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인 칼럼] 정상에서 사라진 메아리

허양 기자

yheo@fransight.kr | 2025-10-10 11:11:05

성취는 고통에 비례한다
과정이 힘들수록 정상의 기쁨은 더 커진다


인왕산에서 본 서울 도심. ©프랜사이트

언제부턴가 산 정상에서 울려 퍼지던 '야호' 소리가 사라졌다.

얼마 전 인왕산 꼭대기에서 만난 대여섯 살 어린아이가 바위 위에서 작은 목소리로 "야~~~" 하고 외쳤다. 거기까지 올라온 만족감이 가득한 그 표정을 보며, 지나가던 필자는 "더 크게 소리 질러봐!"라고 격려했다. 아이는 자신있게 소리 질렀고, 아이의 외침에 주변 수십 명의 어른들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모두 부러웠을 것이다. 자신도 저렇게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어른들은 외치지 못했을까. 예전 그토록 많이 들리던 산 정상의 메아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라진 희소성
첫 번째 이유는 산에 사람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강제된 실내 활동 중단으로 젊은이들까지 산으로 나오면서, 이제 주말 산은 만원이다. 어느 산을 가나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줄을 서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거기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희소성이 떨어졌다. 이제 에베레스트나 킬리만자로 같은 해외 명산에서나 '야호' 소리가 울리는 것은 아닐까.

편리함이 앗아간 성취감
두 번째는 더 본질적인 문제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스스로 고통을 선택하는 행위다. 오르는 과정이 힘들수록 정상에서 느끼는 기쁨은 더 크다. 그런데 지금 산에는 '개발'과 '편의성', '접근성 확보'라는 이름으로 온갖 편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계단과 난간, 어려운 구간의 데크 길, 간편하게 조성된 산책로까지. 이제 산은 더 이상 험난한 곳이 아니라 누구나 조금만 땀 흘리면 갈 수 있는 공원이 되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즐거움은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견뎌내야 하는 고통의 과정은 사라졌다. 어쩌면 주위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올라왔다는 그 마음이 우리에게서 '야호'를 빼앗아 간 것은 아닐까.

고통 뒤에 오는 진짜 성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한다는 것, 그것 역시 험난한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 자영업의 길로 들어선 이들은 지금 매일 산을 오르고 있다.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본사와의 관계, 고객 응대까지. 매일이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그런데 이 고통스러운 과정이 결코 피해야만 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고통이야말로 진짜 성취감의 전제조건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산 정상과 두 발로 걸어 오른 산 정상에서 느끼는 감동이 다른 것처럼, 편한 길로 얻은 성과와 고통을 견디며 이룬 성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기쁨은 고통에 비례한다. 지금 겪고 있는 그 어려움, 그 과정 하나하나가 나중에 정상에서 터뜨릴 '야호'를 더 크고 뿌듯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언젠가 사업의 정상에 올라 힘차게 외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크게 외쳐야 한다. 그 소리는 걸어온 험난한 길이 만들어낸 승리의 함성이 될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이 어려운 과정이 결국 뿌듯한 자부심을 가져다줄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는 기대를 품고, 다시 한번 힘을 내보자. 산 정상에서 사라진 '야호' 소리, 우리가 다시 살려내자. 그것도 아주 크고 떳떳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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