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르포] "여긴 손님이 왜 이렇게 많죠?"… 베트남 호치민에서 만난 K푸드 열풍
이영은 기자
yeongeun@fransight.kr | 2025-10-01 12:16:11
[호치민 = 이영은 기자]
"여기만 손님이 많아요. 왜 그런 거예요?"
9월 26일 평일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간. 점심 피크 타임을 갓 지난 베트남 호치민의 롯데마트 내에 위치한 푸드코트는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조용한 상권 한복판, 다른 매장들에 비해 유독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근처의 샤브샤브집과 고깃집, 스시 레스토랑은 빈 테이블이 적잖이 보였지만, '두끼떡볶이(Dookki Tteokbokki)' 매장 안은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였다.
베트남에서 인기 많은 '떡볶이 뷔페'
매장 안에는 20~30대 젊은 현지인 손님들이 주를 이뤘고, 교복을 착용한 학생 고객도 눈에 띄었다. 매장 입구에서는 유니폼을 입은 친절한 직원이 직접 메뉴를 설명해주며 입장 대기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매장 내에서는 "튀김·어묵·떡·면을 원하는 만큼 가져가 조리해 드시면 된다"며 이용 방법을 미소로 안내했고, 주방에서는 음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채워놓기에 분주했다.
매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응우옌 흐엉 씨(29, 회사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달에 1~2번은 꼭 와요. 떡, 튀김, 어묵 등 재료를 마음대로 조합해서 나만의 떡볶이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아요. 가격은 베트남 소득 수준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퀄리티와 재미 때문에 자주 오게 돼요. 떡볶이도 맛있지만 뷔페로 제공되는 치킨과 튀김류도 너무 좋아요. 떡도 일반 떡 이외에 고구마떡, 치즈떡 등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무엇보다도 두끼 매장이 하노이, 호치민, 다낭 같은 베트남 주요 도시에 많아서 접근하기도 쉬워요."
베트남 현지 소비자들에게 두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나만의 레시피를 완성하는 체험형 외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베트남에만 100호점 돌파
두끼떡볶이는 2014년 한국에서 첫 매장을 열고, 2015년부터 해외 진출에 본격 나섰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8개국에서 180개가 넘는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며, 특히 베트남은 단일 국가 중 해외 매장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하노이·호치민·다낭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100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호치민 롯데마트 두끼떡볶이를 취재차 방문하기 위해 차량 이동 중에도 길거리에서 두끼떡볶이 매장을 3~4개는 본 것 같다.
그 배경에는 소득 수준 대비 결코 저렴하진 않지만, 외식 경험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높은 브랜드 접근성이 있다. 두끼는 대형 쇼핑몰, 유명 스트릿, 오피스타운 등 핵심 상권에 매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젊은 소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소득 수준 대비 높은 가격에도 "가성비 있다"는 이유
호치민 롯데마트 기준, 두끼 1인 식사 가격은 약 13만15만 VND(한화 약 7200~8300원) 수준이다. 이는 현지 최저시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920원에서 1,300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중상급 외식 가격에 해당한다. 하지만 많은 젊은 소비자들은 이 가격을 단순한 식사 한 끼가 아닌 "합리적인 투자"로 본다.
실제로 현지 외식 트렌드를 분석한 iPOS.vn과 Nestlé Professional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외식 시장은 전년 대비 9.6% 성장했으며, 소비자들은 외식에서 "맛 외에도 경험, 분위기, 자유로운 선택권"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두끼는 현지화 전략으로 고수·어묵·면 종류 등 현지 입맛에 맞춘 조정을 시도했고, 베트남에서 보기 드문 자유롭게 조합 가능한 뷔페형 셀프쿡 콘셉트로 소비자의 '만족감'을 끌어올려 성공의 발판을 삼았고, 현지화,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 등을 무기로 안정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K-푸드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모델… 중동·유럽도 겨냥
두끼는 현재 동남아시아 외 국가인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진출해 있으며, 호주에 3개 매장, 미국에도 2개 매장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사우디, UAE 등 K푸드 열풍을 타고 중동 지역에도 진출을 노리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 전문가들은 두끼를 "단순히 한식을 수출한 것이 아니라, 한국식 외식 문화를 상품화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호치민 한복판에서 만난 두끼는 단순한 분식집이 아니었다. 그곳은 현지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의 공간이었고, 한류를 체험하는 장소였다. 두끼떡볶이가 긍정적인 부분만 보이는 것만도 아니었다. 베트남 교민들은 예전의 두끼떡볶이 매장에 비교하면 지금은 한산한 편이라고 한다. 지금은 새로운 한국 식당들도 많이 생겼고 배달 음식도 활성화된 반면, 두끼떡볶이는 몇 년째 비슷한 음식과 콘셉트로 유지되고 있어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두끼떡볶이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을 넘어 베트남 시장에 자리를 잡은 만큼, 지속 가능한 K푸드로 자리매김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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