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쥐어짜기는 이제 끝" 강력한 규제 칼날이 온다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 열풍이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강력한 규제 정책이 투자자들의 '단기 수익 극대화' 전략에 제동을 걸고 있다. 광고비 동의제부터 위약금 제한까지, 정부가 설정한 새로운 게임 룰은 그동안 점주들을 '돈 뽑는 기계'로 여겨온 사모펀드들에게 근본적인 전략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쏟아진 가맹사업 규제 강화 조치들은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 프랜차이즈 생태계의 권력 구조 자체를 뒤바꾸고 있다. 과거 본사 주도의 일방적 의사결정 체제에서 가맹점주와의 합의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광고비 분담, 이제 과반 동의 없으면 '원천 차단'
프랜차이즈 업계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2023년 1월 시행된 표준가맹계약서 개정안이다. 핵심은 광고·판촉비 분담에 대한 가맹점주 동의제 의무화다.
새 규정에 따르면 광고비는 가맹점주의 50% 이상, 판촉비는 7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집행할 수 있다. 과거 본사가 마케팅 예산을 세우고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분담금을 부과하던 관행이 원천 차단된 셈이다.
이 정책의 위력은 즉시 현실에서 확인됐다. 컴포즈커피가 BTS 뷔 모델 기용 광고 캠페인에서 점포당 연 86만원의 분담금을 부과하려다 점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본사 측은 "과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투명한 동의 절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본사가 '광고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강제로 비용을 분담시켰지만, 이제는 가맹점주들이 실질적인 거부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무품목 가격 산정, '투명성 혁명' 시작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또 다른 핵심 규제는 의무구매 품목의 종류와 공급가 산정 방식을 가맹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 조치다. 그동안 본사들이 '영업 기밀'이라는 명목으로 숨겨왔던 원부자재 마진 구조에 투명성을 요구한 것이다.
이 규정은 피자헛코리아 사태에서 그 필요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법원이 피자헛의 원부자재 '추가 수수료' 부과를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은 본사가 임의로 마진을 조정해 가맹점 부담을 늘려온 관행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신호탄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본사와 대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체결하려면 비용 구조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숨겨진 마진으로 가맹점을 착취하는 구조는 반드시 근절해야 할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위약금 규제, 사모펀드 '퇴출 압박' 차단
이재명 정부가 올해 출범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가맹계약 해지 위약금의 금지 또는 대폭 제한이다. 그동안 본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맹점을 퇴출시킬 때 과도한 위약금을 무기로 사용해온 관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운영 전략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인수 후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빠르게 정리하고 고수익 지역에 재배치하는 '포트폴리오 최적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위약금이 사실상 금지되면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관리의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특히 단기간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모펀드들에게는 치명적 제약"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위, '강력 집행' 모드 전환
정부의 정책 변화는 규정 마련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집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연이은 제재 조치를 통해 '강경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표적인 것이 2024년 맘스터치에 대한 제재다. 공정위는 맘스터치 본사가 가맹점주의 권익보호 단체활동을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한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가맹점주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면 즉시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업계에 전달한 사례로 평가된다.
투썸플레이스에 대한 조사 착수도 주목할 만하다. 2021년 칼라일 그룹 인수 후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누적되자 공정위가 2024년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는 사모펀드 소유 기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나 소유 구조에 관계없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가맹점주 권익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점주 착취' 수익 모델 붕괴 위기
이같은 정책 변화는 사모펀드들의 전통적인 수익 창출 방식에 근본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다. 그동안 사모펀드들이 프랜차이즈 인수 후 단기간 수익을 극대화하는 주요 방식은 ▲광고·판촉비 분담 확대 ▲의무품목 마진 극대화 ▲해지 위약금 강화를 통한 가맹점 통제 등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 체계는 이 모든 전략을 정면으로 제약한다. 광고비는 가맹점주 동의 없이 부과할 수 없고, 의무품목 가격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위약금을 통한 압박도 불가능해졌다.
결국 사모펀드와 본사들은 가맹점에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닌 근본적으로 다른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브랜드 가치 제고, 운영 효율성 개선, 시장 확대 등을 통한 '파이 키우기'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투명성과 상생, 새로운 성공 공식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는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 프랜차이즈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과거 본사 중심의 수직적 관계에서 가맹점주와의 수평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사모펀드들의 수익성에 제약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프랜차이즈 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투명성과 합의에 기반한 상생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 흐름을 거스르려는 사모펀드나 본사들은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모펀드들도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가맹점주를 착취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투명한 소통과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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