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천억 피해 불가사리가 '돈'이 된다? 스타스테크의 놀라운 변신술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09-19 18:47:45
화장품·비료까지 확장하며 해양 폐기물 업사이클링 시장 선도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매년 우리나라 연근해에서는 조용한 전쟁이 벌어진다. 상대는 바다의 '무법자' 불가사리. 이들은 조개, 전복, 굴 등 수산물을 무차별 공격해 어민들에게 연간 3천~4천억 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정부와 수협이 나서서 불가사리를 수매하지만, 독성과 악취 때문에 대부분 소각 처리되면서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낳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골칫거리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꾼 기업이 있다. 바로 2017년 창업한 스타스테크(Starstech)다.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특수 소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어 국내 조달 시장 1위를 차지했고, 올해 매출 276억 원을 달성하며 상장 준비에 나섰다.
불가사리로 만든 제설제, 성능은 166%
스타스테크의 핵심 기술은 불가사리의 다공성 구조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회사가 개발한 친환경 제설제 '에코스트원(ECO-ST1)'은 기존 염화나트륨 대비 융빙 성능이 166%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환경 친화성이다. 기존 제설제의 가장 큰 문제였던 염화이온으로 인한 차량 부식과 콘크리트 파손을 대폭 줄여, 콘크리트 파손 억제율이 24%나 개선됐다. 이 같은 성능을 인정받아 현재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해 117개 공공기관이 스타스테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친환경 제설제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캐나다 도로교통부 승인목록에도 등재되며 북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흥미로운 점은 수출 전략이다. 무거운 완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대신, 제설제의 핵심 첨가제인 '세럼'만 공급해 현지에서 완제품을 제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물류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술력의 핵심은 지킬 수 있게 됐다.
화장품·비료까지, 업사이클링의 완성
스타스테크의 진짜 강점은 불가사리를 '통째로' 활용하는 기술력이다. 제설제 제조 후 남은 부산물도 버리지 않고 100% 업사이클링한다.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콜라겐 펩티드로는 '페넬라겐(PENELLAGEN)'이라는 화장품 원료를 개발했다. 기존 동물성 콜라겐의 한계였던 피부 침투율 문제를 해결해 진피층까지 유효 성분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화장품 브랜드 '라보페(LABOPE)'와 '리라브(RERAVE)'도 출시했다. 제설제 원료 추출 과정에서 나오는 폐액은 액상 비료 '불쑥이'로 재탄생시켰다. 지난해에만 태국과 필리핀에 54톤을 수출했고, 중국과 인도 바이어들의 관심도 높다. 말 그대로 불가사리 한 마리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반도체 폐인산 재생까지, 사업 영역 확장
스타스테크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중국에서 수입하던 폴리인산염을 국산화하기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의 폐인산 재생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원가 절감과 동시에 새로운 케미칼 사업 역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또한 불가사리 외에도 멍게 껍질, 굴 껍데기, 해파리 등 다양한 해양 폐기물을 활용한 기술 개발을 준비 중이다. 단순한 제설제 회사에서 '바이오화학 기반 업사이클링 전문기업'으로 진화하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8억→276억 급성장, IPO도 눈앞
재무 성과도 눈에 띈다. 2020년 8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4년 276억 원으로 급증하여 영업이익 36억 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총 2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 시리즈 C에서 확보한 150억 원은 북미 시장 진출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2025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술특례 상장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해양 폐기물 업사이클링이라는 독특한 사업 모델과 실질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경제 동시에 잡는 미래 모델
스타스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연간 수천억 원의 피해를 주던 불가사리를 친환경 제설제와 고부가가치 화장품 원료로 바꾸면서 어업 보호, 환경 보전, 산업 자원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물론 과제도 있다. 해외 진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원재료 내재화를 위한 추가 투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순환경제가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스타스테크의 실험은 '골칫거리를 보물로 바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로 환경을 구하자"라는 회사 슬로건처럼, 바다의 불청객이었던 불가사리가 이제는 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앞으로 스타스테크가 그려낼 업사이클링 성공 스토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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