기술 발전이 창업 문턱을 낮췄다
첨단 IT·AI·IoT 기술 발전도 무인점포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키오스크, CCTV, 셀프결제 시스템이 대중화되면서 초기 창업 비용과 운영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키오스크 하나에 500만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200만원대면 충분하다. 클라우드 기반 POS 시스템은 월 10만원대면 이용할 수 있다. 기술 진보가 소규모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든 셈이다.
이는 곧 1인 운영, 부업 창업 모델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대비 무인점포 신규 창업이 35% 증가했고, 이 중 70%가 1인 창업자나 부업 목적이었다.


"단순 무인은 이제 폐업 직행로"
하지만 무인점포가 손쉬운 성공 공식은 아니다. 무분별하게 늘어난 무인가게들이 차별화에 실패하며 폐업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창업보육협회 조사 결과, 2024년 개업한 무인점포 중 6개월 이내 폐업률이 23%에 달했다. 이는 일반 소상공인 폐업률(15%)보다 높은 수치다. 단순 편의성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방증이다.
"처음엔 신기해서 가봤는데, 그냥 자판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더라고요. 맛도 특별하지 않고, 문제 생기면 연락할 곳도 없고..." 대학생 이모씨(22)의 경험담처럼, 소비자들은 이제 무인점포에서도 특별함을 요구한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개성, 감성, 서비스 경험'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스토리가 없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무인점포는 빠르게 외면당하고 있다.

기술 의존도가 높을수록 리스크도 크다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무시할 수 없다. 결제 시스템 오류나 기기 고장은 즉시 매출 손실로 이어지고,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은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주에 키오스크가 갑자기 먹통이 됐는데, AS 기사가 올 때까지 하루 종일 문 닫아야 했어요. 그날 매출이 완전히 날아갔죠." 인천에서 무인빙수점을 운영하는 최모씨(38)의 쓰라린 경험이다.
또한 무인점포 특성상 도난이나 기물 파손에 취약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CCTV가 있어도 실시간 대응이 어려워 피해를 막기 힘든 경우가 많다.


무인점포 성공의 새로운 공식 필요
2025년 현재 무인점포는 기로에 서 있다. 단순히 사람을 빼고 기계를 넣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무인점포의 성공은 이제 '경험과 소통'에 달려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다.
다음 2부에서는 이런 도전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무인점포들의 구체적인 전략과 사례를 살펴본다. 단순한 '무인'을 넘어 '지능형 무인 매장'으로 진화하는 방법들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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