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인 칼럼] 프랜차이즈 상생의 새로운 패러다임

박세현

shpark@fransight.kr | 2025-08-09 17:56:51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어제도 그 빈 집 앞을 지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환한 불빛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던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던 자리. 이제는 ‘임대’ 문구만이 덩그러니 붙어있는 빈 점포가 되어버렸다. 문득 퇴근길에 들러서 향긋한 커피로 친구와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곳에서의 시간이 아쉬운 추억으로 다가왔다. 그 문을 마지막으로 나섰을 때 사장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 그분도 처음 문을 열 때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버린 건.

이런 풍경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 자주 반복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98만6000명의 사업자가 폐업했다.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더 충격적인 건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이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이제 더 이상 개별 매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브랜드는 안전장치처럼 여겨진다. 검증된 사업모델,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 브랜드 파워까지. 하지만 그 반대급부 역시 작지 않다. 가맹비부터 시작해서 인테리어, 장비, 보증금까지 독립 창업보다 훨씬 많은 초기 자본이 들어간다. 대부분의 예비 창업자들이 대출을 받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장 운영도 의욕만 가지고 다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일단 매장을 열고 나면 본사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메뉴도, 가격도, 심지어 프로모션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동네 특성에 맞춰 창의성을 발휘해 보고 싶어도 ‘매뉴얼’의 한계 내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매출이 안 나오면 가맹점주 탓이다. 로열티는 매출이 줄어들어도 똑같이 내야 하고, 각종 분담금까지 더해지면 정말 빠듯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만난 적이 있다. “본사에서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라고 하는데, 우리 동네 손님들은 그런 메뉴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안 하면 계약위반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그런데 안 팔리면 손해는 고스란히 제 몫이에요.” 그의 한숨 섞인 말이 귓가에 남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키워드는 ‘상생’이다. 너무 흔히 쓰이는 말이어서 감동은커녕 뭔가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상생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해답이 아닐까.

본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맹점은 단순한 ‘수익원’이 아니라 ‘동반자’다. 가맹점이 잘돼야 본사도 잘될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률적인 매뉴얼 적용보다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 강남과 농촌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로열티 체계도 재검토해야 한다. 매출이 줄어드는 어려운 시기에는 일정 기간 로열티를 감면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를 만들어보자. 가맹점이 숨통이 트여야 다시 일어설 힘도 생긴다. 코로나19 때 일부 본사들이 임대료나 로열티 감면에 나선 것처럼 말이다.

정부도 나서야 한다.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정보공개를 더 투명하게 하고,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예상 수익성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해서 창업자들이 좀 더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리고 프랜차이즈 특성을 반영한 금융상품도 만들어야 한다. 일반 소상공인 대출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답은 ‘소통’이다. 본사와 가맹점이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가맹점주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가맹점주들도 단순히 불만만 제기할 게 아니라 건설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성공 사례도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과 수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매출이 늘면 가맹점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고, 어려울 때는 본사가 함께 부담을 지는 방식이다. 이런 혁신적 시도들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빈 점포 앞을 지날 때마다 생각한다. 저 자리에서 누군가의 꿈이 시작되고 좌절됐다는 것을. 더 이상 누군가의 꿈이 좌절로 변하지 않도록 하려면 모두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본사는 가맹점을 진정한 파트너로 대하고, 가맹점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정부는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한 상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이 필요하다.

[박세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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