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역사 속 경영 지혜: 1800년 전 조조가 보여준 생존 경영학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10-14 12:48:14

전란 속 공급망 재건으로 패권 잡은 조조, 오늘날 가맹사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황폐한 땅에서 어떻게 경제를 되살릴 것인가"
AI 생성 이미지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2025년 4분기, 국내 소상공인과 가맹사업자들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 인건비 상승, 불안정한 공급망은 매장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1800년 전 중국 후한 말기, 비슷한 위기 속에서 경제를 재건하고 패권을 잡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조조(曹操, 155~220)다.

캠브리지 중국사 연구에 따르면, 2세기 말 후한은 환관과 관료의 권력 투쟁, 황실 내분으로 중앙 정부가 사실상 마비되었다. 184년 황건적의 난은 농민 경제 붕괴의 신호탄이었고, 이후 각지 군벌들이 할거하며 전국은 전쟁터로 변했다. 낙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는 황폐화되었고, 농민들은 땅을 버리고 떠돌았다.

혼돈 속에서 싹튼 새로운 경제 시스템

호주국립대학의 역사학자 레이프 드 크레스피그니(Rafe de Crespigny)가 그의 저서 『제국군주: 조조 전기, Imperial Warlord: A Biography of Cao Cao』(Brill, 2010)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조조는 단순한 군벌이 아니었다. 그는 196년 헌제를 허창으로 옮기고 "황제를 받들어 천하를 호령한다(挾天子以令諸侯)"는 명분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진짜 승부수는 경제 재건이었다.

조조의 핵심 정책은 둔전제(屯田制)였다. 케임브리지 중국 경제사(Cambridge Economic History of China)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황폐해진 토지에 난민과 군인을 정착시켜 경작하게 하고, 국가가 종자·농기구·관개시설을 제공하는 대신 수확의 약 50%를 세금으로 거두는 시스템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정책의 핵심은 "투입 보장 → 생산 독려 → 안정적 수확"이라는 예측 가능한 구조였다.

ChinaKnowledge.de의 둔전제 기록에 따르면, 허창 일대에서 시작된 이 정책은 북중국 전역으로 확대되어 조위(曹魏)의 재정 기반을 만들었다. 난민은 다시 생산자가 되었고, 군량 확보는 군사력으로 이어졌다. 도로와 교통로를 보호하고, 관개시설을 보수하며, 세금과 처벌을 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조조는 경제의 가장 기본인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공급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식량 생산과 유통을 되살린 것이 그의 진짜 무기였죠."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민동기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능력주의와 명확한 규칙이 만든 신뢰

조조의 또 다른 강점은 ‘능력 본위 인재 등용’과 ‘예측 가능한 법 집행’이었다. 엡스코 디스커버리 서비스(EBSCO Discovery Service: EDS)의 조조 분석에 따르면, 그는 출신이나 명성보다 실무 능력을 중시했고, 부패와 군율 위반에는 엄격하게 대응했다. 이는 혼란기 속에서도 행정과 군사 체계를 재건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당시 농민과 소상공인에게 이것이 의미한 바는 컸다. 토지와 농기구를 제공받고, 수확 분배 비율이 명확하며, 치안이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상인들도 안전한 교역로를 통해 거래를 재개할 수 있었다.

한국 가맹점주가 배울 7가지 교훈

조조의 전략은 18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특히 가맹사업과 소상공인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교훈은 다음과 같다.

1. 공급망 확보가 최우선이다
조조가 종자와 농기구를 보장한 것처럼, 오늘날 가맹점은 A, B, C 다층 공급선을 확보하고 안전재고를 유지해야 한다. 본사와는 위기 시 조달 규칙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2. 유휴 자원을 생산성으로 전환하라 
난민을 농민으로 바꾼 조조의 발상처럼, 계절 수요나 이벤트를 활용한 팝업 메뉴, 파트타이머 신속 교육으로 인력과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3. 명확한 규칙이 신뢰를 만든다 
조조의 법 집행이 엄격하지만 예측 가능했듯이, 본사와 가맹점 간 할인 정책·로열티 규정·분쟁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
4. 능력주의로 인재를 운영하라
매장 KPI 기반 승진, 교차 교육으로 인력 병목을 완화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5.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투자하라
조조가 수리와 도로를 정비한 것처럼, POS 안정성, 냉장·물류 관리, 매장 동선 최적화가 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
6. 성과 연동형 계약 구조를 고려하라 
조조의 수확 공유 방식처럼, 매출 하락기엔 로열티를 감면하고 회복 시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유연한 계약이 필요하다.
7. 명분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활용하라 
"황제를 보좌한다"는 조조의 서사처럼, 정책 변화의 이유와 기대 효과를 고객·직원에게 명확히 설명하는 브랜드 내러티브가 중요하다.

미니 둔전제, 협동으로 비용 절감하라

한국의 소상공인들도 비슷한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협동조합 구매, 공동 주방·물류를 통한 '미니 둔전제'식 비용 절감이 그것이다. 본사는 위기 시 로열티와 마케팅 펀드 규칙을 명문화하고, 대체 공급망을 공개하며, 물류·교육 등 기본 인프라에 선투자해야 한다. 가맹점주는 운영 현금 버퍼를 확보하고, 교차 인력 교육과 지역 이벤트 대응 메뉴로 영업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식량에서 시작된 패권, 공급망에서 시작되는 생존

조조는 전란 속에서도 식량·유통·규율을 확보하여 국가를 재건했다. 오늘날 가맹사업자와 소상공인도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공급망·인재·규칙·스토리라는 네 가지 축을 지혜롭게 운영해야 생존할 수 있다.

1800년 전 조조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군사 전략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기 속에서 경제를 되살리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예측 가능한 시스템으로 신뢰를 쌓는 '생존 경영학'이었다. 2025년 대한민국의 가맹사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도 그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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