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 잔에 담긴 15억 유로의 비밀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10-08 16:53:02

200년 전통 옥토버페스트, 어떻게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나
650만 관광객이 만든 경제효과... 뮌헨 호텔 요금 443유로 돌파
"무알코올 맥주 급성장·보안 강화... 변화하는 세계 최대 민속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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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9월 20일 정오, 독일 뮌헨 쇼텐하멜 텐트에서 디터 라이터 시장이 망치를 내려쳤다. 첫 번째 맥주통이 열리며 "O'zapft is!(맥주가 탭핑되었다!)"라는 선언과 함께 제190회 옥토버페스트가 막을 올렸다. 10월 5일까지 16일간 진행된 이 축제는 단순한 민속행사를 넘어, 연간 15억 유로(약 2조 4천억 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200년 전통이 만든 경제 생태계

1810년 바이에른 왕세자 루트비히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에서 시작된 옥토버페스트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문화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뮌헨시 노동·경제개발국에 따르면, 2025년 축제의 예상 경제효과는 약 15억 7천만 유로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2억 5천만 유로 대비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25년 축제에는 약 650만 명이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 축제장을 찾았다. 전년도인 2024년에는 670만 명이 방문해 700만 리터의 맥주를 소비했다. 34.5헥타르 규모의 축제장에는 893개 업체가 참가를 신청했고, 이 중 468개 업체가 승인을 받아 음식점 36곳, 놀이기구 238곳, 시장 상인 170곳 등이 운영되었다.

맥주 한 잔에 2만원... 그래도 찾는 이유

2025년 옥토버페스트의 1리터 맥주(Mass) 가격은 14.50~15.80유로로 책정되었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2만 1천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전년 대비 3.5% 상승한 것으로, 뮌헨시가 매년 공식적으로 가격 범위를 고시하며 식음료·인건비·보안·에너지 등 비용 상승을 반영한 결과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뮌헨의 6대 전통 양조장 맥주만이 대형 천막에서 판매되는 독점 구조가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급 통제는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품질 관리와 진정성을 보장한다.

숙박업계는 더욱 극적인 수익을 올린다. 축제 첫 주 뮌헨 호텔의 평균 일일요금(ADR)은 전년 대비 16.8% 급등했고, 2025년에는 최고 요금이 415~443유로를 기록했다. 객실 점유율은 90% 이상까지 치솟았다. 호텔+천막 좌석+교통을 묶은 패키지 상품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위기 속 복원력, 변화하는 축제

그러나 2025년 축제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0월 1일 오전, 뮌헨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과 관련해 축제장에 폭발물 위협이 제기되며 현장이 전면 폐쇄되었다. 경찰의 철저한 보안 점검 후 오후 5시 30분경 재개방되었지만, 용의자로 지목된 57세 독일인 남성은 근처 호수에서 자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국은 극단주의보다는 개인적 분쟁에 따른 사건으로 판단했다.

9월 27일에도 과도한 인파로 인해 오후 5시 56분경 축제장이 일시 폐쇄되는 등 혼잡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사건들은 위기 대응 매뉴얼, 환불 정책, 결재 시스템이 대규모 축제 운영의 핵심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변화의 바람도 감지된다. 2025년 축제에서는 무알코올(NA) 맥주와 저도주 옵션이 전년 대비 중·고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강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Z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을 포용하려는 시장 확장 전략이다. 음식 판매는 5~8% 증가했으며, 채식·비건 바이에른 요리의 수요도 늘어났다.

신규 텐트 도입도 눈에 띈다. 연극과 펍을 결합한 '쉬히틀첼트(Schichtlzelt)'가 처음 선보였고, 기존의 헤르츠카스페를첼트(Herzkasperlzelt)(전통 바이에른 인형극, 라이브 음악, 코미디 공연 텐트)는 2025년 재승인되지 않았다. 무료 좌석이 줄어들며 사전 예약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변화의 한 단면이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뮌헨 모델'

옥토버페스트의 성공은 이제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 진진나티(Oktoberfest Zinzinnati)'는 70만~80만 명이 방문하는 현지 최대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세계 각국 도시들이 뮌헨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허가·안전·브랜드 파트너십·지속가능성 기준을 갖춘 '옥토버페스트형 행사'를 전문화하고 있다.

뮌헨시는 1990년대부터 에너지, 물, 재활용, 다회용 시스템 등 환경 기준을 의무화했다.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규제 리스크 완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운영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6월 30일부터 시작된 12주간의 설치 공사에는 최대 2,000명의 인력이 투입되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1~3년간 가격 인상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패키지 상품과 제품 다변화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알코올 맥주, 저도주, 채식 메뉴의 수요 증가는 전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포용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이끌 것이다.

200년 전 왕실 결혼식에서 시작된 옥토버페스트는 이제 '계절을 장악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과서가 되었다. 입장은 무료, 자리천막은 유료라는 구조, 투명한 가격 정책, 경험 묶음 판매, 지속가능성을 통한 원가 절감까지. 맥주 한 잔에 담긴 이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 축제·음식·호스피탈리티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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